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이식 의혹 제기…우병우 인사검증 사실 주목받아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를 첫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천하의 조선일보라지만 5년 전 이들 간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을까.

물론 기사 대부분은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는 팩트에다 서울대 학맥 등을 엮어 김정주-진경준-우병우 수석 사이에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상상력을 가미한 의혹 제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에 담긴 내밀한 사실들은 누군가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최소한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정보가 순수한 취재로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궁금증은 누가 제보했느냐다. 우 수석 처가 부동산 매매에서 뭔가 확실하게 나오는 게 없자 아들에 처제에, 사돈의 팔촌까지 팔 기세로 털어대는 조선일보의 우병우 집착 이유보다 더 궁금한 건 사실 그것이었다.

그러다 눈에 확 들어온 게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준 힌트였다. 검사 출신인 이 의원 주장인 즉,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인물은 민정수석실 내부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7월 27일 교통방송에 출연해서는 진행자가 근거가 있냐고 하자 구체적으로 이런 얘기들을 한다. "네. 국회의원을 하다 보니 여러 언론들과 접촉을 하기도 하고 많이 만나게 됩니다. 최근에 이런 언론의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자주 순차적으로 많이 나와서 그 배경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한 번 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언론사 내부에서도 자기들이 받은 이런 제보를 주로 청와대 쪽을 통해서 받았다, 라는 내용으로 언급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구나, 라고 알고 있는 겁니다."

요약컨대 우 수석에 대한 온갖 정보가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언론으로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의원이 청와대나 국민을 조금 우습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지금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언론에 우 수석 정보를 마음대로 흘리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무리 우습게 보여도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까지 겪었다. 돌아가는 메커니즘 상 우 수석의 내밀한 정보를 현재 민정수석실에서 흘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또 만에 하나 누군가가 그 짓거리를 했다면 당장 드러났을 것이다.

언론은 청와대 '권력 암투'니 '권력누수'니 해가면서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용하다. 그럼 그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굴까. 현재 민정수석실이 아니라면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고 우 수석 인사검증을 담당해 누구보다 우 수석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필자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목한다. 대통령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3년, 조 의원은 우병우 수석에 대해 구석구석 잘 알 기회가 있었다.

   
▲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개인신상털이가 수위를 넘어섰다. 먼지털이식 기사가 보도되면서 우병우 수석을 인사검증했던 조응천 의원에게 의혹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우병우를 인사검증 한 이는 조응천

우병우 수석은 2011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된 뒤에 2013년 4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고는 바로 변호사 개업을 했다. 우 수석 인사검증을 당시 조응천 비서관이 담당했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 의원으로서는 그때 우 수석에게 재산신고 내역이나 변동사항과 같은 내역 소명을 요구했을 것이다. 우 수석 처가가 넥슨에 강남땅을 팔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추론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이유는 그가 그걸 당연히 알아야 하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언론을 통해 전해 듣기로 조 의원은 우병우 검사장 승진 때 인사검증을 맡았던 사실을 묻자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모양이다. 조응천 의원은 그 당시 우병우 인사검증을 자신이 맡았던 사실을 왜 당당히 밝히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못하는 것인가.

조선일보가 우 수석을 털기 시작하자 조응천 의원은 여기저기 나가 우 수석에 대해 이말 저말을 늘어놓고 있다. 7월 21일 오마이뉴스에 가서는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전 민정수석들의 위상에 비해 우 수석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는 식의 뒷담화도 깠다.

이런 말도 했다. "원래 고위공직후보 검증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담당했는데 내가 물러난 뒤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검증 업무가 민정비서관실로 이관됐다" "내가 미웠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나와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기강비서관실 직원들의 일을 빼앗아야 되겠느냐" 등등 청와대를 의식한 듯한 헐뜯기, 화풀이로 들릴 법한 얘기들도 뱉어냈다.

자신과 함께 일했던 국정원 직원이 한직으로 밀렸다는 등 원한이 서린 듯한 얘기만 떠벌린 게 아니다. 우 수석 처제가 위조여건으로 처벌받은 사실을 어떤 종편이 20일 단독 보도한 이튿날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에 나가 똑같이 떠들었다. 그 종편은 또 누구에게서 제보를 받은 것일까.

'우병우 죽이기 의혹' 조응천이 설명해야 할 것들

조 의원과 인터뷰한 오마이뉴스 기사에는 "넥슨 주식 뇌물수수와 함께 한진그룹 조세포탈 사건을 무마한 대가로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 전 대한항공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처음 밝혔다."고 돼 있다. 조 의원은 어떤 경로인지 모르나 진경준에 관해서도 이렇듯 세밀한 정보까지 다 알고 있음을 스스로 자랑했다.

우병우 수석 인사검증을 담당한 인물로 누구보다 그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조 의원, 또 언론에 나가 진경준에 관한 이렇듯 구체적인 내용까지 처음으로 척척 털어놓는 조 의원을 보면서 우병우 의혹이 어디서 흘러나왔을까를 생각하고 의심한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조 의원은 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청와대 재직 시절 얻은 정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이 진심인지 의심이 드는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우병우 수석에 대한 조선일보의 과잉 집착과 별개로, 조 의원의 처신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는 게 필자의 솔직함 느낌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언론 보도, 조 의원 스스로 밝힌 발언과 정황 증거 같은 것들을 근거로 한 내 개인의 추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일 작금의 이 난리 법석이 어떤 특정 집단의 사익이나 개인의 악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문제야 말로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만에 하나 조 의원이 언론 제보자와 어떤 관련이 있다면 중대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조 의원은 누가 뭐래도 공인 중 공인이다. 자신에 대한 어떤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조 의원은 2013년 우병우 검사장 승진 인사검증 때 처신을 얼버무릴 게 아니라 그때 상황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청와대와 관련된 석연찮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사건을 보면서, 그때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의 시선이 더민주당과 조응천 의원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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