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벗어나 정치쟁점화…제기된 모든 의혹 풀기 위해선 부검이 최선
   
▲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고 백남기씨 사인을 놓고 작금 벌어지는 여러 이견과 충돌상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이 있다. 부검이다. 유가족과 야당 좌파세력이 주장하듯 백씨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가 사인을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폐정지 기능' 요컨대 병사라고 진단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확인하려면 반드시 부검해야 한다.

납득은 잘 안 되나 어찌됐든 환자 주치의의 사망진단이 틀렸다고 반박한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 이윤성 교수가 "뇌출혈이 원사인이기에 외인사가 맞다"는 주장도 검증하려면 부검이 필수다.

"(주치의가) 직접 사인을 '심폐 정지'라고 적은 것은 대한의사협회에서 규정하는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다"고 좌파언론이 거품을 무는 이 주장도 오히려 부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 논란은 백씨 사망 원인과는 무관한 물타기 의혹에 불과하지만, 이것도 명확한 사실관계를 원한다면 방법은 부검 외엔 없다.

백씨 유가족들이 백선하 교수가 마치 무슨 의도가 있는 식으로 치료를 해왔다며 제기한 의혹을 진실규명하기 위해서도 부검이 필요하다. 백 교수는 "당시 환자 가족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치 않아 체외 투석 등 치료가 시행되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사망했다고 봤다"며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은 후에도 사망에 이르렀다면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의하면 유가족 백도라지씨는 기자회견에서 "사고 당일 이미 수술 불가 결론이 난 상태였는데 백 교수가 와서 수술을 하겠다 했다"며 "백 교수는 '연명치료를 하다 보면 장기부전으로 돌아가실 것'이라면서 실제 벌어진 일을 그때 예상을 다 해놓고 이제 와서 '가족이 연명치료를 거부해 병사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니 어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의 사위라는 사람은 "레지던트가 사망진단서를 쓸 때 내가 옆에 있었는데 상급자와 통화를 하면서 '병사요?'라고 세 번 되묻더라"면서 "신찬수 진료부원장이나 백 교수에게 지시를 받는 것 같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백남기씨의 사인을 둘러싸고 갖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지만 이를 놓고 본질을 벗어난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사진은 고 백남기씨 유가족과 진상규명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28일 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부검 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남기 사망, 빨간 우의 의혹 진실규명도

이유야 어떻든 아버지 죽음이 원통한 유가족들 심정, 이해는 한다. 그래도 서울대병원과 엄한 의사들이 마치 무슨 거대한 음모에 의해 백씨 사인을 병사로 몰고 간 듯이 소설을 쓰면 곤란하다. 물론 이 의혹조차 진정으로 풀기 원한다면 당연히 부검만이 답이다. 부검으로 사인을 명확히 밝히면 주치의와 병원 측이 어떤 음모로 병사라고 조작한 것인지 아닌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가족 측이 부검을 반대할 어떤 이유도 없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진정 의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아스팔트 투쟁꾼이나 돌팔이 의료쟁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깜냥들인지 자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부검은 필수다.

의대 학생회는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으로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고 백남기씨는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가정과 추론으로 그런 성명을 낼 수 있는지 어이가 없지만 어찌됐든 외인사인지 병사인지는 부검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병원을 떠나야할지 아니면 백선하 교수가 병원을 떠나야 할지도 결정하려면 부검해야 한다. 병원 노조가 4일 백선하 교수와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외압이 아니라면 의대생보다 못한 교수는 서울대 병원을 떠나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가리려면 정확한 사실파악이 우선 아닌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병원에서 사망하면 병사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주장이 헛소리인지 맞는 말인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도 부검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부검을 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민 일부 중에는 백남기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날 빨간 우의를 입은 의문의 사내가 물대포에 밀려 넘어져 있는 백씨를 덮쳐 가격했고 이것이 백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직접적 이유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대포를 맞았다고 해서 일어나기 힘든 모습들이 담긴 고인의 사진과 그때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지금도 인터넷에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게 유언비어고 괴담이라고 한다면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부검으로 분명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백남기 사망 정치이슈화는 진실을 두려워하는 자들

그렇다면 해법은 너무나 간단명료하다. 모든 제 세력들이 중구난방으로 각각 혼란스럽게 떠드는 주장들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규명하려면 부검 외엔 답이 없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부검을 반대하는 쪽이야말로 어떤 음모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부검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가족은 본인들의 원통한 심정과 달리 자신들의 언행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진실을 밝히라면서 진실을 규명할 유일한 방법인 부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는 너무나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걸 납득할 수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법원이 시신 부검을 위해 발부한 영장에도 유가족의 뜻을 전폭적으로 반영해 담았다. '부검 장소를 현재 빈소가 차려져 있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할 것' '유가족이 지정하는 의사 2명과 변호사 1명을 입회, 유가족이 원하면 감축 가능'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 '부검 시 고인 시신 훼손 최소화' '부검 절차와 내용에 대해 유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다.

그렇다면 백남기씨 문제는 상식적으로 풀어야 한다. 본질에서 벗어나 이걸 자꾸 정치문제화 하는 것이야말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어둠의 세력일 것이다. 특히 유가족이 심사숙고 했으면 좋겠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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