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보험부채평가 원가평가서 시가평가로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보험업계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고민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견디지 못한 보험사들이 매물로 잇달아 M&A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 회계제정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 Board)에서 통일된 국제회계기준(IFRS) 제정,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는 오는 2020년 도입이 된다.

새 회계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는 보험부채평가의 평가방식을 계약시점 기준(원가)이 아닌 매 결산기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평가로 변경한다는 것이 주요 요점이다.

이같은 IFRS4가 도입되면 보험회사에 미치는 재무적영향은 물론 보험상품 등 경영패러다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 알리안츠생명이 '헐값'에 매각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는 것.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6조6510억원으로 생보업계 11위 규모인 알리안츠생명이 당초 수천억원대에서 매각될 것이라는 예상가를 뒤엎고 35억원(300만달러)에 중국 안방보험 그룹 품으로 넘어갔다.

또한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한국에 쏟아부은 돈만 1조3000억원 가량임에도 불구하고 예상가에 못 미치는 수준에 매각을 하면서 업계의 적잖은 충격을 줬다. 알리안츠생명 매각을 두고 인력비용구조가 높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퇴직금 부담, 강성노조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IFRS4 도입에 대한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된다.

유럽은 이미 자기자본규제를 대폭 강화한 회계기준인 솔벤시(Solvency)Ⅱ를 적용하고 있어 알리안츠그룹의 자회사인 한국 알리안츠생명도 해당 규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국 알리안츠생명에 6000억~1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의 사례는 단순 매각이 아닌 보험업계에 새회계기준 도입의 위력을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원가평가로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준비금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능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시가평가로 변경되면 보험사들의 제대로 된 민낯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IFRS4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과거 연 5~9%대의 고금리 확정계약이 많은 보험회사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 보험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알리안츠생명 역시 금리 확정형 보험상품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47.9%인 6조1261억원에 달하며 고금리 상품의 비중이 높아 최소 1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도 ING생명, PCA생명, KDB생명 등이 매물로 나와있지만 이같은 이유에서 IFRS4 도입의 여파로 고금리 확정계약이 많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는 등 M&A 시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TF 구성 등을 통해 보험사들에서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아 자본확충 규모가 얼마인지는 예상할 수 없다"며 "차입, 채권, 증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준비금을 쌓아야겠지만 자본확충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의 경우 줄도산으로 이어져, 저축은행 사태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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