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서 '부패 기업' 낙인 우려…신인도 하락
불구속 희망…경제 파장 고려한 법원 판단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벼랑 끝에 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특경법 횡령·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오는 18일 법원의 구속여부는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삼성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불구속 수사도 가능한데 구속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은 이날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특히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룹의 2~3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은 불구속 수사 방침이 정해졌다. 그러나 이들이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삼성은 경영공백 현실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와병 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마저 자리를 비울 경우 그룹의 구심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이 공백이 장기화 될 경우 그룹이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미래 먹거리 사업도 줄줄이 위기를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인수가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하만 주주들은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삼성 수뇌부가 ‘최순실 게이트’ 수사선상에 오른 것을 두고 주주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80억달러에 하만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전장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청산진을 제시했다. 그룹 수뇌부가 미국으로 건너가 하만 주주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 전체는 큰 데미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신인도 하락은 물론 시장 경쟁력·기업 가치 약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선 특검이 일찌감치 삼성에 ‘부패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머지 기업들과 국가 브랜드의 동반 하락까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AP와 AFP, CNN, BBC 등 해외 주요 언론은 이날 ‘뇌물죄’를 언급하며 이 부회장 관련 뉴스를 긴급 타전했다. 법원의 최종 판결과 상관없이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진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 회장이 도주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특검의 이번 결정을 여러모로 아쉽다. 우리 경제 전체에 불확실성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삼성의 전략적 인수합병(M&A)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이 미국 등 해외 다수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의 적용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 경우에 해당되면 대규모 과징금을 내거나 해외 영업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연합

삼성 계열사들의 어깨도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그룹 수장이 업무가 사실상 정지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의 공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면서다. 삼성은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정기인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삼성의 조직 개편이 미뤄지고 있다. 각 계열사와 사업부별 업무 계획수립도 보류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현재 조직개편과 사업계획 수립이 시급하다. 부회장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업무 공백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겠다. 거래선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힘들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특검의 이번 결정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우리 경제 전체의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상상공회의소는 입장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최고경영자(CEO)를 구속 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사법부가 사실과 법리 등을 잘 살펴 현명하게 판단할 일이지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구속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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