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의 선제적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가축방역체계를 전면 개선한다. 농장 중심의 자율방역을 강화하고, 질병별 특성과 전파 위험도에 따라 방역조치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농식품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가축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수립한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대책’을 최근 달라진 방역 여건과 현장 의견을 반영해 보완한 것이다. 고병원성 AI의 3가지 유형 동시 발생, 인접 국가의 구제역 신종 유형 출현, ASF의 혈장단백 사료 등 전파경로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K-가축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가축방역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고 2일 밝혔다./자료사진=농식품부
농식품부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생산자단체와 내외부 전문가,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정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회의 및 의견수렴 17회, 자문회의 2회 등을 거쳐 개선과제를 발굴했다.
개선 대책은 △사전예방 및 현장 역량 강화 △발생 시 대응 실효성 제고 △방역관리체계 개선 등 3대 전략으로 추진된다.
우선 농장 방역에 스마트 기술과 인공지능 전환(AX)을 도입하고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고도화한다. 농장 소독과 출입통제, 질병 탐지 등 5대 핵심 분야에 AX 기술을 적용하고, 농장과 통제초소, 거점소독시설의 데이터를 통합해 위험 상황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농가의 자율적인 방역 책임도 강화한다. 정부 주도의 일률적인 방역 점검에서 벗어나 농가가 자체 점검표에 따라 방역상태를 점검하고, 정부는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농가와 무작위 선별농가, 고위험 농가 등을 중심으로 집중 점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질병관리 우수농장 인증제도 2027년부터 도입한다. 우선 산란계 농장과 종돈장, 대규모 양돈농장을 대상으로 추진하며, 질병검사와 시설·운영기준을 충족한 농장에 청정인증 또는 우수관리인증을 부여한다. 인증농장에는 방역물품 지원과 보상금 감액 경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취약농가에는 방역 컨설팅을 지원한다.
농장 방역교육 대상도 농장주에서 관리자와 종업원까지 확대한다. 특히 외국인 종업원에게는 입국 단계부터 농장 근무까지 단계별 다국어 교육을 제공해 현장 방역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국내 가축전염병 대응을 위한 백신 개발도 추진한다. 구제역은 2027년까지 플랫폼 백신 상용화를 추진하고, 고병원성 AI는 백신과 진단법 개발에 나선다. ASF 백신은 2030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한다. 고병원성 AI의 상시 백신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백신검토위원회도 지난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가축전염병 발생 시 대응 방식도 질병별 특성과 위험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구제역은 소 이력관리시스템과 KAHIS를 연계해 백신접종 누락 개체를 찾아내고, 신종 유형인 SAT1형에 대비해 위험지역 사전접종과 백신 비축을 추진한다. SAT1형 백신은 2027년까지 3,200만두분을 확보할 계획으로, 올해 안에 1,000만두분을 비축한다.
ASF는 야생멧돼지와 불법 축산물 유통, 혈장단백 사료 등 3대 주요 전파 위험요인을 집중 관리한다.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발생이 많았던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사람과 차량의 사전등록제를 도입하고, 밀집단지별 맞춤형 방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럼피스킨은 위험농가 백신접종과 전문업체를 통한 긴급 방제를 추진한다.
축산농가에 연간 약 62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5대 경제성 가축질병에 대한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대상 질병은 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 닭전염성기관지염(IB) 등이다.
농식품부는 실태조사와 맞춤형 백신 공급, 청정농장 인증 등을 통해 피해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가축전염병 발생 시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살처분과 이동제한 조치를 질병 특성과 위험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개선한다.
구제역의 경우 시·군 내 최초 발생 농가라도 국내 백신접종 유형과 임상증상, 백신항체 양성률 등을 평가해 조건을 충족하면 부분적인 가축처분을 허용한다. ASF 발생농장에서 돼지를 공급받은 농장도 정밀검사와 위험도 평가를 거쳐 가축처분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제한과 일시이동중지 명령 역시 발생지역과 축종, 위험도 등을 고려해 필요한 범위에 적용한다. 중앙·지방정부 합동 역학조사를 통해 조사 중복을 줄이고, 농장 종업원과 출입자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해 전파경로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계획이다.
농가의 자율방역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보상체계도 손질한다. 가축처분 보상금 상한을 기존 최대 80%에서 90%로 높이고, 시·군·구 최초 신고 농가는 최대 100%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다. 방역 우수농가의 보상금 감액 경감률도 기존 10%에서 15%로 확대한다. 반면 고의로 구제역 백신접종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는 보상금 감액을 강화한다.
방역 현장의 인력난 해소와 민간 협력체계 구축도 주요 과제다. 가축방역관은 진단과 예찰, 신종 전염병 대응 등 전문업무에 집중하고, 농장 점검과 소독, 백신접종 등은 민간수의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조정한다. 공수의 위촉 권한을 시·군에서 시·도까지 확대하고 퇴직 수의직 공무원과 민간수의사 활용도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현행 사후 대응 중심의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사전예방과 위험관리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기존 1종·2종·3종으로 구분하던 가축전염병 분류체계를 긴급관리·중점관리·상시관리 등 위험도 중심으로 전환하고, 가축폐기물처리업과 방역컨설팅업 등 민간 방역업종의 등록 및 평가체계도 마련한다.
농식품부는 관련 법령과 고시, 긴급행동지침(SOP) 등을 정비하고 생산자단체와 지방정부, 관계기관과 협력해 대책을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관계기관과 농가의 사전예방 역량을 높이고 방역 미비점을 보완해 변화하는 방역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축산농가의 경제적 안정과 축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