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전기차 시장…'변방서 주류로'(上)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과거 테슬라의 전기차가 애플 아이폰에 이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당시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에 완성차와 IT·전자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2007년 6월 애플의 첫 아이폰의 등장 이후 삼성전자의 갤럭시S 출시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했듯이, 테슬라의 전기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을 촉진시켰다는 평가다.

   
▲ 정부의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2016~2020)'에 따라 국내 전기차 산업의 활성화가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 연합뉴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에서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로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연비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여건이 전세계를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시대로 앞당기는 데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 목표를 수립하고 보조금 지급, 충전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은 더욱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를 100만대 이상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20년까지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육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같은 계획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기차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제주도를 정책적으로 지원해 나가고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에서 운행하는 37만여대의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2020년까지 1회 충전거리를 기존 대비 2.5배 늘리고 전국 각지에 충전소를 대폭 확대하는 등 충전 관련 인프라 확충에도 힘쓸 계획이다. 시내버스 3만3000여대도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전기차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BYD 등 중국업체 성장 주목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PHEV, BEV) 세계 판매량은 총 54만8210대로 이는 전년(31만7895대) 대비 72.4% 증가한 규모다.

현재 세계 전기차 점유율은 전체 자동차 시장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2020년 무렵에는 연간 250만대 규모 이상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세계 자동차업체들도 치열한 개발 노력을 벌이고 있는 모습인데, 특히 중국의 BYD를 선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BYD는 2015년에 6만1726대를 판매하며 전기차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선두 업체로 올라섰다. 

창청자동차는 전기차 등 신에너지자동차 개발에 117억위안을 투자, 창안자동차는 향후 10년 동안 180억위안을 투자해 2020년까지 40만대의 신에너지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리판자동차도 2020년까지 20개 신에너지 자동차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세계적인 IT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 애플은 2019년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로봇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개발·연구팀 ‘타이탄’을 운영 중이며 최근 2년 동안 산업용 배터리 관련 특허도 290개나 출원한 바 있다. 

   
▲ 아직까지 사용 편의성이나 경제성 등 측면에서 전기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을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올 들어 글로벌 완성차를 필두로 가격이나 성능, 주행거리 등의 측면에서도 기존 내연기관에 견줄 만한 대중적 모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단연 차량 가격과 인프라를 꼽는다. 전기차 가격의 25~3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하며 부족한 운행 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충전인프라 구축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공공 급속충전시설은 337기로 제주, 서울, 경기 지역에 밀집돼 있어서 전기차 선도국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이 전기차를 국가와 기업의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배터리, 충전기,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과 결합하면 전후방 연관 파급효과가 커 우리 정부와 기업의 보다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흥행 편승하는 기업들 '기술융합'

올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GM과 테슬라가 일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km가 넘으면서도 가격은 3만달러 대의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전기차 시장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으로 회자된다. 

이들 업체의 행보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 미만을 차지하는 전기차가 주류 시장으로 가는 시발점이란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세계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료전지차를 미래 궁극적인 자동차 유형으로 밀고 있는 토요타는 PHEV를 기존 전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자체가 가진 잠재적 혁신성을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기업들이 놓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연료전지차에 집중하며 전기차와 관련해선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에서 PHEV, 순수 전기차까지 3종의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아이오닉(Ioniq)’ 라인업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미 2000만원대의 하이브리드를 지난 1월부터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전기차 모델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