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7일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사회적가치기본법‘, '사회적경제기업제품의 구매촉진 특별법'을 동시 발의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정부가 육성·지원하는 법적 근거와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법안들이다.

특히 19대 국회에서도 큰 논란을 낳았던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다시 등장했다. 야당은 기자회견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사회적경제를 보다 튼튼히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에 불과하다.

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제안이유에서 ‘대자본의 과도한 사적이익 추구’와 ‘국가의 조절기능 약화’가 마치 현재 양극화 사회와 사회통합 저해의 원인처럼 기술하고, 공공경제와 시장경제와는 다른 ‘사회연대경제’의 원칙과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이는 아직 개념 정립조차 안 된 ‘사회적경제’를 마치 만능해결사인양 시대적 소명을 안고 등장한 것처럼 미화시키고, 헌법의 기본가치인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다.

법안은 사회적경제의 ‘자생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정책, 예산, 조달, 금융, 세제 등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공공기관에 총 구매액의 5%까지 우선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주도하에 세금으로 육성시킨다면 ‘자생적’이 아니라 정부에 ‘의존적’인 조직들만 양산하게 된다. 그런 조직은 정부지원이 끊어지면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자생력과 자기책임 하에 설립․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들이 많은데, 이 법안은 그런 건강한 조직들의 활동도 방해해 기존 생태계를 어지럽힐 것이다. 

무엇보다 법안의 사회적금융 육성과 사회적경제발전기금․지역사회적경제발전기금 설치, 민간기금의 조성 부분은 심각하다. 정부예산과 민간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이 기금이 자칫 정치적인 압력과 표퓰리즘 바람에 휘둘린다면 자발적 기금조성은 요원하다. 또한 배분과정에서도 각종 정치적 로비와 지대추구라는 문제도 제기돼 또 다른 불공정․불신 문화로 이어진다.

법안에서 ‘사회적경제기업’으로 분류한 조직의 범위도 너무 광범위하다. 사회적기업, 마을․자활기업, 생협․농협․수협․신협, 새마을금고 그리고 중소기업중앙회까지 포함시켰다. 대한민국에는 대기업부터 중소․자영업, 벤처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경제성장 촉진과 수출확대를 통해 재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이 법안대로라면 정부지원과 세금에 의존하는 기업이 폭증해, 대한민국에 모험심과 혁신․창의성, 끈기라는 기업가 정신은 점차 후퇴할지도 모른다.

또한 대통령소속으로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를, 공공기관으로 사회적경제개발원을 설립하는 것은 정부에게 자금․조직을 관리․통제하도록 해 오히려 관치(官治)시스템을 구축한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제공한다는 주장도 의문이다. 세금으로 오래 버틸 조직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단명(短命)하는 조직들의 근로자는 또 다시 구직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선진국과 한국에서 조직의 태동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겉모양만 이식할 경우 국가 시스템 곳곳에서 오작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바로 그러하다. 기존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생태계를 위협하고,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교란시키고, 세금 지원과 관치시스템으로 자생력․자기책임을 망각하게 할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정책들은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야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조직들의 ‘자립’과 ‘자기책임’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파장을 낳기 때문에 법안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