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흔들기 도 넘어…비리온상 비서실장 시절 되돌아 봐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야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여부에 박근혜 정권 모든 것이 다 걸린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주승용("정권의 도덕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우상호("박근혜 정권의 도덕성 문제")와 같은 야당 의원들 특히 우병우 퇴출 국민운동본부장이라도 된 것 같은 박지원 의원의 발언들을 접할 때마다 민망한 기분이 드는 것도 그런 지나친 과장 때문이다.

우 수석 의혹 건으로 현 정부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건 이해가 된다. 대한민국이든 세계 어느 나라든 도덕성이란 늘 정적을 치는 가장 주효한 무기가 돼 왔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국민 다수의 공감대인 상식이라는 게 있다. 이건 내 눈의 들보는 무시하고 남의 티끌만 심판하겠다고 매달려선 확보할 수 없는 기준이다. 우 수석의 티끌만한 먼지라도 털어 기필코 잡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지금 야당 태도는 과연 상식적인가.

소설 같은 논리 선동하는 무책임

도덕성이란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야당의 우병우 공세는 지나치다. 의도의 순수성이 미심쩍은 언론이 제기한 의혹만으로 우 수석의 도덕성을 심판하는 모습은 블랙코미디다. 꽤 시간이 흘렀다곤 해도 아직까지 많은 국민들은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부정부패 비리 의혹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 특히 말기의 청와대는 숱한 비리 사건의 온상지나 다름이 없었다. 2000년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 인사가 포철 납품 관련 비리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엔 현직 민정수석이 소위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뇌물 수수사건으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무슨 게이트 사건마다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되다보니 야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청와대가 비리 온상"이란 비난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하다못해 청와대 청소 담당 8급 기능직까지 뇌물을 받아 챙기는 기가 막힌 일까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 김홍일씨 보좌관 출신이 민정수석실 산하 민원비서관실 비서관으로 일했던 건 코미디의 최절정이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업무였던 민원비서관실에 대통령의 아들 보좌관 출신이 비서관으로 일하는,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똑같은 일이 있었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을 들먹이면서 우 수석 사퇴 공세를 벌이는 정치인들은 김대중 정부를 떠받들고 계승한다는 사람들이다. 물론 부정부패까지 이어받겠다는 얘긴 아니겠지만 온갖 비리 사건이 터지던 정권 중심에 있던 박지원 의원 같은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은 우병우 수석을 청와대 수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박 의원은 "지금 우병우 종기를 도려 내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온몸에 고름이 번질 것"이라며 "우 수석이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물론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각종 인사 검증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면 정권의 도덕성과 정통성에 큰 결함이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도 했는데, 이런 과장도 좀 우습다.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만으로 먼지털이식으로 덤비고 있다. 박 의원은 "우병우 종기를 도려내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온몸에 고름이 번질 것"이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병우 터널 만들고 거기에 가두는 박지원

"청와대가 비리 온상"이란 소릴 듣던 김대중 정권이야말로 온몸에 종기가 나고 고름이 번졌다고 볼만한 정권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권의 도덕성과 정통성에 무슨 엄청난 결함이 생겨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실패한 정권으로 남았나. 박 의원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박 의원은 "80퍼센트의 국민과 야당도 (우 수석 사퇴 요구에) 나섰는데 이를 청와대에선 뭐라고 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 논리로 김대중 정권 때였다면 조금 과장해서 말해 청와대에 남아날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다. 언론이 만든 광적인 마녀사냥 속에서 거의 억지로 뒤집어쓰다시피 한 혐의 때문에 대통령 비서가 여론 눈치를 보고 청와대를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했던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의 모든 중진들이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겁한 핑계를 댈게 아니라 오히려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신중하라고 충고해야 하지 않나.

여론이 우 수석 사퇴를 요구하니 따라야 한다는 논리도 잘못됐다. 그걸 따라가야 한다면 청와대보다도 국회의원들이 탄핵당하거나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박 의원은 비리 의혹 앞에선 본인과 '자기편'에게 늘 무죄추정원리를 앞세워 현재 자리를 고수했다. 그래놓고 남에게는 일단 옷부터 벗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태도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힌 말은 별개로 치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우 수석이 현직이라 수사에 개입할 수 있고 불공정할 것이라는데, 지금 우 수석을 쳐다보는 눈이 몇 개인가. 여야 좌우 거의 온 국민이 우병우 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지 않나. 이런 때에 유죄가 무죄로 둔갑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는 건 거의 망상에 가깝다.

지금 대한민국이 우병우 터널에 갇혀 있는 건 박 의원과 같은 사람들이 상식과 동떨어진 정치공세에만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언론 선동에 올라타 소설 쓰고 우 수석 사퇴요구 날짜나 셀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터널을 하루빨리 빠져나오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옳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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