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없는 조선일보 신상까지 탈탈 의혹 제기 '병맛'이지만 위험한 이유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진경준-넥슨 커넥션'이란 단단한 그물 속 뜻밖의 대어가 될 것처럼 보였던 우병우 민정 수석 의혹은 조선일보가 '아들이 휴가를 많이 갔다더라', '아들이 비싼 포르쉐를 탔다더라'로 탈선하기 시작하면서 '병맛' 사건으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조선일보처럼 이 커넥션 의혹에 매달리는 언론이 우병우 수석의 어떤 개입이 있었는지 한방을 터뜨릴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탈탈 털어 나온 지금 수준이 의혹의 전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나온 거라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임?'이라는 거다. 언론은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천 억대 부동산 거래에서 '의심스럽다'를 빼곤 알아낸 게 없다. 그렇다고 그럴듯한 다른 의혹을 제기하지도 못했다.

그런 상황에 진경준과 김정주 넥슨 회장이 서울대 86학번 동기고 84학번 우 수석이 진경준의 학과 선배라고 떠들어봐야 의미가 있나. 언론이 부실한 사실관계를 유치한 학연으로 수식한다는 것 자체가 의혹이란 게 별 내용이 없다는 점만 보여줄 뿐이다.

그러니 이건이 우 수석이 청와대를 나와야 할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건 자연스러운 얘기다. 처음 대박 기대와 달리 김이 샌 듯 보이는 조선일보가 2차 3차 계속 터뜨린 별건의 자잘한 의혹들도 마찬가지다. 우 수석 처가 농지법 위반 의혹은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가 지난 해 문제없음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다시 조사해 결과가 바뀐다면 우 수석만 곤란한 게 아니라 화성시의 망신이기도 하다. 의경으로 복무 중인 이 수석 아들이 외박을 많이 나갔다는 의혹도 경찰청은 특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비대 근무 2개월 만에 경비부장실 운전병으로 이동했다는 아들의 꽃보직 특혜 논란에서도 우 수석 개입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연일 별건 의혹을 단독보도라며 여론몰이 하는 TV조선이 한 대에 수 억짜리 하는 포르쉐를 우 수석 아들이 타고 다녔다는 의혹을 캐내는 대목에선 실소마저 나온다. 얼마나 궁색하면 '수억 포르쉐'와 같은 수사로 여론을 자극하는데 골몰할까.

   
▲ 조선일보와 친노의 우병우죽기기가 도를 넘고 있다. 친노는 노무현대통령 비리수사의 주임검사였다는 이유로 저주와 한풀이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우 수석에 대한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로 저의를 의심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의 우병우 과잉 공격, 의도가 있다

우 수석 가족이 법인업무용차를 개인적으로 탔다면 횡령과 배임일 수 있다고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선 조선일보가 어떻게든 우 수석을 낙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소망이 느껴진다. 우병우 사냥에 마치 맹수처럼 덤비는 조선일보 뿐 아니라 한겨레와 같은 좌파언론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그의 낙마를 위해 내달리는 사정은 뭘까. 좌우를 불문하고 이렇게 모든 언론이 일치단결해 특정인 죽이기식 보도를 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필자는 우병우 수석 개인을 편들어주고 싶은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다. 우 수석에게 제기된 어떤 의혹이 만일 사실로 밝혀진다면 우 수석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물고 늘어져 지금 우병우 수석 사퇴를 압박하는 언론은 책임이 없나. 그가 그렇게 흠결 많은 문제적 인사라면 그동안 언론은, 조선일보는 그를 왜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나.

이러니 조선일보나 그 보도를 근거로 물 만난 듯 우 수석 공격에 집중하는 더불어민주당 친노세력이야말로 어떤 의도가 있다고 의심을 사는 것이다. 한쪽 방향으로만 비정상적으로 달리는 언론의 우병우 의혹 보도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심지어 그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 숱한 언론사 중 하나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조차 우병우 공격은 ‘언론의 기싸움’에 불과하다는 솔직한(?) 인식을 보였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우 수석 처가가 상속받은 서울 강남땅을 넥슨에 팔았다는 보도는 의혹이 있다고 보기 시작하면 있고, 없다고 보기 시작하면 없는 그런 수준...(중략) 이제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못하고 농지법 위반이니, 아들 꽃보직이니 하며 다른 의혹을 뒤진다는 것 자체가 강남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무언(無言)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송 위원은 원인이 무엇이든 언론과 대통령이 우병우 수석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국정에 무용하니 우 수석이 일단 사퇴하라지만 필자는 그래서 반대한다.

제 살 깎는 조선일보 우병우 의혹보도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만으로 공직자가 물러나는 관례가 생긴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공직자들이 물러나야 한다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이다. 또 동아일보 논설위원까지 나서서 지적했듯 어떤 이유에서든 공직자가 언론 기 싸움의 희생양이 돼서도 곤란하다. 건강한 권력 견제라기보다 권력의 상투를 잡아 내 뜻대로 하겠다는 사심이 더 커 보이는 언론의 갑질 행태로 정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영향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병우를 횟감으로 도마에 올린 당사자 조선일보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우병우 수석 의혹 보도를 하려면 감이 되는 제대로 된 의혹을 캐 보도하기 바란다. 고작 '아들 포르쉐' 운운하는 선동이나 자잘한 의혹을 과장되게 부풀리는 데만 몰두한다면, 안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을 소환해서 이 잡듯이 수사를 했던 사람이 바로 당시에 우병우 중수1과장 아니었나. 그 기준으로 본인한테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친노와 마치 이걸 적극 거들기라도 하는 것 같은 조선일보의 행보는 이 신문에 대한 국민의 오랜 신뢰를 깎아먹는 짓이라는 점 깨달아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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