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해체 보다는 혁신 통한 쇄신에 무게
전경련, 헤리티지재단 벤치마킹 연구하기도
[미디어펜=김세헌기자]최근 삼성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의 공개 탈퇴 선언으로 존폐 기로에 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소속 회원사들의 의견수렴에 착수하면서 향후 어떤 혁신 방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 이후 회원사들의 의견과 견해를 적극 반영, 조직 쇄신안을 준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전격적인 해제보다는 획기적인 변신을 통해 새로운 단체로 거듭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려 있는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재계를 포함한 각계에서는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 연구단체로 거듭나는 방안,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경련을 흡수 통합하는 방안 등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이는데 재계에서는 대표적 싱크탱크인 미국 헤리티지재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973년 설립된 헤리티지재단은 미국의 대표적인 정책연구기관으로, 정치·경제·외교·안보 분야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보수 싱크탱크의 맏형 격으로서 과거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영향력을 증대시킨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언론과 24시간 접촉할 수 있는 전문가 핫라인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헤리티지재단은 자체 예산의 30~40%를 정책홍보에 사용하는데 의회 보좌관들, 보수적 성향의 정무직 공무원, 언론인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재단은 1980년대 초 탄도탄유격미사일조약 폐기와 해상미사일방어시스템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한 이후 영향력을 확대했다. 

자신들의 정책을 실제로 관철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이 재단은 미국 내 보수파 전문가 집단의 홍보 전략을 극대화시킨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정치인과 행정부가 필요로 하는 자료와 보고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예측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헤리티지재단은 올해 기준으로 지원자가 무려 30만 명에 육박하는데, 총 운영수입 가운데 개인 기부금은 57%에 달해 대규모 재단 후원금이나 기업후원금보다 월등히 많은 것도 특징이다. 

기업이나 정당으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소액기부자들의 기부금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는 미국의 싱크탱크들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전경련은 실제로 헤리티지 재단을 밴치마킹하기 위해 재단 모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동안 개발시대의 이익단체 성격을 탈피해 '공생발전'이라는 시대정신에 맞춰 헤리티지 재단과같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존폐 기로에 선 지금, 발전 방향을 찾기 위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것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봐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일부 회원사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재계의 목소리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변화를 모색하는 와중에 헤리티지재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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