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침체·고용불안 극심…국내 투자 위축과 외국자본 유출 불러
   
▲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2017년 세제개편을 걱정하는 이유

여당이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을 차지한 20대 국회에서 세입·세출 예산에 대한 정부의 주도권은 없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까지 덮쳐 예산안과 법률 개정안 처리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2017년 세제개편안은 간판으로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을 의식한 방어적 성격이었다. 굳이 특징을 찾는다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지원이 대폭 강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세제지원 방식도 일부 제외대상 이외에는 모두 포함되는 네거티브 방식을 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는 법인세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구간의 세율을 25%로 인상하고 최저한세 세율도 17%에서 19%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5억 원 초과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41%로 높이고 대기업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세율을 20%에서 25%로 인상하고 금융소득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구간에 대해서는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17%로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의당 세제개편안에서는 법인세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구간에 대해 현행 22%의 세율을 24%로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득세의 경우 과세구간을 더 늘려 3억 원 초과 10억 원 미만은 41%, 10억 원 초과는 45%의 세율을 적용하며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인세율 인상 논쟁

법인세는 법인의 영리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법인세를 납부한 후의 잉여금은 주주에 대한 배당재원이 된다. 배당을 받은 개인 주주는 수령 시점에 종합소득세를 부담한다.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사업을 수행하는 개인의 경우는 사업소득금액을 다른 종합소득 항목과 합산해 소득세를 산출한다.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합한 법인기업 주주에 대한 세금은 개인 사업주의 사업소득세 보다 많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사업소득과는 달리 배당소득은 법인이 소득을 얻은 시점이 아니라 주주가 배당을 수령한 시점에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따라서 배당금 수령을 계속 미루면 법인기업이 현재가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배당금 수령을 미룬 채 주주가 주식을 처분하면 배당소득세는 없고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대신 부과된다. 배당소득이 포함된 종합소득 최고세율은 38%이지만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중소기업 주식은 10%이고 대기업 주식은 20%다. 이런 차이와 배당소득 이중과세 완화를 위한 Gross-up 방식 때문에 법인기업 주주가 개인 사업소득자보다 유리한 세금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발생된다.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경영을 맡는 것이 원칙이다. 이사의 입장에서는 주주의 소득세보다는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하다. 기업은 미래의 예상 현금유입의 현재가치를 산정해 투자원가와 비교하고 현금유입 현재가치가 더 많을 경우 당해 투자안을 채택한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현금을 따지기 때문에 법인세율이 인하되면 현금유입이 늘어나 투자안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이에 따라 투자가 늘어난다. 기업과 주주를 뒤섞어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세를 부자감세로 몰아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고 경기전망, 노사관계, 정부의 규제 및 소요 부동산 가격 추이 등에 영향을 받는다. 법인세를 인하해도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다른 요소를 간과한 것이다. 문제는 투자가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 법인세를 올려 일자리 예산을 짜내기 보다는 법인세제의 합리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재정운용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법인세율의 추이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단계 누진세율 체계에서 법인세의 높은 세율은 오랫동안 30%대를 유지하다가 김영삼 정부에서 28%로 인하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계속 인하해 25%까지 내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에 20%까지 연차적으로 낮추는 법인세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22%로 낮춘 다음 20%로 낮추는 단계는 시행도 못하고 법률 개정으로 폐기됐다. 법인세율 추가 인하를 규정한 세법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외국자본은 속았고 정부정책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망가졌다.

국제적 추세와 동떨어진 법인세 인상을 또 다시 강행할 경우 국제 사회의 경계대상이 될 것이다. 투자의 최대 적은 위험과 불확실성이다. 예상 밖의 법인세율 인상은 투자유치에 부정적인 위험요인이다.

[표 2]에서 보인 바와 같이 2008년 이후 17개 OECD 국가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재정위기가 심각한 6개 국가만 소폭 인상했다. 해외자본이 투자입지를 선정함에 있어서 법인세율은 주요한 고려사항이다. 우리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의사결정도 법인세율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노동법 등 다른 규제도 개혁돼야 외국인 투자가 늘고 해외에서 국내로 유턴하는 복귀 기업이 늘어난다.

   
▲ 표 1. 우리나라 법인세율 추이


   
▲ 표 2. 2008년 기준 OECD 국가 법인세율 인하 실태. 법인세 인상국가는 칠레,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멕시코, 슬로바키아 등 재정위기 국가임./자료=OECD tax database에서 발췌

법인세율 인상할 여건인가

법인세율을 경제침체와 고용불안이 극심한 시점에 급하게 인상하는 것은 곤란하다. 3년 한시법인 기업소득 환류세가 2017년까지 존속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법인세제를 고용 중심으로 개선하면서 세수를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족 중심의 부동산 관리 법인의 경우 고용을 통한 인건비 지출은 거의 없고 개인적 사용이 의심되는 차량유지비와 접대비가 손금에 포함된다. 이런 손금이 임대수입에서 차감되면 법인세가 줄어든다. 특수관계인에게 지급한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인건비를 수입금액과 비교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는 차량유지비나 접대비 등의 손금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고용비중이 높은 기업의 인건비에 대해 손금 인정을 우대하고 고용비중이 낮은 기업은 그 정도에 따라 손금인정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법인세를 올려 일자리 예산을 짜내기 보다는 법인세제의 합리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재정운용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다른 세수증대 방안은 없나

부가가치세 세율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세율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갑자기 닥칠 통일비용에 대비해 부가가치세 세율의 여유를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이 과다한 것이 문제다. 2014년 세법 개정으로 일반 고속버스 요금도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를 인지하는 국민은 드물다.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될 당시와 비교해 면세로 전환된 부분을 모두 찾아내 면세의 합리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팔리는 생선회가 부가가치세 면세라는 점이 주목 대상이다.

국세의 부과 및 징수와 관련된 세정을 관장하는 국세청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부 법령해석이나 운영지침을 만들기도 하지만 국세청은 기본적으로 조세법령에 따라 세금을 걷는다. 국세청의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집결한 과세자료를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해 자진신고를 유도함으로써 세수가 크게 늘었다.

세정혁신으로 수입금액이 누락 없이 포착되면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법인세와 소득세가 함께 증가된다. 구글 등 다국적기업이 조세조약 및 국제적 과세기준의 허점과 각국 세법의 미비점을 간파하고 실질적 경제활동이 없는 저세율 국가로 이익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보다 적극적인 국제조세 전문가 육성을 통해 놓치는 세금이 없도록 힘써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세율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세율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에 유의해야 한다./사진=미디어펜


(이 글은 18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법인세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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