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처럼 닮은 좌우언론의 선동…정권 흔들기 얄팍한 속셈만 드러내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조선일보가 영향력이 막강한 언론 권력이라지만 두 달 여간 포털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건으로 도배가 된 현상은 누가 뭐래도 좌파언론의 힘을 빼곤 설명할 길이 없다.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는 언론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대한민국은 좌익 언론이 우익 언론을 압도하는 불균형이 심각하다. 

여기에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 황제 언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포털이 유통 통로가 되다보니 때때로 여론 왜곡 현상이 심하게 일어난다. 

조선일보의 우병우 사냥이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조선일보가 가진 힘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든 좌파언론과 포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이하 중소 인터넷 좌파매체들이 조선의 기사를 받아 뿌리거나 혹은 다른 살을 붙여 확장하는 식으로 새롭게 만든 크고 작은 의혹들은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거품이 왕창 끼고 부풀려졌다. 과장과 왜곡이 필수적으로 따라붙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우 수석 아들 운전병 꽃보직 논란과 같은 것들이 마치 뭔가 대단한 부정부패처럼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 좋은 사례다. 별 것 아닌 것을 별 것처럼 만들자니  몹시 시끄럽고 호들갑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위적으로 만든 여론은 온라인에서는 세상이 떠나갈듯 시끄럽지만 정작 오프라인, 민심 현장과 동떨어지기 쉽다. 

예컨대 여론조사 결과 같은 것들이 갈수록 부정확하고 신뢰도가 뚝뚝 떨어지는 이유도 그동안 언론이 자행해온 여론조작에 불신이 깊은 탓은 아닐지.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이 추석 민심을 전하면서 언론이 우 수석 거취를 묻자 "(추석에) 특별히 거기에 대해서 들은 것은 없다"며 "집에 법조인이 있지 않고야 (국민의) 관심이 거기까지 가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한 말에도 이런 언론계의 현실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할 따름이다. 민생 도 아니고 대통령 비서 한명 때려잡겠다고 억지로 키운 여론인데 민심이 반응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 조선일보의 우병우 사냥이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조선일보가 가진 힘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든 좌파언론과 포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진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1년 9월 임대한 초호화 전세기를 이용한 유력 언론인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익과 거리 먼 조선일보-좌파언론의 협치

이야기가 잠시 샛길로 샜다. 어찌됐든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조선일보의 우병우 죽이기, 송희영 사태에서 좌파언론의 협동정신은 대단히 돋보였다는 사실이다. 적의 적은 동지라고 평소에는 그렇게 조선일보를 수구보수, 기득권세력이라며 못 잡아먹어 안달하더니 이후로는 완전히 돌변했다.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선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은 표면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분담하며 죽이 잘 맞았다. 

조선일보가 우 수석 의혹을 보도한 7월 18일 바로 그날부터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조선일보가 제기한 의혹을 근거로 해서 가지치기를 해가며 막 달렸다. 그날 저녁 인터넷엔 당장 우 수석 사퇴를 요구하는 사설이 올라왔고, 특히나 한겨레신문은 그 다음날 우 수석 처가 강남땅 거래 다운계약서 의혹이 있다고 단독으로 기사를 썼다. 

전날 조선일보가 제기한 강남땅 거래 의혹에 한겨레가 가지를 뻗어 추가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에 나온 조선일보-경향·한겨레 간 우 수석 관련 의혹보도나 비판기사들도 거의 이런 식이었다. 

압권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송희영 전 주필 사건을 대하는 좌파언론의 태도였다. 이때 이들 언론이 하나로 똘똘 뭉쳐 조선일보를 감싸던 모습은 그야말로 보기 드문 진풍경이었다. MBC가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하니 조선일보가 도청이나 해킹 같은 사찰의혹을 꺼내들어 논점을 흐렸는데, 좌파언론도 이 프레임으로 대동단결하는 기가 막힌 '협치'를 보여주었다. 

한겨레신문은 '비리투성이 우병우 감싸려 특별감찰관 흔드냐'며 특별감찰관의 위중한 불법 의혹은 싹 무시하고 청와대에 날을 세웠는데, 경향신문도 "대통령, 국정보다 '우병우 지키기'가 중요한가"라면서 사설과 기사로 되치기를 시도했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이 이때처럼 마치 쌍둥이 형제처럼 느껴졌던 일이 또 있었던가. 송희영 사건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언론계에서 가장 많은 자성과 비판이 나와야 할 일인데 조선일보는 마지못해 사과한 것이 전부요, 좌파언론도 영혼 없는 형식적 비판에 그치는 수준이다.

민심은 흔들려도 얄팍하지 않다 

조선일보를 땅에 묻으려 발악하던 안티조선 세력 전체가 들고 일어나 조선일보를 편들어 청와대를 공격하는 모습, 격세지감을 넘어 기괴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런 식의 좌우 언론 간 그로테스크한 협치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선을 보였는데, 그것 역시 일관되게 우병우 수석을 겨냥한 것이었다. 물론 우 수석이 목표가 아니라 그 너머 현 정권이라는 것은 언론도 알고 국민들도 안다. 

앞으로 우 수석과 조선일보 사태가 또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언론은 어떤 하나의 정치적 목표와 사익 앞에서 얼마든지 좌우와 진영을 넘나들며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어찌 보면 그런 현실을 놓고 언론 정체성을 따진다는 게 어리석게도 느껴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심은 잠시 흔들릴 순 있어도 얄팍하지 않다는 점이다. 민심을 떠난 언론의 공작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길 필요가 있다. 겸손과 반성이 필요한 것은 정치인만이 아니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