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주역에도 위선적 행태…대화 운운 이중적 행보 국민 불행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정세균 국회의장의 작금 시국인식이 정상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오만하고 이율배반적인 언행들이 정 의장을 지배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 의장 본인이 국회를, 국감을 파탄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 체면과 권위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만나선 '의장을 함부로 비난하고, 나아가 전국에 현수막을 붙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모 대학 특강에 가서도 "국회의장은 그만둘 때도 본회의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다"며 "그 자리(국회의장직)가 아무렇지도 않은 자리거나 막 무시하고 폄훼하고 그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인 본인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새누리당이 지역에 내걸었다는 점이 꽤 불쾌했던 모양이다. 공정성 팽개치고 야당 하수인이 된 의장은 사퇴하라는 말을 들으니 폄훼당하는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뒤 분간은 하자. 정 의장은 옳은데 새누리당 혼자 확 돌아서 저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건가. 공정한 심판 노릇을 잘 했는데 본인이 억울하게 매도당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정 의장은 20대 국회 개회사에서도 사드니 우병우니 하면서 야당 거수기 발언을 했다가 크게 한 번 깽판을 친 적이 있다. 새누리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자극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어이없는 도발이었다.

그걸로 국민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면 전과를 의식해서라도 더욱 조심했어야 했다. 공정한 운영을 위해 신경 써야 했다. 그런데 어땠나.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지고 거래에 나선 야당을 편들면서 맨입으로 안 된다고 했다. 국회법이 정한 공정한 심판의 자격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야당 선수로 운동장에서 같이 뛰었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 비판 현수막을 내걸고 1인 시위를 하고 여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들어간 이유는 그런 엉터리 무자격 심판에 대한 저항권 차원이다. 

   
▲ 정세균 의장은 국회법 위반 이전에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기본적인 개념이 없다. 자기정치 자기 권위부터 챙기느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국회 깽판이 재연될 수 있는 인물이다. 정 의장이 할 일은 대국민 사과하고 다시는 이번 일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심판이 될 것을 선언하든지 아니면 사퇴하든지 선택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안에선 깽판 밖에선 대화 강조하는 정세균의 위선

사달이 난 이유가 오로지 본인의 '깽판짓'에서 비롯됐는데 지금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유감 표명도 없이 혼자 잘났다는 식이 지금 정 의장의 태도다. 자신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오로지 새누리당 탓이라고 버티는 게 정 의장이다. 여당은 야당과 협치하고 타협해야 한다면서도 자신은 자기주장만 붙들고 꼼짝을 않는다. 그러면서도 누구든 본인을 비판하면 불쾌해하고 국회의장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얼마나 오만하고 이기적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 의장은 지금 본인이 무슨 황제라도 된 줄 착각하고 있나. 국회의장이란 특권의식에 찌든 사람인 정 의장이 대통령이든 누구든 비판할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나.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본인에 대해서는 일체의 비판도 허락지 않겠다는 듯 뻣뻣하게 나오는 정 의장이 밖에 나가서는 대화와 협치 운운하며 위선을 떨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 의장은 28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가서는 자신은 잘못한 게 일절 없지만 3당 원내대표를 존중하고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말인지 뭔지 모르겠다. 결국 자신을 절대 고개를 숙일 수 없으니 새누리당 더러 무릎을 꿇으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실제로는 전혀 존중할 생각이 없으면서 그런 위선적인 언어로 포장만 하면 품격 있는 국회의장이 되기라도 한다는 건가.

이 뿐이 아니다. 정 의장은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나 핵무장 등 여러 질문을 받고 내내 강조한 말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일방통행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당 대표와 원만하게 협조해야 한다' 등등 대화와 협의와 같은 단어였다.

심지어는 사드 배치나 핵무장과 같은 문제를 주변국과도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안보 문제를 가지고 주변국과 상의하고 의논해야 한다는 말부터 먼저 하는 국회의장이란 사람의 사고방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어찌됐든 정 의장은 심지어 그런 국가안보 문제에서도 주변국과의 상의 운운했다.

   
▲ 정세균 의장은 국회 개회사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본인 체면이나 위신 자기정치부터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기중심의 극치에다 자신을 마치 무오류의 절대적 존재처럼 착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아니면 사퇴 뿐

특권의식에 찌들어 오만불손함을 자랑하면서 특강이니 간담회니 밖에서 정 의장은 대화와 타협 존중과 같은 온갖 폼 나는 말들은 다 하고 다니면서 이중적인 언행을 하고 있다. 이런 위선에 찌든 국회의장을 보면서 국민이 잘한다고 박수를 쳐줄 것 같은가. 명백한 본인 잘못으로 국감을 파탄 내놓고도 궤변으로 자기방어하고 오리발이나 내밀면서 자신은 법을 지켰으니 유감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입만 열면 소통과 타협 운운하는 사람이 취할 태도인가.

정 의장은 국회 개회사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본인 체면이나 위신 자기정치부터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기중심의 극치에다 자신을 마치 무오류의 절대적 존재처럼 착각한다. 국회의장의 직무나 역할에 대해 눈꼽만치의 고민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작금의 이 사달을 만들고도 뻔뻔하게 '내가 뭘 잘못했냐'고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정 의장은 국회법 위반 이전에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기본적인 개념이 없다. 당연히 원활한 국회운영도 어렵다. 자기정치 자기 권위부터 챙기느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국회 깽판이 재연될 수 있는 인물이다. 정 의장이 할 일은 하나다. 대국민 사과하고 다시는 이번 일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심판이 될 것을 선언하고 국회를 정상화시키던지 두말 않고 사퇴하는 것뿐이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정도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평의원과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그 말과 정반대로 행해왔다.

정 의장은 또 "(그렇다고) 국회의장이 로봇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지금의 정 의장처럼 제멋대로 한다면 차라리 로봇 국회의장이 더 공정할 것이다. 국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위선을 떨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게 국민과 민생을 위한 길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