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신 왜곡한 반체제 혁명가요 제창하는 건 광주운동 모독
   
▲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국회의원들도 물론이고, 심지어는 이 나라 역사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들마저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표현한 가요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추적해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작과정과 그 메시지를 분석해보면, 그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왜곡한 가요임이 드러난다. 

광주운동은 군부독재에 항거한 민주화운동

1980년 5월 봉기에 참여했던 광주의 시민과 학생들은 군부독재에 항거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촉구하기 위해 봉기에 참여했다. 봉기에 참여했던 시민과 학생들은 훗날 발표한 회고담에서 “계엄군의 시위대에 대한 과잉진압을 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분노하여, 자유민주주의에 거스르는 계엄군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봉기에 참여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봉기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남긴 회고문이나 구술자료들 가운데 체제변혁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봉기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전무하다.

봉기기간 중 학생과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를 존중하고 애국가를 애창했다. 봉기기간 중 군중이 외친 구호는 ‘전두환 물러가라’, ‘계엄령 해제하라’, ‘김대중 석방하라’ 등이었다. 봉기주도세력이 살포한 유인물의 내용은 공수부대의 잔혹행위 비판,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동참해달라는 호소, 최규하 정부 퇴진, 구속 학생·정치인 석방, 과도정부수립 등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인물을 살포한 봉기 주도세력은 자신들의 행위를 ‘광주시민의거’라고 말했다. 
  
봉기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시민들의 언동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총기를 들고 계엄군에 대항하면서도 자기들의 무장저항이 대한민국이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대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5월봉기에 참여한 광주시민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공적인 면모까지 보였다. 무장투쟁자들까지도 자기들이 빨갱이로 오해되는 것을 싫어했다. 시민들은 봉기대열에 빨갱이가 침투할 것을 우려하여 불순분자 색출을 위해 봉기 본부인 전남도청에 조사반을 조직·가동하기도 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1작사자는 백기완이고, 제2작사자는 황석영이다. 이 두 사람은 반대한민국 활동을 전개한 경력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반국가인사들이 만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설사 그것이 반체제 혁명가요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노래를 국가적 기념식에서 제창한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황석영이 시작한 광주민주화운동의 성격 왜곡

광주운동 주도세력은 봉기가 진압된 직후인 1980년 6월  『광주시민의거의 진상』이란 팜프렛을 발표했다. 이 팜프렛에서도 주도세력은 광주운동의 성격을 “군사독재체제 강화에 대한 도전이고 자유민주주의 열망의 표현”으로 규정했다. 광주봉기의 주도세력은 광주민주화운동 1주년인 1981년 5월에도 광주운동의 정신을 자유민주주의 회복으로 보는 관점을 견지했다. 

광주운동에 대한 봉기주도세력의 이러한 성격규정은 1982년 봄부터 5월봉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의해 변경되기 시작했다. 봉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반대한민국 성향의 인사들이 광주운동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반대되는 새로운 국가가 만들어지는 ‘새날’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운동으로 보는 시각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운동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반대한민국 성향의 인사들이 사후에 광주운동의 성격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규정한 것이다. 이는 마치 4월혁명을 그 혁명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좌익세력이 사후에 민주화혁명인 4월혁명의 성격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민족자주통일촉진운동으로 규정한 것과 같은 모양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새로운 체제를 실현하는 새로운 세상, 곧 새날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운동으로 규정하려는 시도의 선두에 선 것이 황석영 등에 의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작·유포이다. 황석영은 이 노래의 제작과 유포를 주도한 데 이어, 1985년 5월에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과장과 허위가 많은 광주민주화운동 보고책자를 발표하여 ‘광주혁명론’의 시각을 확산시켰다. 황석영이 왜 이런 작업을 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황석영의 이런 활동은 그가 1989년 북한을 불법방문하고 그 후 4년간 북한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던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어쨌든, 문서상으로는 황석영에서 시작된 광주운동의 성격을 ‘목숨 걸고 새날을 실현하기 위한’ 반체제 혁명운동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는 1986년 이 나라 대학가의 혁명적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친북계파인 NL계가 장악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과 그 성격규정에 대한 변화과정을 정리해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반영한 가요가 아니라, 남한에서 혁명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혁명가요를 만들 목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왜곡한 가요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광주정신 왜곡한 반체제 혁명가요를 광주기념식에 제창하는 것은
광주운동 모독하고 대한민국을 바보집단으로 만드는 일

대한민국에 대해 애국적이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했던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반대한민국적 반자유민주주의적 혁명 정신으로 왜곡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표현한 가요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양으로 전개된 NL계의 공작에 의해 이 노래가 국가적 차원의 광주운동기념식에서 한 때는 제창되기까지 했고, 지금도 합창되고 있다. 

이런 사태는 광주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했던 인사들이 궐기해서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했던 인사들은 노령과 이론 역량 부족으로 인해서 그런 일을 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 또한 광주운동 관련 단체들의 주도권은 ‘혁명파’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이 정치권에서 공작을 전개하여 압도적 다수의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민주화운동 국가기념식에서 제창하도록 결의하고 그 결의를 수용하라고 행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압도적 다수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이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을 전혀 해보지 않은 채 그에 동조한 것이다.

박근혜 행정부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배한 충격으로 인해 그러한 정치권의 공세에 저항할 의지를 상실하고 있다. 광주운동의 정신을  왜곡하고 반체제 혁명을 촉구하는 가요가 국가적 차원의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제창되는 것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하고, 대한민국을 바보집단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이 나서지 않으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정치권의 바보들의 행진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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