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샘 올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사장단에 제시한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닌 활용 방식에 있었다. AI로 업무 속도를 높이고 제품을 개선해야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삼성 경영진에게 선물한 소형 키보드 ‘코덱스 마이크로’도 같은 메시지를 담았다.
사람이 모든 명령을 입력하기보다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관리하는 컴퓨터 사용 환경을 보여주는 장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해 송용호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AI센터장에게 '코덱스 마이크로 키보드'를 선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트먼 CEO는 31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 계열사 사장단 50여명과 ‘AI가 바꿀 다음 10년 기업의 선택’을 주제로 대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AI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쟁 우위는 AI를 어떻게 활용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며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기업 간 격차를 결정하는 요인이 AI 보유 여부에서 활용 역량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AI를 기존 업무에 덧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과 의사결정, 일하는 방식까지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담에 앞서 올트먼 CEO가 사회자에게 건넨 코덱스 마이크로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컴퓨터에 말로 지시하고 AI를 활용하는 세상에서는 키보드 전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며 “실제로 코덱스를 더 빠르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코덱스 마이크로는 오픈AI가 키보드 제작업체 워크라우더와 함께 설계한 소형 입력 장치다. 일반 키보드처럼 문자를 입력하기보다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에 작업을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덱스 마이크로는 기계식 스위치 13개에 터치 센서와 회전식 다이얼, 조이스틱 등을 갖췄다. 컴퓨터와는 블루투스 또는 USB-C로 연결한다. 공식 판매 페이지에 표시된 가격은 230달러다.
중심 기능은 여러 AI 작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에이전트 키’다. 6개 키에 각각 대화를 연결하면 작업 상태가 불빛으로 나타난다. AI가 작업하는 동안에는 파란색, 완료한 결과를 이용자가 아직 확인하지 않았을 때는 초록색, 승인이나 응답을 기다릴 때는 황색으로 표시된다.
이용자는 대화창을 차례로 열어보지 않고도 자신의 개입이 필요한 작업을 구분할 수 있다. 해당 키를 누르면 연결된 대화로 바로 이동한다. 여러 일을 AI에 맡겨놓고 필요한 순간에 판단하는 방식에 맞춘 구성이다.
작업 승인·거부, 음성 입력 시작, 메시지 전송 등도 별도 키로 실행할 수 있다. 음성 입력은 기기에 내장된 마이크가 아니라 연결된 컴퓨터의 마이크를 이용한다.
조이스틱에는 코드 검토와 오류 수정처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을 지정할 수 있다. 다이얼은 AI가 문제를 얼마나 깊이 검토할지를 뜻하는 추론 수준을 조절하는 데도 쓰인다. 메뉴를 찾아 들어가는 과정을 줄이고 물리적인 조작으로 AI 작업을 제어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삼성이 이번 간담회를 마련한 목적도 전사적 AI 전환(AX)에 있다. 사장단은 대담에 앞서 생성형 AI를 직접 활용하는 실습 교육을 받았다. 여러 곳에 흩어진 경영 자료를 AI로 정리해 개인별 지식저장소를 구성하는 등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활용법을 익혔다.
삼성과 오픈AI의 협력 역시 AI 인프라 구축과 업무 활용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올해 7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픈AI 본사를 방문했다.
올트먼 CEO는 “삼성과의 지속적인 협력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양사가 힘을 합쳐 고품질 AI를 전 세계에 대규모로 제공할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