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레이거노믹스·미국 우선주의…감세와 재정확대로 출구 모색
주류 언론의 예상을 깨고 끝내 백악관의 차기 주인이 된 도널드 트럼프. 그의 경제 정책은 크게 감세와 재정확대를 골자로 하는 '新 레이거노믹스’와 통상정책 상의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최고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각각 33%(←39.6%), 15%(←35%)로 크게 내리고 도로·통신 등 인프라에 대한 정부 투자를 늘리는 재정 확대 정책을 사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호무역을 강조해 온 그의 평소 행보에 비추어 볼 때 TPP는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미 체결된 한·미 FTA와 NAFTA 등에 대해선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협상하자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그의 정책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감세와 재정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재정적자(국채발행)를 통해 경기를 부양한 뒤, 경제가 회복되면 늘어난 세수로 국채를 상환한다는 케인지언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논리가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의 생산성(input 대비 output)이 충분히 높아야 한다. 만약 그 반대라면 재정적자는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만을 지우는 부도덕한 '낭비’에 그칠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트럼프가 내세운 인프라 투자는 이러한 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infrastructure)는 글자 그대로 원활한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기반구조’다. 도로와 통신시설 등 미국의 각종 인프라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부분 낙후되었고, 광활한 영토와 무수한 인구를 고려해 볼 때 그 숫자도 충분치 않다.

따라서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생산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가 선호하는 민관합작 방식의 정부투자는 정부의 만성적 취약점인 '전문성 부족’의 문제를 해결해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일각에선 구축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나, 인프라 투자라는 것이 꼭 필요함에도 자본력의 한계와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민간에서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보면 어느 정도 감수할 여지가 있다. 

   
▲ 주류 언론의 예상을 깨고 끝내 백악관의 차기 주인이 된 도널드 트럼프. 그의 경제 정책은 크게 감세와 재정확대를 골자로 하는 '新 레이거노믹스’와 통상정책 상의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한편 트럼프 경제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미국 우선주의’는 그의 주장처럼 관세 인상, 비관세장벽 확대 등으로 실현될 경우, 미국 국민들의 경제적 후생 수준을 크게 떨어뜨릴 게 자명하다. 가성비 낮은 물건을 구입해야만 하는, 경쟁의 위축으로 혁신이 둔화된 경제를 영위하고 싶지 않다면 그런 정책은 펴지 않는 편이 좋다.

반면 미국 우선주의가 고부가 서비스업 등 미국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산업에 대한 추가 개방 요구로 이어진다면, 결과는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가성비 높은 물건을 수입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며, 자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수출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은 미국에게나 對美 수출국에게나 크나 큰 축복이다. 이러한 여건은 그 자체로 각자의 취약 분야에 강력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전 지구적 경제 진보를 촉진한다.

이외에 트럼프는 본인 스스로도 강조해 온 규제 완화에 승부수를 걸어야 할 것이다. 혁신 기회가 한정돼있는 선진국형 경제 구조에서는 조금이라도 사업 기회를 넓혀주는 규제 완화가 총요소생산성 증대에 적잖은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리먼發 금융위기 이후 8년여 간 계속돼 온 저금리․양적완화 정책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을 잘 세워,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이 되고 있는 전 세계적 자산 거품을 서서히 꺼뜨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는 그의 손에 달려있다.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뉴노멀)'이 된 이 시대에 트럼프노믹스가 한 줄기 구원의 빛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 트럼프는 본인 스스로도 강조해 온 규제 완화에 승부수를 걸어야 할 것이다. 혁신 기회가 한정돼있는 선진국형 경제 구조에서는 조금이라도 사업 기회를 넓혀주는 규제 완화가 총요소생산성 증대에 적잖은 역할을 담당한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박진우의 경제논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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