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배우 김혜자가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의 개봉을 앞두고 진심 어린 감회가 담긴 친필 편지를 공개해 영화계와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 나눈 단짝 친구를 무려 60년 만에 다시 만난 주인공 '순옥'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깊은 울림과 짙은 여운을 선사하는 수작"이라는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일찌감치 올가을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공개된 친필 편지는 영화 개봉 소감은 물론, 시사회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 관객들을 향한 김혜자의 고마운 마음이 빼곡히 담겨 있다. 편지에서 김혜자는 오랜만에 영화로 복귀하게 된 소회와 함께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혜자 주연의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혜자는 편지를 통해 작년 가을 연출을 맡은 송일곤 감독으로부터 전달받은 편지 한 통이 자신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밝혔다. 감독의 편지에 담겼던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혜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슬픈 역사 속 비극에 대해 단지 '아픔'으로만 소비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신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 하지만,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소녀들의 삶과 희망을 그려내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감독이 편지 마지막에 적었던 "한 장면의 연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재가 시간 위에 남는 순간을 바란다"는 문장을 언급하며, 관객들이 영화 속 두 소녀를 단순히 '아픈 역사의 한 장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한 사람의 찬란한 존재로 품어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했다.
아울러 김혜자는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정말 잊히는 것들이 있다"며 "잊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의 작은 빛도 다시 우리를 비춰줄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 이 영화를 보시고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빛 하나가 남았으면 좋겠다"는 감동적인 문장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김혜자의 진정성 있는 울림과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극장가를 찾은 예비 관객들에게 잊혀서는 안 될 깊은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예정이다.
김혜자가 쓴 친필 편지.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혜자의 친필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김혜자입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니 조금 떨리네요.
제가 오랜만에 영화를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영화를 보러 오신 기자 여러분 앞에 서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준비했어요.
작년 가을이었어요. 송일곤 감독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편지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말이 참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슬픈 역사잖아요.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송일곤 감독님이 제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어요.
“제가 바라는 것은 한 장면의 연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재가 시간 위에 남는 순간입니다.”
오늘 여러분께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잠시 후에 여러분이 만나게 될 두 소녀를, 그저 아픈 역사의 한 장면으로만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정말 잊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잊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의 작은 빛도 다시 우리를 비춰줄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오늘, 이 영화를 보시고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빛 하나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 빛이 기자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김혜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