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산업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청년층의 일자리 사정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까지 겹치면서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산업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청년층의 일자리 사정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1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청년고용 부진은 과거와 달리 실업률이나 고용률 등 양적 지표보다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2014~2019년 청년고용 부진기에는 높은 실업률이 주요 특징이었다.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구직 상태를 유지하면서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최근에는 취업 눈높이를 낮춘 청년층이 2차 노동시장으로 하향 진입하면서 임시·일용직 비중이 확대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1차 노동시장의 신규채용 정체를 지목했다. 대기업과 양질의 상용직 일자리로 대표되는 1차 노동시장의 수요가 줄면서 청년층이 해당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상대적으로 고용 여건이 열악한 2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구조 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생산 증가는 IT 제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상용직 채용은 여전히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 성장의 중심인 IT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용직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경제성장이 고용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수요 정체의 충격은 기존 근로자보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층에 집중됐다. 한은 분석 결과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자 감소폭은 다른 연령층보다 컸으며, 핵심연령층 대비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 배율도 하락했다.
AI 확산도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기업들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초급·기초 업무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산업일수록 청년층 고용 감소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이 경력을 쌓으며 노동시장에 진입하던 기존의 경로가 기술 변화로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청년층의 2차 노동시장 진입이 일시적인 경력 공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청년층의 1·2차 노동시장 간 이동성이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는 기존 일자리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해진 반면, 외부에서 1차 시장으로 진입하는 경로는 축소됐다. 2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층 역시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기 어려워지는 고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노동시장 구조는 향후 노동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청년고용 개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 2차 노동시장에 머무는 동안 직무 역량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청년층이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면서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는 이력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은은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IT 제조업의 성장 효과가 연관 산업과 내수 부문으로 확산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반도체 중심의 성장과 AI 시대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산업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