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불투명…그룹 차원 사회공헌 활동은 기대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4개월여의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민 앞에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새로운 롯데를 만들겠다는 쇄신안을 발표했다. 롯데의 변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롯데월드타워에 태극기가 붙은 모습.

신동빈 회장이 25일 내놓은 경영쇄신 방안은 크게 6가지였다.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구축 ▲질적 성장 전환과 사회공헌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호텔롯데 상장의 빠른 재추진 ▲정책본부 축소와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투자·고용 확대 등이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외부 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과 협의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빠른 시일 내에 실천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어디서부터 칼을 댈 지, 실효성이 있을 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됐다.

◆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

이번 쇄신안에 담긴 내용 중 가장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지주회사 역할을 호텔롯데가 맡는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지난해 초 416개로 복잡하게 얽혀있던 순환출자 고리를 67개까지 83.9% 해소했다.

또 지주회사 역할인 호텔롯데를 상장해 주주 구성을 다변화해야 현재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 비중을 낮추고 한국 롯데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

즉 지배구조 개선 투명경영 강화는 호텔롯데 상장으로 마무리 되는 그림이다. 롯데는 롯데정보통신,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의 우량 계열사 상장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6월 검찰 수사 때문에 무기한 연기된 호텔롯데 상장은 아직 여부가 불투명하다.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등이 재판을 남겨두고 있으며 대표가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3년 간 상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그룹이 금융규제기관과 협의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이 국익에 미치는 중요성 등을 설명하고 상장 제한 완화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남은 순환출자 구조의 완전한 해소를 언급한 만큼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분 구조 정리 작업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안팎으로 이뤄질 ‘체질 개선’

호텔롯데 상장이 실제 지배구조 개선의 열쇠라면 다른 내용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부터 이번 검찰 수사까지 훼손된 롯데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한 생존 방안이다.

가장 먼저 구체화 될 수 있는 부분은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설치와 정책본부 축소다.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 여부를 감시하고 개선하는 준법경영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참여로 실효성을 담보한다.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담긴 만큼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언급됐던 그룹 정책본부 축소는 빠른 시일 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컨트롤 타워’를 ‘지원부서’로 변경하고 각 계열사 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과 사회공헌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 아시아 상위 10대 기업을 달성하겠다는 기존의 ‘비전 2020’을 과감하게 버리고 ‘좋은 기업’이 되겠다는 내용이다.

외형 성장에 치중하지 않겠다는 방향성 제시는 추상적이지만 그룹과 계열사 전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한 사회공헌과 동반성장 정도가 언급됐지만 각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에도 유효할 전망이다.

사회공헌 부분을 직접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 동안 롯데는 부정적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여러 계열사에서 산발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지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공식적으로 내건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이 뒷받침될 가능성이 열렸다.

일례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워드타워점 운영권을 되찾아야 하는 롯데면세점의 사회공헌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목표를 지닌 일시적 기부보다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40조원 투자와 7만명 고용 창출, 1만명 정규직 전환 등은 숫자가 나열된 만큼 구체적으로 보이지만 기업이 중요한 시점에 제시하는 ‘단골’ 공약이다.

고용 문제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 중 첫 째로 꼽히기 때문에 자주 등장하는 공약으로 향후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좋은 기업’ 타이틀과 함께 내세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날 때 롯데가 맞이할 비난은 가볍지 않을 수 있다.

투자 확대는 당장 검찰 수사 등으로 마비됐던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재추진을 위해서라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종현 롯데그룹 상무는 “(투자금은) M&A, 설비투자, R&D(연구개발) 등의 부문에 집중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수년 간 실적 발표 등을 통해 확인·평가될 수 있는 내용이다.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의 상당 부분은 롯데가 처한 상황에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재판과 끝나지 않은 경영권 분쟁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궁극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점은 유념할 부분으로 꼽힌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