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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단장 고전특강(145)-소피스트의 궤변을 깨부수는 논박의 비법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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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12-02 09: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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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지식이 넘치는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는 '지혜의 가뭄' 시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복잡화 전문화될수록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지혜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전에는 역사에 명멸했던 위대한 지성들의 삶의 애환과 번민, 오류와 진보,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고전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지혜의 가뭄을 해소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와 '미디어펜'은 고전 읽는 문화시민이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밀알이 될 <행복한 고전읽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박경귀의 행복한 고전읽기(145)-논쟁의 오류 유형과 해소 방법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 『소피스트적 논박』

   
▲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우리 사회는 궤변이 넘치는 사회다.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등 다양한 TV채널들이 생기면서부터 이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다양한 매체에서 숱한 말과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 근거와 논리에서 벗어난 억측과 오류로 점철된 말의 성찬이 벌어지기 일쑤다. 

방송사들이 마련하는 토론의 자리는 다양한 해석과 논의가 펼쳐지는 자유담론의 자리가 아니라, 대부분 찬반토론으로 설정된 틀 속에서 두 편으로 나뉘어 날카로운 논박의 장으로 흘러가는 게 일반적 양태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자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방을 이겨야만 하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다보니 토론에서의 승리를 위해 궤변적 오류가 난무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토론은 경쟁적인 의견 대립으로 인해 자칫 과열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자연히 논쟁의 승리를 위해 속임수나 불공정한 책략이 동원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결국 토론은 하나의 게임이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닌, 함께 검토하고 탐구하는 토론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합리적 근거와 논리, 공정한 규칙을 지키는 토론과 대화가 가능해질까? 이에 대해 가장 먼저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 해법을 찾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은 기원전 4~6세기의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다.  

민주주의가 만개한 아테네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대화술과 변론술이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으로 떠올랐다. 대화와 연설, 변론을 위한 기법과 역량을 돈을 받고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이 등장한 것도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것이었다.  
한편으로 오로지 쟁론에서 승리하는 기술을 전수하는 소피스트들을 호되게 비판하면서 진정한 진리 탐구를 위한 진지한 성찰과 대화를 요구하는 철학자들도 나왔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이들이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피스트들의 쟁론을 궤변으로 몰아세웠고 그 대안 찾기에 골몰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궤변이 넘치는 그리스 사회의 풍토를 걱정하며, 정론(正論)을 위한 수사학과 변증론, 그리고 논리학을 탐구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그가 이룬 학문적 성취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2천여 년이 넘도록 각 분야의 전범(典範)이 될 정도이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범주론』, 『명제론』, 『분석론 전서』, 『분석론 후서』, 『변증론』, 『소피스트적 논박』은 대표적인 논리학 저작 시리즈다. 이 가운데 『소피스트적 논박』은 『변증론』의 부록으로 실렸던 내용으로 쟁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유형과 오류를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상술한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쟁론을 위한 변증론을 전개했다. 그는 궤변이 넘치던 당시 아테네의 사회 상황에서 합리적 대화와 쟁론을 펼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소피스트적 논박』은 올바른 추론에 의한 참된 논박과 잘못된 추론에 의한 궤변적 논박을 식별하는 방법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궤변에 속지 않고 올바른 논박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가이드북인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학문 연구에 필요한 공통의 방법론을 추구하고자 했다. 상대방 논변의 모순과 오류를 찾아 폭로하고, 자신은 오류를 범하지 않고 정확한 논박을 전개하는 데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나 원리, 즉 토포스(Topos)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는 묻고 답하는 논의의 4가지 유형을 추론 방식의 차이를 통해 설명한다. 배우게 되는 각각의 것에 고유한 원리들에서 출발해 추론하는 것은 교수적 논의다. 변증술적 논의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견해, 즉 엔독사(endoxa, 통념)에서 출발해서 모순되는 것으로 추론해 나가는 것이다. 검토적 논의는 답변자가 승인하고 또 해당하는 주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내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의견들로부터 출발해서 추론하는 것이다. 그리고 쟁론적 논의는 통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들에서 출발해서 추론하거나 혹은 추론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쟁론적 논의를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쟁론적 논의는 논박, 거짓, 역설, 어법어김, 상대방을 무의미한 수다를 떠는 상태로 빠지게 하는 5가지의 목적을 갖는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쟁론적 논의를 전개하다보면 여러 가지 오류가 발생한다.  

논박을 하기 위해 애매한 말, 모호한 문장의 오류가 발생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씨에 기인하는 오류 6가지를, 그리고 말씨에 기인하지 않는 오류 7가지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만일 코리스코스가 소크라테스와 다르고, 소크라테스가 인간이라고 한다면, 코리스코스는 인간과 다르다’에 사람들이 동의한다면 이는 본질적 대상이 아닌 본질에 속하는 것에 대한 오류, 즉 '부대하는 것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된다.   

