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24억 과징금 25분의 1수준 대폭 줄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영업에 대한 처벌이 고작 5억원의 과징금으로 마무리되면서 남양유업이 ‘회심의 미소’를 띠게 하고 있다. 당초 124억원의 과징금이 25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과징금 5억원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직도 대리점에 대한 갑질은 여전한데 대형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갑질행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제2의 남양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일벌백계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공정위의 관리·감독과 제재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 2013년 7월 남양유업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모습./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영업횡포는 지난 2013년 젊은 영업사원이 나이가 많은 대리점주에게 욕설하는 녹취가 공개되면서다. 막말파문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남양유업이 전국 약1800여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로 공급한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사태는 유통업계에서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동시에 한국사회에 ‘갑질 논란’을 촉발시켰다. 남양유업은 갑질영업에 대한 대가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24억 6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남양유업 사태는 과징금 5억원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당초 부과했던 남양유업에 대한 과징금 124억 6400만원을 재상정해 5억원으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근거부족에 따라 과징금 119억원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해 1월 남양유업이 강제 할당한 시기와 수량, 해당 대리점 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공정위가 부과함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했다고 판결했으며,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그제 서야 공정위는 같은 해 6월 남양유업 대리점을 상대로 주문 수량 등에 대한 기록 확보에 나섰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로그 기록이 저장된 대리점의 컴퓨터는 이미 대부분 교체되거나 낡아서 고장 난 뒤였다. 전국 대리점 2000여 곳의 컴퓨터에서 확보한 기록은 15곳에 불과하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4년 전산 주문시스템을 업데이트하면서 이전 로그인 기록은 삭제했다.

‘경제경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엉성한 일처리가 남양유업 측에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는 비판이 제기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남양유업이 전산 발주 프로그램인 ‘팜스 21’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주들의 피해를 밝혀줄 로그 기록을 복구가 불가능한 형태로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밀어내기 횡포는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몇 해 전에는 한 식품업체의 지방 대리점주가 밀어내기 물량에 따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업계의 밀어내기 뿐 아니라 대형유통업체에서 측 사유로 발생한 인테리어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행위 등 갑의 횡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남양사태가 터지고 공정정부 당국에서는 이 같은 불공정거래 해위를 근절하고자 칼을 빼들었으나 그 때뿐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