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재명 등 정치인 바보로 만들어…'민뽕' 프레임 좌파의 자승자박
   
▲ 최공재 영화감독
본의 아니게 착한 영화가 되어버린 ‘덕혜옹주’

솔직히 고백컨데 필자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다시 한번 정확히 말하지만 ‘못 본’ 것이 아니라 ‘안 본’ 것이다. 이런 만들 필요도 없는 영화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내가 그 아까운 시간과 돈 만원을 투자해가며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없었고, 안 봐야 할 이유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토론회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나오게 됐다. 영화를 안 봤기에 당연히 영화내용과는 상관없는 영화 외적인 내용들이다.

인천상륙작전을 방해하려는 좌파들의 단합에 의한 흥행 성공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좌파들은 참으로 특이한 행사를 진행한다. 전교조와 전국의 역사교사들을 모은 시사회가 열렸고, 그곳엔 아둔하게 교총도 이름을 올린다. 전교조 조직과 역사교사들의 침이 마를 정도의 극찬이 이어지며 영향을 받은 학생들과 좌파 젊은이들의 러쉬로 인해 누가 봐도 망할 것이라 자부했던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다.

   
▲ 전교조와 역사교사들의 영화 덕혜옹주 단체관람 풍경./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 후에는 김종인, 이재명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치인들의 단체 관람이 시작되었고, 국회시사회도 열렸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이 심각한 역사왜곡에 대한 뜨거운 논쟁과 불만을 터뜨리고 있던 시기였지만, 그런 문제 따위는 그들에게 아무 필요 없었다.

그저 그들에게 이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이라는 국뽕영화의 흥행을 막기 위한 처절한 싸움의 도구였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그로 인해 이 영화는 착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전교조와 한국의 역사교사들, 그리고 국가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역사에 무식하며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역사를 왜곡시키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계기를 제공해 줬으니 말이다.

대중들은 오히려 똑똑했다. 그들의 반응을 보자.

   
▲ 사진은 덕혜옹주를 접한 대중들의 댓글 반응./사진=자유경제원 자료집

좌파 평론가들은 어설픈 논리로 피해갔지만 대중들의 눈은 정확히 역사를 바라봤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해도 해도 너무하게 역사를 왜곡시키는 이 영화에 대해 온갖 자료를 다 들이대며 반론을 제기했다. 리뷰란의 탑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추천글들이 대한제국 황실의 추잡함을 말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가슴 아프도록 슬프다던 전교조와 역사교사들,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흥행을 하기 시작했고 자기들의 선동이 먹혔으니 그거면 된 거다. 그들에게 역사인식이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 참 착한 영화다.

좌파의 이중성을 보여준 참 착한 영화

덕혜옹주가 흥행반열에 오르고 ‘터널’이 좌파의 선동 역할을 대신하자마자, 얼굴을 바꿔 덕혜옹주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 좌파언론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컷뉴스가 대표적 예다.

   
▲ 덕혜옹주를 비판했던 노컷뉴스의 글./사진=노컷뉴스 페이스북 캡처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인천상륙작전에 불같이 역사왜곡을 주장하며 3점을 주던 황진미라는 평론가가 총대를 메고 나타났다. 

같은 역사왜곡이라 치더라도 인천에는 3점을 주던 사람이 이번에는 6점을 줬다. 내용은 역시나 객관적이지 않은 몹시도 주관적인 그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 영화는 다시 한번 착한 영화의 범주로 들어선다. 

‘시사자키 장관용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를 통해 황진미는 다음과 같은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 정관용> 그런데 덕혜옹주를 마치 일제에 저항하고 독립운동을 하려고 했던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가. 

◆ 황진미> 그렇죠. 

◇ 정관용>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 황진미> 저는요, 이것이 굉장히 어떤 회고적인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정관용> 회고적 정서. 

◆ 황진미> 그러니까 이를 테면 어찌됐든 황실의 그런 아리따운 옹주로 태어나셨는데 뭔가 굉장히 연민, 그러니까 뭔가 안됐지 않느냐. 귀하신 몸인데. 이렇게 나라가 기울다 보니 인생이 쓸쓸해졌는데 그것이 굉장히 안됐지 않느냐. 이 영화 안에서도 계속 거기에 나오는 일반 사람들이 ‘아이고, 우리 옹주님, 옹주님’ 이러면서 ‘어쨌을까’ 이러면서 불쌍, 가련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의 대통령이 왜 당선이 되었는가라는 것도 살펴봤을 때 국민들의 정서 안에서는 ‘아유, 그래도 뭐 청와대에서 지내셨던 분인데 뭔가 자기 옛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 정관용> 그런 정서가 있죠. 

