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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조달러 시대 이면… 신산업 막는 규제 '빗장' 풀어야

입력 2026-11-04 11:03:11 | 수정 2026-11-04 11:03:11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 수출이 사상 첫 ‘연간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전체 수출의 절반을 홀로 짊어진 반도체를 두고 복합적인 평가가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 보고서들이 특정 품목 과의존에 따른 ‘지표 착시와 내수 단절’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이 일궈낸 ‘극단적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의 증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인위적인 다변화 강박에 갇혀 반도체 쏠림을 탓하기보다, 지난 10년간 제2의 먹거리 등장을 가로막아온 규제 족쇄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2018년의 두 배… 건국 이래 최대 비중이 증명한 ‘대체 불가성’

4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1~20일 수출액(616억 달러) 호조로 연간 누적 수출액이 8763억 달러에 달해 ‘1조 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었지만, 반도체 비중이 절반에 육박(48~49%)하는 쏠림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2018년 슈퍼사이클 정점 당시 비중(20.9%)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일 품목 독점’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지만, 수치의 질적 차이에 주목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저가 범용 메모리와 철강, 화학 등 레거시 제조업을 국가 주도로 잠식하는 국면에서, 한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인 HBM과 첨단 메모리라는 글로벌 공급망의 독점적 병목을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의 40% 이상을 반도체에 집중하면서도 대체 불가능한 국가 전략 자산으로 체급을 키운 ‘대만 TSMC 모델’처럼, 한국 반도체의 독주는 시장 메커니즘이 도출해 낸 최선의 생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 국책 보고서들의 잇단 경고, ‘성장률 착시’와 실종된 낙수효과

물론 국책 연구기관과 통화당국이 지적하는 부작용의 근거가 빈약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전체 GDP 성장률 지표를 과대평가하게 만드는 ‘기저 왜곡(착시 현상)’을 수차례 경고해 왔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무역흑자(10월 425억5000만 달러) 뒤편에서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 겪는 한계 상황이 가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경제동향 분석 등을 통해 ‘고용 없는 성장’과 ‘낙수효과 실종’을 꾸준히 짚어왔다. 반도체는 고도로 자동화된 자본·장치집약 산업이어서 수출액이 수백억 달러 늘어도 고용 유발 계수는 조립 가공형 제조업(자동차 등)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수출 지표는 사상 최대를 경신하는데 골목상권과 서민 체감경기가 영하권에 머무는 ‘K자형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이다. 미국 빅테크의 AI 설비투자(CAPEX) 속도 조절 시 완충 장치 없이 무역 절벽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보고서마다 빠지지 않는다.

다만 국책 보고서들의 진단이 ‘쏠림 현상의 문제’로만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특정 품목 쏠림을 리스크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분업 체계에서 확보한 강력한 비교우위로 인정하되, 왜 반도체 외에 다른 수출 효자 산업이 나오지 못하는지 구조적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 “비교우위 결과일 뿐… 신산업 가로막은 포지티브 규제가 ‘외발 경제’ 불러”

결국 문제의 본질은 “반도체 비중이 왜 이렇게 높은가”가 아니라, “왜 다른 산업은 반도체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했는가”로 귀결된다.

반도체 비중이 50%에 육박하게 된 이면에는 반도체의 독주와 더불어, 지난 10여 년간 고부가가치 신산업이 싹트지 못하도록 짓눌러온 촘촘한 규제와 경직된 노동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허용한 비대면 진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는 직역 갈등과 의료법 족쇄에 묶였고, 모빌리티와 플랫폼 혁신은 ‘타다 금지법’과 같은 낡은 법제에 가로막혔다. 

AI·소프트웨어 역시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허용된 것 외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형 법 체계에 발이 묶여 글로벌 서비스 수출 산업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는 “반도체 쏠림은 시장의 비교우위에 따라 자본과 인재가 효율적으로 결집한 결과”라며 “정부가 주시해야 할 것은 반도체의 질주가 아니라 촘촘한 규제와 진입 장벽에 막혀 제2, 제3의 먹거리를 내놓지 못한 타 산업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사상 첫 1조 달러 달성이라는 외형적 축배 속에서 한국 경제가 마주한 진짜 숙제는 특정 품목의 성장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규제 빗장을 과감히 풀어 시장 스스로 ‘제2의 비교우위 품목’을 창출하도록 길을 터주는 일이라는 진단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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