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은 국민의 자발적 주권행사로 한반도에 자유민주국가 세워진 해
도대체 누가 공화국을 부정하는가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물을 마시며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근원을 잊지 말고 그에 감사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두 개의 바퀴로 '국가’라는 자전거를 힘차게 추동해 온 서구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번영의 근원을 '음수사원’하기 위해 매년 건국일을 기린다. 그들은 이를 통해 '자유’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국가 번영의 이념적 기초를 더욱 공고히 한다. 

현대적 자유의 기표(記標)와도 같은 미국은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건국일)로 삼는다. 식민지 의회에서 선출된 12개 주의 대표들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미합중국의 건국을 선언한 날이다. 당시 식민지 의회의 구성원들은 각 주의 자유민들은 물론, 하인과 17세 청년들까지 참여해 직접 선출한 사람들이었으니, 가히 이 날의 독립선언은 미국 국민들이 가진 건국 의지의 총화(總和)였다 할 수 있다. 비록 영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은 이후 8년여에 걸친 기나긴 전쟁을 거쳐 이뤄진 게 사실이지만,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영토’에서 '주권’의 대의를 통해 건국을 선언한 날은 1776년 7월 4일임이 명징하다.

한편 프랑스는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1789년 7월 14일을 건국의 기준일로 본다. 프랑스 민주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립된 날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이 날부터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해 왕정타도혁명을 성공시키면서 오늘날의 민주 정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본토 점령으로 영국에 망명 정부를 세웠던 적은 있지만, 이 정부는 이전에 이미 국민 주권의 대의로 본토에 수립된 정부를 계승한 것이었다. 2차 대전 후 새로운 헌법에 의해 등장한 체제가 '제4공화국’으로 명명된 것도, 이 체제가 전쟁 이전의 프랑스 민주 정부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었다.

   
▲ 임정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인 상황에서, 이승만 띄우기를 위해 1948년 건국을 주장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1948년 건국을 부정하는 자들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 위에 나라를 세운 선대 국민들의 주권을 부정하는 처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건국일은 언제인가? 좌파들은 3·1 운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 4월 13일이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정 수립은 국민 주권의 대의로 한반도 내에 민주 국가가 건설된 것이 아니므로, 미국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건국이라고 할 수 없다.

프랑스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일제 패망은 국민 전체의 자발적 주권 행사가 아닌 연합국의 승전으로 이뤄진 결과이기에, 임정 수립(넓게는 3·1 운동)을 대한민국 건국의 시발점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임정이 망명 정부라는 주장 또한 일제 이전에 한반도에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았고, 45년 8월 15일 이후로도 한반도가 2년 이상 미국의 통치하에 있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백번 양보해 대한민국 정부가 임정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왜 제헌 국회가 국호 선정 문제(대한민국, 고려공화국, 조선민주공화국 중 택 1)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겠는가?

국민들의 자발적 주권행사로 한반도 내에 민주 국가가 건국된 날은 5/10 총선거와 7/17 헌법 제정을 거쳐 대한민국이 출범한 48년 8월 15일 뿐이다. 유엔의 수준 높은 지도 덕분에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건국 과정상의 대규모 유혈 투쟁은 없었지만, (미군정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7%가 공산/사회주의를 선호하던 상황에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나라를 세운 것만도 분명 엄청난 성과였다. 민주주의의 본산(本山) 격인 미국에서조차 흑인들에겐 정치 참여에 제한이 있었던 시대에, 전 국민 보통선거를 치러 국가를 세운 것은 또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좌파들은 48년 건국 주장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승만 띄우기에 혈안이 된 뉴라이트 세력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법통'이란 사전적으로 '전통’과 같은 의미이며, '전통’은 곧 한 집단의 '사상’ 또는 '정신’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임정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임정의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이지, 임정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48년 건국을 주장한다 해서 임정을 부정하는 것 또한 아니다. 

   
▲ 1919년 4월 임정 수립은 국민 주권의 대의로 한반도 내에 민주 국가가 건설된 것이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임정의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인 상황에서, 이승만 띄우기를 위해 1948년 건국을 주장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1948년 8월 15일 당시 '대한민국 30년’이라고 연설을 끝맺은 데에서 보듯, 이승만은 임정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자신이 행해온 항일독립운동의 당위성을 과시하기 위해 임정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찾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승만이 그렇게 했다고, 건국이 아닌 것이 건국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1948년 건국을 부정하는 세력들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적 기초 위에 나라를 세운 선대 국민들의 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네들은 국민 주권의 원리를 밝힌 '헌법 제1조'를 노래로까지 만들어 정치와는 무관한 경제의 영역에서까지 선동을 일삼아 오지 않았던가?

그네들이 노래했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 당당히 주권을 행사해 지금의 나라를 세운 날이 바로 건국일 아니겠는가? 그 날이 언제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답해 보라. 그리고 지금 그네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지 '음수사원’하길 바란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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