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도 낮아진 해외기업 지분 매각…자동차 부품 등 핵심사업 투자 본격화
삼성전자가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ASML, 샤프 등 4개 사 지분을 매각했다. 매각을 통해 1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삼성그룹은 이제 본격적으로 핵심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 일환으로 사내이사에 처음으로 등재하기로 결정된 후의 사업구조 개편이라 더욱 주목된다. 

   
▲ 삼성전자가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ASML, 샤프 등 4개 사 지분을 매각했다. 매각을 통해 1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삼성그룹은 이제 본격적으로 핵심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지분을 잇달아 매각했다. 중요도가 낮아진 협력사에 손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이 이번에 매각하는 해외기업 지분 중 가장 큰 곳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다. 규모는 약 6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ASML의 지분 3%의 절반인 1.5%(630만주)를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ASML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었다.

노광이란 반도체 웨이퍼 원판 위로 빛을 쪼여 회로 패턴을 새기는 포토 공정으로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일부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 지분 절반을 매각하는 것이며, 핵심 설비의 파트너로서 ASML과의 협력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의 스토리지(HDD) 전문 기업인 시게이트(Seagate Technology)의 주식 1250만주(지분 4.2%)도 모두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특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램버스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는데, 2011년 풋옵션으로 램버스에 4.5%를 매각한 후 이번에 잔여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2013년 LCD패널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투자했던 일본 샤프 지분 0.7%(3580만주)를 전량 매각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는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에 미국 HP에 매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삼성전자의 해외 투자자산 처분과 사업부 매각이 집중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삼성 내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을 토대로 조직 슬림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 경영이 뚜렷해진다는 얘기다.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는 전자와 바이오, 금융을 3대 주력 사업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삼성의 향후 30년을 이끈다는 복안이다.

삼성은 전자, 바이오, 금융, 3대 주력 부분과 함께 새 먹거리로 꼽고 있는 자동차부품 등의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 내부에서 새 먹거리로 주목받는 전장(전자장비)사업 부문 투자를 위해 실탄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앞서 삼성은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 강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전장사업부를 신설해 전장사업을 본격화 했다.

또 지난 4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전용라인 구축 계획을 밝히고, 7월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지에 반도체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신 성장 사업인 전기차 부품 개발과 판로 확보를 위해 필요한 협력사에는 과감히 지분 출자를 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피아트-클라이슬러의 자동차부품 자회사 인수 추진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과거 투자한 자산 효율화를 위해 매각을 단행한 만큼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사업개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