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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 창간 15주년 특별기획①]AI가 이끈 반도체 수출…한국경제 생산성 혁명은 아직

입력 2026-10-27 10:48:55 | 수정 2026-10-27 11:02:18
김태균 편집국장 | ksgit@mediapen.com
미디어펜은 2026년 연중기획 ‘AI와 시장경제 2.0,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를 통해 AI혁명이 가져오는 산업과 시장의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봤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디어펜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런 변화가 실제 산업현장과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되짚어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기업 사례, 국제기구의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2026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한 해의 변화와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공지능(AI)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기업의 AI 도입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수출증가와 기업의 AI활용 확대가 한국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소기업으로 생산성 개선 효과가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6년이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면 2027년은 실질적인 경제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편집자주]

반도체 호황에도 산업별 성장 격차

[미디어펜=김태균 기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증가를 한국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반면 건설업과 반도체 이외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기업은 글로벌 AI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문제는 AI산업의 성장과 한국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AI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해 수출하는 것과 국내 제조업체가 AI를 활용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7월 발표한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에서도 이런 차이가 드러난다. KDI는 AI가 기업의 생산성과 매출을 높일 수 있지만, 경제 전체의 성장효과는 기술도입 속도와 산업구조, 기업의 추가 투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도입기업과 비도입기업을 비교한 실증분석에서는 AI활용이 기업의 1인당 매출과 전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기적으로 고용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AI가 단순한 인력 대체 수단을 넘어 기존 인력의 생산성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기업의 AI 도입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AI 이미지


대기업은 AI활용 확대…중소기업은 도입부터 부담

기업 규모에 따른 AI활용 격차도 뚜렷하다. OECD의 한국 AI 노동시장 관련 보고서에 인용된 기업 정보화 통계에 따르면 종사자 250명 이상 기업의 AI 활용률은 63.3%에 달했다. 반면 종사자 50~249명 기업은 27.4%에 그쳤다. 대기업의 AI 활용률이 중소기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셈이다. 자본과 전문인력, 데이터 인프라를 갖춘 기업일수록 AI 도입에 유리한 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도 올해 발표한 분석에서 국내 기업의 AI 도입 성과가 불확실하거나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인력 부족과 기술 이해도 차이, 투자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AI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AI 도입 자체가 생산성 향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AI를 활용해 업무시간을 줄이더라도 절감한 시간을 새로운 상품 개발이나 고객 확보, 매출 증대로 연결하지 못하면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용미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지난 6월 공개된 조사 결과와 관련 “생성형 AI로 절감된 시간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재투입하는 방식에서 대-중소기업간 차이가 관찰된다”고 밝혔다. 이런 차이가 장기적으로 기업간 생산성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KDI 역시 AI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기업 조직과 업무방식의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도입 효과는 확인…경제 전반 확산이 과제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비용절감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8월 AI기반 OLED 생산체계를 통해 약 2000억원 이상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AI 업무지원 시스템으로는 외부 솔루션 도입 대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AI가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향후 AI를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보다, 도입효과를 얼마나 폭넓게 확산시키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된 AI 성장효과가 제조업 전반과 서비스업, 중소기업으로 확산돼야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별 여건에 맞는 기술 도입과 인력 재교육, 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초기 투자비와 전문인력 확보 부담이 큰 만큼, AI 도입 자체보다 실제 사업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의 경쟁구조도 중요한 변수다. AI기술과 데이터, 자본이 일부 기업에 집중될 경우 기존 기업과 신규 진입기업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혁신기업의 시장진입과 경쟁이 활성화되면 AI기술이 새로운 사업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AI시대의 산업정책은 기술개발과 투자확대를 넘어, 기업의 혁신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6년 한국경제가 AI혁명의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면, 2027년은 가능성을 실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시험받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AI를 얼마나 많이 개발하고 도입했느냐보다 AI를 통해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얼마나 많은 기업이 성과에 참여할 수 있느냐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경쟁력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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