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일 여야의 기싸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특히 야당은 부결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부결을 부추긴다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여당을 압박하고 나서 경우의 수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의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새누리당의 막판 폐족 탈출’ 혹은 ‘샤이 탄핵파’가 있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으로 정해진 당론을 받아들인 마당에 굳이 무기력하게 야당에 끌려가야 하느냐는 자성론이 관건이다. 

또 야 3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도 주요 변수다. 여당 친박계는 이 조항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비주류측도 “헌법재판소 심리만 길어지게 하는 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야권은 버티고 있다.

야당이 탄핵 막바지까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탄핵 후 총리 탄핵’까지 거론했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9일 탄핵 표결이 열리는 날 국회 개방까지 주장한 상황이다.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려면 새누리당에서 최소 28표의 찬성이 나와야 한다. 전체 의석수 300명의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성립되지만 현재 야당 의석수는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등 171석에 그친다. 여기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까지 172표가 거의 명확한 탄핵 찬성표로 볼 수 있다.

◇‘막판 폐족 탈출’ 혹은 ‘샤이 탄핵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7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탄핵안이 부결이 되든, 가결이 되든 대통령의 조기 퇴진 입장을 밝혔다. 내년 ‘4월 퇴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막판 폐족에서 탈출할 기회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이더라도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의사를 밝혔는데 굳이 탄핵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선거를 이끌어왔던 과거 박 대통령의 역할을 감안해 탄핵보다 조기 퇴진을 원한다고 스스로 밝힌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신의를 보일 의원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일 여야는 여전히 치열한 기싸움 중이다. 특히 야당은 부결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부결을 부추긴다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어 여러 변수를 가늠케 한다./미디어펜


이 대표의 발언은 ‘샤이 탄핵파’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탄핵에 찬성하는 듯 보여도 결국 최종 결정은 여당 의원으로서 현직 대통령의 탄핵만큼은 막아보자는 데 동의할 수 있다. 지금 친박계 의원들 중에서도 찬성표를 던질 의원들이 최대 10명 안팎은 된다는 말이 비박계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설득할 기재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도 탄핵 투표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직접 호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이럴 경우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7시간’ 포함된 탄핵소추안

야3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돼 이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새누리당 비주류도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하지도 않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포함할 경우 헌재의 심사 기간만 길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으로서는 이 대목이 포함될 경우 야권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야권은 한목소리로 일축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세월호 7시간을 빼자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악마와 거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대변인도 “세월호 7시간은 양해는 물론 양해 논의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7시간 포함 여부와 관련해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여당 비주류 모임에서 이걸 빼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야당이 ‘세월호 7시간’을 최종 각론으로 뺄지 여부도 표결의 변수가 됐다. 

◇문재인·추미애 표결 막판까지 무리수

이와 함께 야당이 벌이는 탄핵 찬성표 압박이 겁박 수준이라는 것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 개방’과 ‘표결 인증샷’ 등을 주장했다. 민심을 대변하고 있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유 표결을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국민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탄핵 직후 곧바로 황교안 총리를 탄핵해야 한다며 ‘포스트 탄핵’ 구상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처음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주장하며 헌정질서를 어긴 데 이어 계속 위헌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이나 여당도 즉각적인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8일 문 전 대표를 향해 “사실 처음에 (탄핵소추 후) 헌법재판소를 가는 것도 꺼려했다. 바로 광장에서 정권을 넘어뜨리자는 식으로 말했다”며 “조기 선거를 하면 자기가 이롭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들어오기 전에 대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사실 문 전 대표 때문에 선(先) 총리 문제도 해결이 안 됐고, 개헌은 현재 불가능하지만 개헌 얘기같은 것도 일체 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지금 대통령은 아니지만 거의 대통령급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치 김대중 정부 때 이회창 같은 역할을 하고 있더라”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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