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양사 합병불허 가시화…주요 쟁점 '이목'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와 관련해 반대의 뜻을 밝힌 가운데 증권업계는 단기적 관점에서 SK텔레콤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전망했다.

   
▲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4일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 주식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4일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 주식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비전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계 점유율 1위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IP)TV 업계 2위로, 양사가 합병하면 가입자 700만명이 넘는 거대 방송기업이 된다.

SK텔레콤은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다”며 “면밀한 검토 이후 각종 후속대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 업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결과로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은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방송산업의 규제 완화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는 공정위 의견이 최종 결정단계는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종 결론까지 1개월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 예측하며 합병 불허 결정이 나더라도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 강화 전략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 내다봤다.

공정위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전원회의에서 SK텔레콤의 반론 등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후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정위의 최종 보고서를 기반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전 동의를 요청한 뒤 미래부 장관이 최종 결정을 발표하는 방식이다.

박상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주목할 부분은 권역별 유료방송가입자 합산 점유율 규제에 대한 해석 차이”라며 “합병법인 출범 이후 CJ헬로비전의 23개 권역(방통위가 정한 케이블방송권역은 총 78개) 가운데 21개에서 시장 지배력 강화, 15개에서 시장점유율 60%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연구원은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에 의거해 경쟁 제한성 측면에서 합병 불허 의견을 도출한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이는 SO, 위성, IPTV를 동일한 서비스로 묶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통합방송법, 전국 가입자를 대상으로 합산 점유율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와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여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요 화두는 ‘구조조정’이다”며 “미디어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부문은 CJ헬로비전이 속해있는 SO로서 공정위의 판단을 고려할 때 SO들은 현재의 시장 구도를 유지한 채 성장 정체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M&A 없이도 IPTV 가입자를 순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하다”며 “다만 M&A를 통해 유료방송과 가구 단위의 가입자 유치 시간을 단축하려던 계획, SK브로드밴드에 재무 관리형 CEO가 아니라 미디어 전문가를 취임시켜 해당 사업을 확대하려 했던 계획이 어그러지는 점은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 측면에서는 본사의 무선 사업 둔화 속에서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기업 가치 향상을 꾀하려고 했던 경영 전략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미디어 사업은 당분간 SK브로드밴드의 IPTV 사업과 옥수수(oksusu) 모바일 스트리밍 사업 위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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