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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 창간 15주년 특별기획⑥]AI 투자에 돈 몰리자…주식 넘어 채권·대출시장도 '들썩'

입력 2026-11-01 09:40:14 | 수정 2026-11-01 09:42:57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은 2026년 연중기획 ‘AI와 시장경제 2.0,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를 통해 AI혁명이 가져오는 산업과 시장의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봤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디어펜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되짚어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기업 사례, 국제기구의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2026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한 해의 변화와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돈 흐름을 바꾸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풍부한 현금으로 투자하던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고, 사모대출과 인프라 금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AI 산업의 성장에 베팅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채권시장과 대출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관심도 달라지고 있다. AI 기업의 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뿐 아니라 막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돈 흐름을 바꾸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이미지 생성=미디어펜 AI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일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AI 관련 투자와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산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글로벌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동시에 금융시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AI 투자, 현금에서 빚으로 확대

AI 산업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기존 정보기술(IT) 산업과 차원이 다르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고성능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는 물론 막대한 전력설비까지 확보해야 한다. 기술개발비뿐 아니라 공장과 발전설비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 동시에 투입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월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약 7000억달러로 전망했다.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자금조달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전세계 AI 관련 채권 발행액이 약 5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말까지 발행된 AI 관련 채권만 약 2360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4배 수준이었다. 기업이 내부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외부 자본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AI 반도체와 서버를 직접 구입하는 대신 별도 법인을 통해 장비를 확보하고, 이를 AI 기업에 임대하는 금융구조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등이 앤스로픽의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을 제공하는 거래가 알려졌다. 별도 특수목적법인이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구입해 앤스로픽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약 435억달러는 선순위 담보대출로 조달된다.

AI 기업이 대규모 장비를 직접 보유하는 대신 금융회사가 자산을 확보하고 임대료를 받는 구조다. 금융기관에는 새로운 대출·투자 기회가 생기고, AI 기업에는 초기 자금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기술기업뿐 아니라 은행과 자산운용사, 사모대출 투자자의 역할도 확대되는 셈이다.

▲IMF가 경고한 순환투자…AI 돈줄의 위험

막대한 자금이 AI 산업에 집중되면서 금융시장의 위험 구조도 복잡해지고 있다. IMF는 10월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AI 관련 기업들의 부채 증가와 집중된 투자, 기업 간 순환적 금융거래가 시장의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가 2023년 이후 공개된 관련 거래 14건을 분석한 결과, 약 3000억달러의 지분투자와 6500억달러의 부채가 약 1조4000억달러의 미래 매출 약정과 연결돼 있었다.

이런 거래에서는 한 기업이 다른 AI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투자받은 기업이 다시 투자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가 나타난다. 투자금이 장비 구매와 서비스 계약을 거쳐 다시 AI 산업 내부로 흘러가는 것이다.

사업이 예상대로 성장하면 기업은 투자 확대와 매출 증가의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반대로 AI 서비스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기업의 지분가치와 대출채권, 장기 매출계약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 투자 확대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면서 위험 요인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실제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6일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일부 채권 수익률이 15~16%에 이르고, 채무불이행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비용도 크게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코어위브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연산설비 구축을 위해 사모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기업이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높더라도 부채 부담이 커지면 금융시장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AI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 수준뿐 아니라 장기간의 투자비를 감당할 자금조달 능력에 따라서도 달라질 전망이다.

▲AI에 돈줄 연다…관건은 투자 성과

우리나라도 자본시장의 자금을 첨단산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성장펀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5월 28일 국산 AI 반도체 개발기업 퓨리오사AI에 대한 약 8000억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를 포함해 5개 사업에 총 4조1400억원의 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퓨리오사AI 투자에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자금 약 3700억원이 포함됐다.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과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이 목적이다. AI 관련 투자는 반도체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민성장펀드는 스마일게이트의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에 대한 인프라 투융자를 승인했다. 충북 소재 전력기기 기업 근우에는 AI 데이터센터용 배전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00억원의 저리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자금이 공급되는 구조다. 이 같은 금융 지원은 한국 자본시장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첨단산업에는 대규모 초기투자와 긴 회수 기간이 필요하다. 반도체 개발이나 데이터센터 건설은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반면, 사업이 성공하면 장기간에 걸쳐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은행 대출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지분투자와 장기대출, 인프라 금융 등으로 나눠 부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금 공급 확대가 곧바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투자금이 실제 생산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입되는지,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금융시장의 역량이 중요하다.

AI 시대의 자본시장 경쟁력은 단순히 투자금을 많이 모으는 데 있지 않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산업에 자금을 배분하고, 투자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 글로벌 AI 투자 열풍은 자본시장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AI 성장 기대가 채권과 대출, 인프라 금융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은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경제가 AI 혁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재뿐 아니라 자본의 흐름도 달라져야 한다. AI 시대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느냐를 넘어, 누가 그 돈을 생산성과 수익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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