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실예약 급격히 줄어…'기업 홍보전략' 변화 불가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거짓말처럼 예약이 줄었어요. 점심시간에 룸 자리가 비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을지로 인근 'H' 한정식점 직원)

'김영란법' 시행 첫날을 맞은 오늘 대형음식점의 점심시간은 눈에 띄게 한산해진 모습을 보였다. 을지로를 중심으로 한 은행권 접대 문화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김영란법' 시행 첫날을 맞은 오늘 대형음식점의 점심시간은 눈에 띄게 한산해진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첫날을 맞은 점심시간은 전날과 한눈에 비교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식비 상한선인 3만원 이상의 메뉴를 주로 판매하는 대형음식점들의 타격이 컸다. 

은행권 관계자들이 주로 찾는 을지로 인근 H 한정식점의 경우 평소엔 비어있는 일이 거의 없었던 별실 예약에 공백이 생기는 일도 발생했다. 을지로는 일반 기업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어 은행권 동정의 바로미터가 되는 지역이다. 이미 많은 식당들이 가격 제한폭에 맞춘 '김영란 메뉴'를 개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타격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산업은행 등이 위치한 여의도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3만원 이하의 정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여의도 인근 G 한정식점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의 정식메뉴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면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을지로와 여의도 인근 유명 음식점 중에는 종업원 고용을 줄이거나 심한 경우 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 첫날이라는 점이 차이를 더욱 부각하는 측면은 있다. 28일 이전에 미리 굵직한 식사 약속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중 A은행 임원급 관리자는 "첫날부터 '본보기' 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중요한 약속은 오늘(28일) 이전에 다 처리했고 당분간은 간소한 식사자리만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교원, 언론인 등 적용대상자 등으로 그 숫자는 400만 명에 달한다. YS정부의 '금융실명제'에 비견될 만큼 파급효과가 큰 법이지만 그동안의 접대 문화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심리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김영란법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볼 땐 사회 투명성,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볼 땐 일부 서비스업종 중심으로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들 업종의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 홍보 담당자들도 일단 '경기위축' 전망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정기 간행물을 휴간 조치한 한 시중은행 홍보 관계자는 "단순히 식사 뿐 아니라 VIP행사경조사 참석 등 은행권 홍보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전망이라 고민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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