소크라테스의 속성을 규정하는 것은 많을 수 있다. 그가 인간임은 그 가운데 하나의 속성일 뿐이다. 따라서 코리스코스가 소크라테스와 다르다고 말한 속성도 부대하는 여러 것 가운데 하나일 테다. 따라서 각각이 대조한 속성이 모두 부대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코리스코스가 인간과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이 되는 것이다.   

특정한 사안에 따라 공통적인 원리를 고찰하는 사람은 변증론자다. 반면 궤변론자들은 외견상으로만 이것을 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궤변론자들은 돈을 벌고 명성을 얻기 위하여 외견상의 논증을 목표로 한다. "외견상의 승리에 있는 한 그 논의는 쟁론적이고, 외견상의 지혜에 있는 한 그 논의는 궤변적이다. 왜냐하면 궤변술은 실재가 없는 어떤 외견상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리스토텔레스는 표면적인 지혜로 보이게 하는 궤변술을 진정한 변증론과 준별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유사 지혜로 분식(粉飾)하는 궤변술을 분쇄하는 게 진정한 지혜를 추구하는 변증론자의 의무일 테다. 변증론자의 책무는 "어떤 특정한 지식에도 포섭되지 않는 공통의 원리에서 생기는 논박을 검토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박을 제대로 하려면 모든 것의 학문적 지식에 정통해야만 한다. 형식적으로 타당한 궤변적 추론까지 논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논박을 하려면 먼저 추론에 관하여 논의해야 한다. 추론에 관해 논의하지 않고 논박에 관하여 논의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논박을 하기 위해서는 추론하는 주장의 오류와 모순을 먼저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류의 원인은 추론에 있거나 혹은 그 기술의 모순에 있을 것이다. 가령 '침묵하는 자의 말함은 가능하다'라는 논의를 예로 들어보자. 이 말은 현재 말하지 않고 있지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있다. 즉 이 논의의 추론에는 오류가 없다. 하지만 침묵하는 자가 침묵하는 동안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침묵하는 자의 말함은 가능하다'는 논의는 기술(記述)상으로 모순이다. 따라서 이 논의의 오류는 그 기술에 모순이 있지 추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든 추론이든 어떤 점에서도 잘못을 범하지 않는 논의라야 참된 추론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주장을 논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언명의 추론과 기술의 오류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의 오류를 드러내게 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한다. 모호한 질문을 던지거나, 여러 질문을 던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쉽게 논박될 수 있는 주장을 하도록 상대방을 유도하거나 상대방에게 그의 견해가 어떤 철학적 학파에 속해 있는지를 물음으로써 그 학파가 안고 있는 역설적인 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법도 있다.   

상대방을 역설에 빠지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고차원적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지혜로운 자에게 복종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아버지에게 복종해야만 하는가?'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하더라도 그 답변이 역설적일 수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류의 다양한 예를 든 이유는 궤변적 논의를 분별하고 대응할 방도를 찾기 위한 것이다. 그가 오류에 대응하여 각각의 해소 방안을 뒤이어 제시한 이유다. 예를 들어 애매한 표현이나 의미가 모호한 질문에는 단정적으로 응답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그렇지만, 다른 의미에서 그것은 그렇지 않다'라는 식으로 답변해야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외에 강조의 오류,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 결론에 의한 오류 등에 대해서도 각각의 해소 방법을 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책에서 쟁론에 있어 어떤 오류들이 발생하는지, 상대방이 어떻게 거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로 하여금 역설을 말하게끔 할 것인지, 질문은 어떻게 물어야 하고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분석적 기술은 스스로 자부하듯 독창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20세기 초까지 동양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쟁론의 기법들이다.   

이 책에는 소피스트들이 자주 쓰는 궤변적 논의의 오류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스트적 논박의 실체를 규명함과 동시에 소피스트적 논변을 분쇄하기 위한 논박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저작은 학문 이전에 말로 싸워야 했던 당대인들에게 쟁론적 논의에서 빠지기 쉬운 오류의 유형을 밝히고 이를 해소할 보편적인 규칙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러한 치밀한 변증론적 논구는 궤변론자들에게 상당 부분 결정타를 가하는 동시에 당대인들에게 외면상의 지혜를 지양하고 참된 지혜를 함양하게 하는 가이드북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박경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  

   
▲ ☞ 추천도서: 『소피스트적 논박』,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재홍 옮김, 한길사(2014, 4쇄), 227쪽.



[박경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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