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맥(MAC), 나스(NARS), 에스티로더 등 명품 화장품 뒷면을 장식한 이름, 전 세계 1100여 개 고객사를 품은 글로벌 1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다. 지난해 2조4002억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1.8% 늘어난 1조4769억 원의 매출과 126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폭발적 성장세를 잇고 있다. 이 같은 초격차 경쟁력 중심에는 30년간 K뷰티 생태계를 이끌어 온 이경수 회장의 결단이 있다.
◆ '위기를 기회로' 신뢰로 경쟁력 확보
7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시작은 1992년 11월 일본 미로토와의 기술 제휴로 출발한 '한국미로토'였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자체 연구소장을 해고하라는 제휴사의 무리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1994년 '코스맥스'로 사명을 변경하며 독자 생존의 길을 택했다. 이 회장은 독자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제휴 단절이라는 위기를 감수하며 홀로서기를 택한 셈이다.
이 회장의 이러한 위기 극복 리더십은 지난 1997년 국내 시장을 강타한 외환위기(IMF) 때 더욱 빛났다. 당시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원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원자재 공급 단가를 동결하고 최소주문수량(MOQ)을 폐지하는 등 고객사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섰다. 단기적 손실을 감수한 이 회장의 이러한 결정은 화장품 업계 내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2003년 론칭한 로드숍 뷰티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에 단 3개월 만에 250개 품목을 공급하며 원브랜드숍(단일 브랜드 매장) 돌풍을 뒷받침하며 사세 확장도 시작됐다. 과거 생존을 걱정하던 중소기업에서 단 5년만인 2008년 기준 1270억 원 매출고를 올리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외형을 키울 수 있었다.
1994년 코스맥스 공장 앞./사진=코스맥스 제공
◆ 중국 첫 진출...글로벌 시장 확대
국내 시장에서 내실을 다진 이 회장은 2004년 상하이 법인을 세우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시장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과거 사드(THAAD) 보복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맥스는 위기 관리 능력을 십분 발휘해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19로 상하이가 65일간 봉쇄 됐을 당시 중국 현지 직원 800여 명이 공장에 상주하며 납기를 지켜낸 일화가 이를 증명한다.
그 결과 사드 여파가 거셌던 2017년 코스맥스 중국 법인은 오히려 전년 대비 39% 성장한 4358억 원의 매출을 냈고, 2021년에는 중국 매출만 6600억 원을 넘었다. 현재 코스맥스는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 상위 10곳 중 8곳과 거래하며 중국 화장품 ODM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7개 공장을 통해 인구수보다 많은 연간 15억8000만 개의 화장품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냈다. 2012년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장을 인수하며 아세안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었고, 2013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뉴저지)에 진출했다. 이어 2017년 태국(방콕), 2021년 콧대 높은 뷰티 강국 일본(도쿄)까지 연이어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코스맥스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상하이·광저우),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글로벌 거점에 24개의 생산 기지를 가동 중이며, 이들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38억6000만 개에 달한다. 이러한 철저한 거점별 현지화와 K뷰티 혁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 화장품 ODM 세계 1위에 오른 코스맥스는 현재까지 왕좌를 수성하고 있다.
코스맥스 미국 공장 전경./사진=코스맥스 제공
◆ 넥스트 스텝은 AI와 초개인화
코스맥스가 꼽는 다음 성장 동력은 인공지능(AI) 그리고 디지털 전환과 초개인화에 있다.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연간 3만6000여 개의 신제품을 쏟아내는 역량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해 뷰티 테크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지난 2020년 3월 코스맥스 대표이사로 경영 지휘봉을 잡은 이병만 코스맥스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취임 이듬해 '디지털 코스맥스'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맞춤형 화장품과 AI 플랫폼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뷰티의 초개인화 전략으로 지난 2023년 1대1 맞춤형 뷰티 플랫폼 '쓰리와우(3WAAU)'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당 서비스는 두피와 모발 상태 등 개인의 복합적인 고민을 세밀하게 분석해 최대 1260만 가지의 레시피 중 최적의 설루션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단 1개의 맞춤형 화장품도 대량 생산 수준의 효율로 24시간 내 조제해 배송하는 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지난 2006년 코스맥스의 코스피 상장식./사진=코스맥스 제공
나아가 AI 스타트업 '아트랩'을 인수하며 AI 피부 진단 기술을 내부로 온전히 흡수했다. 연구부터 생산, 소비자 접점까지 사업 전 분야에 AI와 로봇 기술을 융합해 제품 개발 속도를 대폭 단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지난해 인디 브랜드 육성 등 글로벌 전반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이제는 고객 가치 자체를 프리미엄으로 끌어올려 차별화된 만족을 제공해야 할 시점"이라며 "'메이드 바이 코스맥스'를 신뢰의 기준으로 확립해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프리미엄화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경영 키워드로 '우리의 힘으로 고객 가치에 프리미엄을 더하자'를 제시하며, 핵심 역량 고도화·글로벌 1위 입지 강화·소비자 관점 실행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듯 단순 대량 제조사에서 벗어나 전 세계 소비자의 뷰티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화된 처방을 내리는 '초개인화 뷰티 서비스 플랫폼' 도약이 코스맥스가 그리는 넥스트 30년의 청사진이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