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C '불어라 미풍아' 현장포토

[미디어펜=정재영 기자]사람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 그 규모가 무려 1천억 원대라면 갈등의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흔하디흔한 소재인 유산 상속을 다루고 있으면서고 신선하게, 또 과하거나 무겁지 않게 다루는 드라마가 있다.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극본 김사경, 연출 윤재문)’다.

‘불어라 미풍아’에서 1천억 상속자의 혈연으로 등장하는 청자(이휘향 분)는 아직 자신의 것이 되지 않은 유산 상속만을 바라며 온갖 사치를 일삼는 모습이다. 본인의 능력은 씀씀이를 커버하지 못해 결국 빚을 지고야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결국 금실(금보라 분)에게 돈을 빌리게 되고, 청자가 유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예상한 금실은 장고(손호준 분)를 청자의 딸 희라(황보라 분)과 맞선 시키려 한다. 장고는 이미 미풍(임지연 분)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으나 하늘의 장난인지 희라가 장고에게 첫눈에 반하며 세 남녀관계는 복잡해져만 간다.

이처럼 대략적인 줄거리만 훑어볼 때는 이들의 이기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사람과의 관계가 오로지 돈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해 그려진 이들의 행동은 생각보다 더욱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시청자들이 이 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 금보라와 이휘향이라는 두 중년배우의 연기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다소 ‘유치하고 치사해’ 보이는, 성숙한 어른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을 이들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케미’도 특별하다.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수 없이 머리를 굴리며 벌어지는 이들의 눈치싸움은 둘만 모르는 서로의 본성을 시청자들에게 낱낱이 전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불어라 미풍아’가 이처럼 유산 상속 분쟁을 다루면서도 탐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 것은 극중 인물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돈에 대한 욕심을 다소 과장되게 그려내면서도 일말의 공감의 여지를 남겨둬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중 인물과 자신이 멀리 떨어져있지 않게끔 느끼게 한다.

온 가족이 모여서 볼 수 있는 주말드라마인 만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상속 분쟁을 청년들의 로맨스와 절묘하게 섞어 풀어낸 것이 특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 하다. 거기에 더해 ‘불어라 미풍아’는 인물들의 희극적인 갈등을 풍자적으로 지켜보는 관점으로 적절한 교훈까지 안기고 있다.

희라가 본격적으로 장고에 대한 애정을 표현함에 따라 ‘불어라 미풍아’ 속 두 어머니는 얽히고설킨 이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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