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독일 본사 관계자 첫 소환…본사 역할·지시 등 추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독일 본사 임원이 검찰에 출석했다.

올 1월 환경부 고발로 폭스바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독일 본사 관계자가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적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본사 임직원이 독일 이외 국가에서 조사를 받는 것도 첫 사례다.

   
▲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독일 본사 임원이 검찰에 출석했다./미디어펜


2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폭스바겐 독일 본사의 배출가스 인증 담당 임원 S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전 9시 15분경 검찰청사에 도착한 S씨는 취재진에 "참고인이자 폭스바겐 직원으로서 한국 당국 조사에 협조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 이슈가 된 폭스바겐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저는 검찰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답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또 독일 본사에서 추가로 오는 임직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신해서 답하기 어렵다. 제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S씨는 2011년 7월 환경부가 폭스바겐 차량에서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이 과다 배출되는 사실을 파악하고 해명을 요구할 때 한국으로 파견된 바 있다.

그는 당시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회피한 채 독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의 자료제출 거부 등 비협조로 끝내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S씨를 상대로 한국에 수출된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과정에서 독일 본사의 역할과 당시 환경부에 자료제출을 거부한 이유 등을 캐물었다.

앞서 검찰은 7월 폭스바겐의 한국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변호인을 통해 S씨를 비롯해 독일 본사 임직원 7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본사에선 S씨가 유일하게 검찰 요구에 따라 출석했다.

폭스바겐은 각국의 환경 기준을 맞추고자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인증시험 모드에서는 질소산화물을 덜 배출하고 실주행 모드에서는 다량 배출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차량이 한국에서만 12만대가량 팔렸다.

검찰은 이러한 일이 본사의 적극적인 지시 또는 묵인 아래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자행된 소음·배출가스·연비 시험인증서 조작, 미인증 차량 수입 등 여러 불법행위에도 본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시험성적서 조작의 실무작업을 한 AVK 인증담당 이사 윤모(52)씨를 구속기소하고 여기에 일부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동훈(64) 전 폭스바겐 판매부문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또 윤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요하네스 타머(61) AVK 총괄대표 및 토마스 쿨(51)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의 소환 조사도 마무리하고 처벌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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