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저유가 지속에 수익호조 유지 전망…'중국 한파' 경계, 성장전략 마련 고심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저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면서 올해 정유와 석유화학업계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익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의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과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가 지속되자 석유화학업계는 천연·셰일가스(미국)나 석탄(중국)을 주원료로 하는 경쟁국에 비해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저유가에 석유제품 수요가 견고한 상황이다. 정제마진의 경우 배럴당 3달러선(작년 초 기준)에서 8.7달러(작년 12월)까지 뛰어올랐다.

다만 중국경제 둔화로 인한 차이나 한파와 일부 공급과잉 등 업계의 근본적 과제가 여전히 산재해 있는 만큼 인수합병(M&A)이나 고부가가치화 등 성장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 기록적인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유와 석유화학업계는 양호한 제품 가격에 꾸준한 체질개선으로 수익성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 등 공개 석상에서 M&A 방침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을 언급해 이들 기업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 맏형격인 LG화학은 M&A 등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최종 계약이 연기된 상태이나 LG화학은 국내 최대 농자재전문기업인 동부팜한농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선진형 종합화학회사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LG화학 CEO인 박진수 부회장은 최근 주총에서 사업구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시켜 나가는 한편 에너지, 바이오, 무기소재 분야 등을 포함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략적 M&A 등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SK종합화학 역시 올해 M&A와 고부가가치 사업 발굴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자(CEO)인 정철길 부회장은 지난달 SK종합화학 상하이 사무소를 찾은 자리에서 범용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부가 화학제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해당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해외 중소업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M&A나 합작사업에 나설 뜻도 전했다.

SK종합화학은 현재 중국업체는 물론 기술경쟁력이 높은 해외업체들을 대상으로 M&A, 조인트벤처(JV), 지분투자, 등 다양한 사업구조 협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삼성그룹의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을 인수한 롯데케미칼도 추가 M&A 등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국영석유업체 베르살리스와의 합작법인인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 주식회사’를 여수에 설립하고 스티렌 이소프렌 스티렌(SIS)과 스티렌 부타디엔 스티렌(SBS) 공장 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상하는 차이나 리스크…대안은?

올해 석유화학업계의 전망이 결코 밝은 것만은 아니다. 업계에서도 일부 제품이 최근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사업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테레프탈산(TPA), 그중에서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이 꼽힌다.

TPA는 파라자일렌(PX)을 원료로 생산하는 순백색 분말 형태의 제품이다. 폴리에스테르섬유, 페트(PET), 필름·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주원료로 생산공정에 따라 고순도 테레프탈산(PTA)과 중순도 테레프탈산(QTA)으로 구분된다.

우리 유화업계의 PTA 생산량은 2012년 619만톤에서 2013년 585만톤, 2014년 534만톤, 올해 상반기 257만톤 등으로 계속 축소되고 있는 양상이다.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수요마저 줄면서 공급과잉 규모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 특히 대중국 수출에 의존해왔지만 중국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자급률이 높아지자 이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SK유화는 지난해 PTA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 역시 생산라인 전환을 진행 중이다. 한화종합화학과 효성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중국이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있어 국내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평균 70% 수준인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자급률을 2020년까지 10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국 기업을 키우고 있다. 

에틸렌 가격과 스프레드의 호조로 국내업체들의 수익성이 올해도 개선될 전망이나,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시장 역량을 키우지 않고서는 중장기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사업재편을 위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민간 주도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구체적인 실행에는 이르지 못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을 통한 자생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경쟁력를 강화해야 한다”며 “나프타 공동구매, 부산물·유휴설비 및 저장시설 등 지원설비 공유화와 같은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