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 건설 추진 보도에 트럼프 "땡큐 삼성"
트럼프와 우호관계 형성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 발이 묶인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화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트럼프 정부와의 스킨십을 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초기에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과 이 부회장에 잇달아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연합

이날 로이터 통신은 삼성이 미국에 가전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이라는 멘션을 남겼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내 투자를 강화라는 메지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외국 기업명을 거론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남긴 것은 이례적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삼성과 이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여러차례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원했다. 하지만 삼성과 이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스처에 장단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수장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에 응했다. 외국 IT 기업 CEO 가운데 유일하게 포함된 이 부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참석이 불발됐다. 이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도 받았으나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에게 미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규모는 물론 남다른 상징성 때문이다. 삼성은 미국 시장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은 물론, 실리콘밸리 등에 연구시설을 세우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더 적극적인 미국내 투자를 원하고 있다. 미국 가전공장 건설에 대해 삼성전자는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수뇌부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삼성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점에서 삼성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우호적 분위기가 한 순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은 미국에서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전장기업 하만 인수작업 완료와 세탁기 반덤핑 등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언제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기조로 돌아설지 모른다. 초기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그 쪽에서도 그룹 수뇌부와의 만남을 원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가 움직일 수 없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재계에서도 삼성과 이 부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바라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맥이 빈약한 상황에서 삼성이 우리 재계와 미국정부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 우리의 경쟁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와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 특별검사팀의 유연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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