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10일 남자 자유형 100m예선에 출격
[미디어펜=임창규 기자] “여기가 내 수영 인생의 마지막은 아니다.”

   
▲ 박태환은 10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 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 자유형 100m예선에 출격한다./사진=뉴스1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연달아 쓴잔을 들이킨 ‘마린보이’ 박태환이 재기를 노린다. 박태환은 10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 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 자유형 100m예선에 출격한다.

박태환은 한국 수영의 ‘자존심’이었다. 그는 수영 ‘불모지’인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약물복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하루아침에 ‘약쟁이’로 낙인찍혔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배신감은 배가 됐다.

리우올림픽 출전 티켓을 손에 넣기까지 이런 저런 마음고생을 겪었다. 박태환은 이미 참담한 결과를 예상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끝까지 올림픽 무대를 끝까지 놓치 않았던 것은 '명예회복'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박태환에게 오명과 멍에를 안겨진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다시 살아있다는 씻을수 없는 실수의 벌을 충분히 받았던 그였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하는 것은 금빛 물살을 가르는 것 외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리우올림픽이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사지이자 희망의 땅인 셈이다.

그런 간절함을 안고 출발한 경기결과는 참담했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 결선 진출에 이어 200m 예선에서도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이 지난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걸었던 종목이다. 1분48초06이라는 조 최하위 기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 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영 영웅의 기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했다.

사실, 박태환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권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올 시즌 성적이 세계 6위에 머물러 있었고, 최근 2년간 큰 대회 출전 경험도 전무했다.

다만,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이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박태환의 훈련부족은 경기력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이를 자초한 것은 대한체육회의 책임이 크다.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선수자격 정지징계에서 풀려났음에도, 대한체육회는 ‘도핑에 연루된 선수는 3년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박태환의 대표팀 발탁을 끝내 허용하지 않았다. 이중처벌 논란은 계속 됐다.

리우올림픽 출전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박태환과 대한체육회 모두 여론을 갈라놓으며 서로 큰 상처를 받았다. 스포츠계의 어른인 대한체육회가 계속된 반대 속에도 박태환은 올림픽행에 몸을 담았다. 결과적으로 대한체육회의 주장과 입장은 더이상 힘을 쓸수 없게 된 것.

대한체육회의 몽니에 한 선수의 인생은 리우올림픽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리우올림픽에서 고개숙인 박태환의 모습을 본 대한체육회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중처벌의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박태환의 모습을 보며 전도유망한 스포츠 후배들의 인생을 더 이상 짓밟아서는 안된다. 제2의 박태환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대한체육회의 전향된 자세와 변화가 필요할 때다.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잃은 대한체육회가 또 다시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공분을 사게 된다면 스포츠인이나 국민들 모두에게 신뢰받지 못한 절름발이 스포츠 단체가 돼 버릴 것이다.

이중처벌에 징계기간 마땅한 훈련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박태환은 옛 스승이 운영하는 ‘꿈나무 수영교실’에서 훈련해왔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것은 약 5개월이 전부다. 훈련부족은 자명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의 옛 스승인 노민상 전 수영국가대표팀 감독 역시 박태환의 추락요인으로 ‘훈련부족’을 지목하며 가장 가슴 아파했다. SBS 해설위원으로 리우에서 박태환의 경기를 지켜본 노 전 감독은 “4년을 준비해도 안 되는데, 그동안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며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반면, 박태환과 경쟁관계를 유지해 왔던 중국의 쑨양은 이번 올림픽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쑨양 역시 박태환과 마찬가지로 도핑파문을 겪었다. 그는 이로 인해 3개월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 반도핑 기구가 편법으로 쑨양의 전지훈련과 아시안게임 출전을 도와줬다는 ‘불편한’ 사실에 대해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자국수영 발전에 이바지한 선수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준 중국의 자세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쇠를 두드릴 수록 강하게 된다. 박태환의 인생사는 심한 굴곡을 만나 다시 평지로 들어서고 있다. 리우올림픽이 모든 건 아니다. 앞으로 박태환은 100m, 1500m 예선이 남아있다.

자신의 주종목인 400m와 100m에서 예선탈락한 박태환에게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메달을 기대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그에게 바라는 것은 슬픈 표정이 아닌 즐기는 모습이다.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기대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성원과 격려에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박태환은 올림픽 개막 직전, 여러 차례 “즐겁게 즐기겠다”는 말을 거듭하며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늘 박태환이 자유형 100m예선에 출격한다.

도핑파문으로 한때 등을 돌렸던 국민들도 최선을 다하는 박태환의 모습에 격렬한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는 모두 잊고, ‘후회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즐겼으면 한다. 여기까지가 박태환 수영 인생의 마지막은 아니다.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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