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아수라’에서 정우성은 무르익은 연기로 악인들 사이에서 휘적거린다. 병상 누운 아내 때문에 박성배(황정민)의 뒤치다꺼리를 하게 된 한도경(정우성)은 사방에서 뻗어오는 손길에 이제는 삶을 위한 투쟁을 시작할 뿐이다.

‘아수라’는 그런 늪과 같은 악을 거칠지만 정확하게 표현한다. 도경의 사정을 아는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그게 어땠든 원하는 건 박성배 검거 하나다. 그래서 그는 ‘정의’를 손에 쥐었지만 그것을 폭력으로 승화시킨다. 그건 그의 수하인 도창학(정만식) 계장마저 똑같다. 때때로 김차인의 행동에 불쾌한 표정을 지을 뿐, 그게 시키는 일이라면 다 감수한다.

거기다 최악인 건 악은 번져간다는 사실이다. 원래대로면 형사를 관두고 공식적으로 박성배의 팀이 됐어야 할 한도경이 모종의 이유로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에게 보낸다. 문선모는 알게 모르게 점차 도경을 이기려 들고, 성배의 오른팔이 되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 과정에서 선모 역시 악행에 손을 담그게 된다.

그런 악의 세계에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행동하는 한도경은 이유야 어쨌든 악에 손 댄 자는 결코 그 세계에 남는 것조차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그의 모습은 ‘신의 한 수’ 속 태석의 모습도 겹쳐보인다.

둘 다 정우성이 분했다는 것을 제하더라도 두 인물은 모두 선을 저버리게 된 계기가 가족이란 점, 그리고 스스로 악에 손대면서 그 세계로 걸어들어간다는 것도 비슷하다. 또한 정우성이 두 작품에서 극에 달한 액션을 선사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그러나 ‘신의 한 수’의 태석이 선량한 시민이었으나 폭력적인 사건으로,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발걸음을 뗐다면 도경은 반대로 형사라는 권위로도 오직 삶을 위해 스스로를 내던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두 영화가 보여주는 악의 세계는 진득하게 두 인물에게 드러붙는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악은 결코 쉽게 상대를 놓아주지 않는 것. 그래서 도경과 석태는 더욱 처절하다. 그리고 그 두 인물을 한 몸에 담아낸 정우성은 비로소 ‘잘생김’의 아우라 대신 ‘배우’의 아우라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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