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능흡수…지주회사 후 새판 가능성도
재계 "미전실 핵심기능 없애는 것 사실상 불가능"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화한 삼성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기능 이전과 인력 재배치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는 가운데 삼성은 충격파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7일 “2008년과는 다를 것이다. 특검 수사종료 후 (미전실 해체에 대한 공식) 계획 등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연합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하는 조직은 1959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비서실이 출발점이다. 이후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로 명맥을 유지했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전략기획실 폐지되면서 업무지원실이 중요 업무를 이관 받았다. 그러나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복귀 이후 업무지원실은 미래절략실로 확대 개편됐고,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한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이번에 완전히 해체한다 입장이다. 2008년과 같이 이름만 바꿔 별도의 조직으로 미전실을 부활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의지도 확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이외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로의 핵심 역할 이전,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전환 전 과도기 조직 운영, 주요 계열사별 업무 분담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50만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그룹 전반의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계열사별 경영만으로는 지금 같은 대규모 기업집단 체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서는 미전실의 핵심 기능을 삼성전자가 흡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기존 미전실 조직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밑으로 들어간 뒤, 그룹의 주요 업무를 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조직이 별도로 없지만 중요 업무는 현대자동차가 담당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

삼성이 숨을 고른 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이후 본격적인 정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검토 작업에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에 그룹 수뇌부와 미전실이 발목을 잡혀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 체제의 안착을 위해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높여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은 착수 후 완료까지 3~4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작업을 마무리 하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 확고해 지면 대대적으로 그룹 조직 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 전환 전까지는 과도기 조직으로 그룹 업무를 관장하고, 이후 이 부회장 스타일의 시스템이 완성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축으로 미전실의 업무가 분담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전자·IT관련 사업을 맡고 삼성물산은 바이오 사업, 삼성생명은 금융 계열사를 관리하는 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컨트롤타워 등 미전실의 핵심기능까지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조직이동과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관련 업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