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앞세워 수십만 참가자를 알바·노숙자로…분노의 행렬 더 길어질듯
   
▲ 우원재 자유기고가
JTBC 때문에 처음으로 집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TBC 뉴스룸은 26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돈을 받고 동원됐다는 리포트를 방송했다. 그래픽 작업을 통해 가격표까지 보여주며 상세히 설명했다.

일반 참가자는 2만원, 날씨가 추워지면 6만원,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 최대 15만원까지 일당을 챙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숙자들이 동원되는데, 목욕을 하고 깔끔한 용모로 나오면 6만원을 준다고 전했다. JTBC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소리를 하나 싶어 찾아봤더니, 관계자 증언이란다. 물론 익명이다.

JTBC는 이미 왜곡/조작 보도와 관련해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정치적 성향에 따라 철저하게 반정부, 반우파, 반새누리, 반재벌, 반미 프레임에 맞춰 의도적 오보를 내왔다. 너무 많아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영어 원문 내용을 정반대로 해석해서 뻔뻔한 거짓말을 해놓고도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은 게 그들이다. 그런 JTBC가 이번에는 '익명의 관계자'가 그랬다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돈이 궁한 아르바이트들 혹은 노숙자로 만들어버렸다.

촛불시위를 넘어서는 규모의 인원이 참가한 집회인데, 그게 돈으로 만들어진 거라면 최소한 그 어마어마한 금액이 어디서 나왔는지 정도는 추적하고서 신뢰할 수 있는 근거와 함께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 JTBC 뉴스룸은 26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돈을 받고 동원됐다는 리포트를 방송했다./사진=JTBC 뉴스룸

언론으로서 실시해야 할 최소한의 사실검증이나 크로스체킹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익명의 관계자’가 그랬다며 보도하는 발상이 의아하다. 그런 식이면 필자도 '익명의 관계자' 증언을 바탕으로 손석희 보도사장이 허언증과 망상증에 시달리는 소시오패스라는 주장을 펼쳐보겠다.

참 비열하고 야비하다. 잔인하고 추악하다. 태극기 집회에 대한 찬반 입장을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할 것 아닌가.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추운 거리에 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 그들에 동의하지는 못할 망정 그 노력 자체는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다.

목욕하고 깔끔한 용모로 나오면 돈을 더 준다는 말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노숙자와 동등선상에 놓은 JTBC. 그 만행에 분노해서라도 거리에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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