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재·설계·엔지니어링·감리 등 후반산업 붕괴 우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정부가 진행중인 기업구조조정 방향이 대기업 위주의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소 뿐 아니라 조선산업의 전반을 고려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 정부가 진행중인 기업구조조정 방향이 대기업 위주의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시중 은행장들을 소집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가 확정한 자구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윤종규 국민은행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모였다.

진웅섭 원장은 은행들이 여신을 축소하면 3사의 자구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면서 거래유지를 거듭 당부했다.

반면 SPP·성동·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 3사는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시장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유동성이 부족해져도 절대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데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은 결국 각 사별 주채권은행 주도의 대형 조선 3사 자구계획 조합이 아닌가 싶다”며 “결국 대마불사형 구조조정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모두 대기업들 아닌가, 대형사 위주의 구조조정 개편이었다”고 꼬집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구조조정 관련 참고자료에 따르면 중소형 조선사의 여신현황은 4월말 기준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이 각각 3조8000억원, 1조9000억원, 8000억원이다.

채권단은 자금부족이 발생해도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각사가 자체 해결해야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성동조선은 야드매각, 인력감축 등으로 총 3248억원의 자구계획을 마련했으며 대선조선도 영도공장 매각과 인력감축 등 673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련했다.

SPP조선은 채권단 자율협약이 시작된 지난 2010년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력과 설비 50% 축소, 유휴자산 매각, 급여삭감 등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SPP조선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채권단은 SM그룹에 SPP 사천조선소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M&A를 재추진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중소조선소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가경쟁력에서 힘들다는 의견이다.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 없는 벌크선(화물전용선)은 이미 원가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린 상태지만, 탱커(유류운반선)와 컨테이너선 등은 한국의 기술을 신뢰한 선주들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형조선소 관계자는 “벌크선은 중국과 경쟁이 안된다. 하지만 탱커와 컨테이너선은 한국을 고집하는 선주들이 많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일본의 경우도 대형사부터 중소형조선소까지 골고루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규모가 중요한 것은 관련 기자재, 엔지니어링, 설계, 감리 등의 후방산업도 함께 동반성장하기 때문이다. 대형3사만 살아남는다면 국산화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는 후방산업들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조선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방산업이 하나로 어우러져 산업전반을 형성하는 것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시장의 일정한 규모가 필요하다. 빅3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수준의 중형조선소가 뒷받침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소는 모든 것을 조립하는 과정이다. 선박에 들어가는 수많은 기자재들의 부가가치도 고려해야한다. 북유럽은 이러한 부가가치를 잘살려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다”면서 “국내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엔진 등 핵심기자재는 북유럽 업체들에 라이센스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구조조정은 인력·설비 감축이 주가 되고 있는데 산업전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후방산업에 대한 지원과 핵심장비에 대한 기술력을 늘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