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대기업 사업장을 품은 산업도시들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주거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생산시설 확충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에서 직장과 가까운 주거지를 찾는 수요가 유입되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생산거점이 자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와 주택 거래가 증가하고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편한세상 시티 천안아산역 투시도./사진=DL건설
과거 주거지를 선택할 때는 교통망이나 교육·생활 인프라가 주요 기준으로 꼽혔다면 최근에는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입지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자리 잡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 사업장과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은 안정적인 근로 수요를 기반으로 주택시장의 배후 수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실제 주거지 선택 과정에서 직장과의 거리를 중시하는 경향은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당근 부동산이 발표한 '2026년 부동산 트렌드'에 따르면 이사 이유로 '직장 이동 및 출퇴근 거리 단축'을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40.2%로 가장 많았다. 주거 비용(17.8%), 상급지 이동(13.1%), 자녀 교육 환경 고려(8.8%) 등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산업거점 인근 주거지의 경쟁력은 실제 지역 부동산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기업 투자가 고용과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고, 인근 주택에 대한 실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지역 주택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구조다.
대표적인 지역은 경기 화성시다.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를 비롯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이 자리하면서 관련 종사자들의 주거 수요가 꾸준히 형성되고 있다. 산업 기반이 인구 유입을 뒷받침하면서 도시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행정안전부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화성시 인구는 최근 5년간 14% 증가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주택 거래도 활발하다. 올해 상반기 아파트 거래량은 1만31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주택 가격 역시 강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화성시 동탄구 '시범한빛마을금호어울림' 전용 84㎡는 올해 10월 10억6000만 원(12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면적이 7억1000만 원(16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억5000만 원(49.2%)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지방 산업도시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디스플레이시티가 들어선 충남 천안·아산이 대표적이다. 삼성 계열사의 생산시설뿐 아니라 다수의 산업단지가 자리해 제조업 종사자들의 주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산시 인구는 최근 5년간 13.5% 증가했다. 천안·아산을 합친 인구도 올해 9월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1~8월 두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2만284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인 8%를 웃돈다.
산업 경쟁력을 높일 추가 동력도 마련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천안·아산의 7개 산업단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후공정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산업 기반에 신규 투자와 정책 지원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경제와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가 위치한 충북 청주시 역시 대기업 직주근접 수요가 형성된 지역이다. 특히 사업장이 자리한 흥덕구 일대 아파트에서는 잇따라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청주 가경 아이파크 3단지' 전용 84㎡는 올해 9월 8억1000만 원(9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같은 달 거래된 6억4500만 원(8층)보다 1억6500만 원(2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청주파크자이' 전용 84㎡도 4억7400만 원에서 5억5000만 원으로 16% 올랐다.
대기업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이 확장되는 지방 도시에서는 신규 주거단지 공급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산업단지와의 접근성을 갖춘 데다 기업 투자에 따른 추가 고용과 인구 유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들이다.
충남 아산시에서는 한국자산신탁이 시행하고 DL건설이 시공하는 주거용 오피스텔 'e편한세상 시티 천안아산역'이 분양 중이다. 전용 84㎡ 단일 면적 총 396실로 구성된다.
단지 인근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반도체 후공정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이 추진되는 산업단지도 가깝다. 양사의 113조 원 규모 투자 계획에 따른 산업 수요 확대 기대도 반영됐다. 교통 여건으로는 KTX 천안아산역과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아산역이 반경 500m 안에 있다. GTX-C 노선 연장과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 광역복합환승센터 조성도 계획돼 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장성동에서는 HL디앤아이한라가 '신분평 에피트 더웨이시티'를 공급하고 있다. 전용 59~112㎡ 총 992가구 규모다. 청주에는 SK하이닉스와 LG화학, LS ELECTRIC 등 주요 기업의 생산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공장을 비롯해 청주테크노폴리스와 청주일반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주요 산업거점까지 차량으로 약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경북 구미에서도 대기업 산업시설을 배후에 둔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다. 태영건설은 오는 11월 구미시 도량동에서 '구미 파크원 데시앙'을 선보일 계획이다. 총 2648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 가운데 1단지 전용 84~110㎡ 1355가구가 우선 공급된다. 인근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삼성전자와 LG이노텍, SK실트론 등 주요 기업의 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산업단지와 주거지가 가까운 입지적 특성을 바탕으로 직주근접을 중시하는 지역 내 근로자 수요를 겨냥한다는 구상이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