[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초저예산의 연금술사' 연상호 감독이 또 한 번 놀라운 가성비의 신작을 들고 극장가를 찾는다. 지난해 불과 2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 무려 100억 원이 넘 매출 대박을 터뜨렸던 영화 '얼굴'에 이어, 이번에는 단 5억 원으로 완성한 저예산 스릴러 '실낙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AI로 재현한 가상 아들과 기적처럼 현실로 살아 돌아온 진짜 아들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다. 순제작비 5억여 원, 단 14회차라는 놀라운 속도전으로 완성됐지만, 작품이 지닌 서사적 무게감과 몰입감은 여느 대작 못지않다.
영화의 중심에는 AI 기술과 인간의 삐뚤어진 모성애라는 기묘한 화두가 놓여 있다. 아들 선우를 잃은 소영(김현주 분)은 실종된 아이들을 가상현실에 구현한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을 통해 10살 모습 그대로 멈춰있는 아들과 만나며 슬픔을 견딘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아들 선우(배현성 분)가 흉터로 뒤덮인 몸과 서늘한 눈빛을 지닌 청년으로 기적처럼 돌아오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연상호 감독이 5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 '실낙원'이 지난 해 '얼굴'과 같은 매출 대박이 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린다./사진=CJ ENM 제공
소영은 낯설고 섬뜩하게 변해버린 현실의 아들보다, 특수 안경 너머 가상현실 속에서 온순하게 자신을 맞아주는 AI 아들을 더 '진짜'처럼 느끼며 기이한 이질감을 유발한다. 옆방에 살아있는 아들을 두고도 가상 세계로 도피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시리도록 애잔하면서도 섬뜩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번 작품의 출발점 역시 흥미롭다. 연 감독의 어머니가 연습장에 적었던 세 페이지 분량의 메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연상호·류용재의 원안 및 오성은 작가의 소설 '블랙 인페르노'를 거쳐 밀도 높은 영화 시나리오로 완성됐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연 감독은 "악한 아들과 그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의 심리가 궁금했고, 그 복잡한 내면을 깊이 탐구해 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변신도 기대감을 높인다. 김현주는 공허한 눈빛과 절제된 미묘한 표정 변화로 현실을 부정하는 어머니의 불안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조립식 가족' 등에서 풋풋하고 선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배현성은 느린 걸음걸이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늘한 눈빛으로 낯선 아들의 기괴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되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실낙원'은 개봉에 맞춰 생성형 AI를 활용한 4편의 단편 시리즈 '실낙원 - 유니버스'를 연 감독이 직접 2주 만에 제작해 공개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단 2억 원의 투자금으로 50배가 넘는 100억 원의 흥행 대박을 기록했던 전작 '얼굴'의 신화를 기억하는 영화계와 관객들은, 5억 원으로 만들어진 이번 저예산 2탄 '실낙원'이 과연 극장가에서 또 한 번 어떠한 엉뚱하고 경이로운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갈지 뜨거운 시선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