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물증이던 태블릿PC를 둘러싸고, 그것을 입수해 최초로 단독보도했던 JTBC와 태블릿PC가 나왔다는 건물관리인, 검찰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다.

태블릿PC가 세간에 알려진 건 지난 10월 24일이었다.

JTBC는 10월 24일 “최순실 씨가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 달라고 두고 간 컴퓨터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비롯해 200여 개의 파일이 발견됐다”며 최 씨의 국정개입 정황을 연일 보도한 바 있다. 

JTBC는 최초 방송에서 PC라고 보도했다가 나중에서야 태블릿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 탄핵 정국은 태블릿PC에서부터 시작했다.

10월 26일 검찰 관계자는 JTBC의 태블릿PC 입수경로에 대해 “JTBC 취재진이 독일 현지에서 최 씨 주거지 쓰레기통에 버려진 태블릿PC 1개를 확보해 국내로 보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TBC가 태블릿PC 백업 후 검찰에게 제출했으나 입수경로를 밝히지 않아서다. 브리핑에서 검찰이 입수 경위를 묻자 JTBC 기자는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26일 최순실 씨는 인터뷰를 통해 태블릿PC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밝혔고, 이를 뒷받침하는 최 씨 건물관리인의 증언 또한 KBS 보도를 통해 다음과 같이 알려졌다.

“짐은 최순실 씨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JTBC에서) 보도된 PC, 그런 것도 지하에서 나왔는지도 솔직히 몰라요.”

고영태 김한수 정호성 등 태블릿과 관련된 직접적 당사자 모두 최순실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에 JTBC는 26일 “태블릿PC는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했고 태블릿에서 사용한 이메일 계정은 greatpark1819”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greatpark1819 이메일 계정은 정호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이 쓴 공용 메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TV는 이와 관련 “최 씨는 태블릿 PC를 고영태 K스포츠재단 전 상무가 들고 다니던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했다”는 최 씨 지인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물증이던 태블릿PC를 둘러싸고, 그것을 입수해 최초로 단독보도했던 JTBC와 태블릿PC가 나왔다는 건물관리인, 검찰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다./사진=JTBC 뉴스룸


해당 태블릿PC로는 문서변경, 수정, 작성 모두 불가능하고 열람만 가능하다.

이와 관련,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지난 7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 씨가 컴퓨터와 카톡을 사용하는 건 몇번 봤지만, 정확히 말씀드리면 그런 걸 사용 못하는 사람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차은택 광고감독과 장시호 씨도 청문회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내놓았다.

고영태 전 이사는 태블릿PC를 제보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태블릿PC를 처음 받게 된 (JTBC) 그 기자분이 진짜 진실을 밝혀주셔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고 전 이사는 “최 씨로부터 받았지만 사용한 적 없는 또 다른 태블릿PC를 검찰에 제출한 상태(총 2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USB파일 제보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의 증거물 보유 현황과 입수 경위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태블릿PC를 둘러싼 모순과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JTBC는 지난 11월 3일 보도에서 태블릿PC의 모델명(SHV-E140S)을 밝혔다.

해당 모델은 통화를 할 수 없는 제품이다. 

그런데 JTBC는 이달 7일 익명의 제보(?)를 근거로 “최순실 씨가 사진촬영 뿐 아니라 전화통화 용도로도 썼다”고 주장했다.

태블릿PC 해당 모델 기본사양으로는 MS오피스 문서파일만 열람할 수 있고 한글(HWP) 파일을 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JTBC는 HWP 문서화면을 보이면서 보도하기도 했다.

   
▲ 청와대에서 기밀문서 보관에 쓰였다는 태블릿PC다. 청와대 태블릿PC 유출은 범죄행위다. 국정농단 의혹, 최순실 게이트의 방아쇠였던 태블릿PC였지만, 검찰은 아직 태블릿PC 유출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태블릿PC 입수경로와 관련,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건물관리인의 말 바꾸기다.

관리인은 이달 8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최 씨 등이) 3개를 뭘 놔두고 갔다. 쓰레기 수거하는 거치대 하나와 철판 하나, 사무실 안에 책상을 하나 놔두고 갔다”며 “책상도 비어있는 줄 알았는데 (JTBC) 기자님이 아무래도 기자정신이 있으니까 저랑 같이 가서 봤다. 그래서 제가 협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아한 것은 당시 JTBC와 동일한 날 건물로 찾아가 취재했던 경향신문의 보도는 달랐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기자가 찾아갔을 때 더블루K 사무실은 텅 빈 상태로 잠겨 있었고 책상이나 의자 컴퓨터와 같은 사무실 집기는 물론이고 서류 한 장 남아 있지 않았다.

JTBC가 찾아갔을 땐 책상이 있었으며 그 안에 태블릿이 담겨있다는 JTBC의 해명과 달리 경향신문 기자는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문제의 건물관리인이 JTBC에게 우호적이었던 이유는 이달 8일 밝혀졌다.

이날 유시민 전 장관과 노회찬 의원은 노유진 특별방송에 출연해 “건물관리인이 정의당 당원”이라며 “평소 JTBC만이 믿을 수 있는 언론사라고 생각해서 JTBC 취재진에게만 문을 열어줬다”는 후문을 들려줬다.

청와대에서 기밀문서 보관에 쓰였다는 태블릿PC다. 청와대 태블릿PC 유출은 범죄행위다.

국정농단 의혹, 최순실 게이트의 방아쇠였던 태블릿PC였지만, 검찰은 아직 태블릿PC 유출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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