◆ 황진미> 옹주, 우리 공주님 이런 정서가 지금도 사실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요, 이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것 속에는 대한민국이 어떤 방식으로 이 공화국이 섰는가. 그러니까 계속해서 조선이 망하는 그 과정, 대한제국이라는 것이 몰락하는 그 과정.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굉장히 뼈아프게 살펴봐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 우리가 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것을 세웠고 그 이후에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통해서 지금의 어떤, 우리 헌법전문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써있죠.

(중략)

◇ 정관용> 그러니까 우리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 대한민국으로 45년에 해방이 된 거죠. 민주공화국, 왕실이 아니라. 거기에서도, 그 역사적 사실에서도 그 왕실들이 일제시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가 다 드러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냥 불쌍한 우리 옹주. 게다가 참 이렇게 독립운동도 하고 참 착했던 옹주. 이런 사람 하나 갖고 싶은 거죠.

◆ 황진미> 그렇죠. 

황진미 씨에게 참 고맙다. 이런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줘서......! 전교조와 한국 역사왜곡의 선두에 섰던 역사교사들,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까지 싸잡아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을 ‘회고적 정서’에 쌓인 한심한 자들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다른 칼럼에서도 썼듯이 그의 목적은 덕혜옹주의 모습을 통해 현 대통령을 비판하려 하는 의도였겠지만 슬프게도 이미 초반에 덕혜옹주의 프레임은 ‘민뽕’으로 이 영화의 위치를 잡은 사람들이 바로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좌파세력들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 듯하다. 어쨌든 그런 좌파들의 속임수에 볼 필요도 없는 영화를 보고 화가 난 관객들이 황진미의 글을 보고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정치인들과 전교조가 역사왜곡과 상관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 영화를 띄우고, 그 목적을 다하자 한국의 좌편향 평론가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 영화의 역사왜곡을 거론하는 듯하다가 결국 같은 목적으로 현 정권과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안달을 낸다. 황진미 본인의 한 줄 평대로 ‘구황실이 독립운동을 했다고 믿고 싶은 그만의 절절한 욕망의 불순함’이 좌파들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그들이 문화를 아직도 그저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해주는 덕혜옹주는 참 착한 영화다.

   
▲ 영화 덕혜옹주는 영화소재로 맞지 않아 투자진행이 힘들어 만들어지지 않을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바로 영화계의 전문 사기꾼들(?) 덕이었다./사진=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만들 필요 없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왜?

우파의 논리로도, 좌파의 논리로도 이 영화는 만들 필요가 없었다. 우파는 계속적인 역사왜곡을 주장했고, 좌파 역시도 나중이지만 황진미가 나서 비판에 가세했다. 양쪽 모두에게서 비판 받을 정도로 이 영화는 만들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만들어졌다. 왜? 

원래 이 영화는 영화소재로 맞지 않아 투자진행이 힘들어 만들어지지 않을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바로 영화계의 전문 사기꾼들(?) 덕이었다. 영화계에는 영화 만든다고 돈 모았다가 들고 튀거나, 거금을 모으고 일부만으로 대충 만들고 나머지를 챙기는 식의 사기꾼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없어진 줄 알았지만. 특히나 영화계가 뭔지 모르고 애국심으로 투자한 우파들이 많이 당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현 대통령마저도 야인시절 영화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독특(?)하게 사기가 전개된다. 그 과정을 보여드리면 쉬울 텐데 여기에 적을 수 없다는 것에 양해를 부탁드린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좌우 양 쪽 다 사기를 당한 모양새다. 이리저리 해도 투자가 지지부진하자, 이 영화를 만든 사기꾼들은 실제로 있지도 않은 덕혜옹주의 독립운동을 통해 반일과 반미 코드를 급하게 버무려 넣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도 아닌 개념 상실한 모양으로 나오게 된 것이고, 좌우 양쪽 모두에게 욕을 먹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덕혜옹주는 영화계 사기꾼들이 뒤틀린 사고방식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몸소 보여준 참 착한 영화가 맞다. 이제라도 우파도 정신 차리고 정말 우파적인 문화인들에게 투자하고 양성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부터는 사기 안 당한다는 교훈은 덤이다.

번 외로, 내년 7월 이 덕혜옹주를 다시 MBC에서 특별기획 4부작 드라마로 방영한다는 소문이 필자의 귀에 들려오고 있다. 그 작품에는 청산가리 발언으로 스타가 된 김규리가 캐스팅되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확인 중이지만 사실이라면 MBC도 아직 멀었다. /최공재 영화감독


(이 글은 최공재 영화감독이 8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역사를 정직하게 보자, 덕혜옹주의 실상’에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최공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