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 배터리 보조금 허용되나 '모범규준' 대폭 강화
LG화학·삼성SDI 등 국내업체 사업지속 여전히 '안개'
[미디어펜=김세헌기자]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다시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동시에 배터리 생산기업의 인증 기준을 한층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사업지속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의 전기버스. / 연합뉴스

15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전기버스 목록에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를 포함시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일종인 삼원계 배터리는 양극재의 소재로 니켈, 망간, 코발트를 사용한다. 양극재를 리튬, 인산, 철로 만든 LFP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말 현지에서 삼원계 배터리 장착 전기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삼원계 배터리의 새 안전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발표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LG화학, 삼성SDI, 일본의 파나소닉 등 관련 업체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반해 중국 업체들은 대부분 LFP 배터리를 만들고 있어 이런 조처가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처로 그동안 삼원계를 생산해온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달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에 대한 모범규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어 여전히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 측이 '전기버스 안전기술조건'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업계는 이같은 요건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며 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내놓은 자동차 배터리업계 모범기준 개정안 의견수렴 안에서는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 생산기업의 연간 생산능력을 종전의 2억Wh(와트시)에서 80억Wh로 높였다. 

   
▲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 삼성SDI

올해 생산능력 80억Wh를 달성한 기업은 중국의 비야디(BYD)와 닝더스다이 2개 업체 뿐이다.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SDI와 LG화학의 생산능력은 20억∼30억Wh 수준에 불과해 중국 정부가 모범기준 인증을 전기차 보조금 지급의 조건으로 활용할 경우 이들 국내 업체는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전기차 가격의 최대 절반에 해당한다.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중국 내 판매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간 생산능력 80억Wh 확보를 위해선 100억여위안(1조6980억여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만큼,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자동차 배터리 기업이 2년간 중대한 안전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기준도 추가했다. 모범기준 개정안이 배터리 기업의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능력 개선과 구조조정 필요성 등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중국 측의 설명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국내 대표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들은 이번 조치의 배경과 향후 닥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인증을 보조금 지급의 조건으로 활용한다는 구절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모범기준 인증과 보조금 지급을 연계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배터리업체에 대해 사실상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 우리나라 업체들이 조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되는 만큼, 규범조건안에 대한 견해을 제출하는 등 현지 사업 정상화를 위해 힘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