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루시드 드림' 포스터
[미디어펜=정재영 기자]한국판 인셉션이 탄생했다. 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은 기존 한국 영화계에서 찾아볼 수 없던 ‘꿈’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관객을 찾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일지도 모르는 루시드 드림(자각몽)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에서 꿈속을 현실의 세계처럼 배회하는 것을 말한다.
 
신인 감독 김준성은 다소 낯설 수 있는 참신한 소재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절절한 ‘부성애’를 담아 조금 더 보편적인 정서를 영화로 끌어왔다. 아이를 혼자 키우며 힘든 날을 살아가던 대호(고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놀이공원에서 의문의 남자에게 아들을 납치당한다. 대호는 이후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들을 찾아 헤매며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사소한 단서조차도 찾을 수 없다. 그런 그가 꿈이라는 매개체로 그 때의 기억을 볼러올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 같은 이야기를 듣게된다. 대호는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소현(강혜정)의 도움을 받아 꿈속으로 들어간다.
 
대호가 꿈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미스터리한 사건들로 가득찬 곳에서  ‘디스맨’(박유천)을 만나게 되고 더욱 큰 비밀 속으로 빠져든다.
 
소재가 불러오는 낯섦을 해소하기 위해 감독은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장면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친절하다고까지 여겨지는 세심한 연출로 현실과 꿈을 구분짓고 관객들이 더 편하게 영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감독은 꿈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판타지라는 강점을 적극 사용, 모든 건물들이 일시에 무너지며 쏟아지는 장면을 화려하게 그려냈다. 여타 블록버스터가 부럽지 않을만큼 웅장한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역시 ‘한국판 인셉션’이라는 생각을 들게끔 만들었다.
 
   
▲ 사진=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여기에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앙상블은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연기한 고수는 런닝타임 내내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서도 주요 키워드인 ‘부성애’를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지내던 순간과 아들을 찾을 때의 모습 차이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자신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또 짧다면 짧은 영화 촬영 기간도중 10kg을 증량하고 다시 18kg을 감량하는 노력을 보였다. 영화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그는 완벽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이미 ‘초능력자’(201)를 통해 SF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바 있는 그가 이번에도 장르에 걸맞은 묵직한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베테랑 배우 설경구의 연기 변신 또한 주목 할만한 부분이다. 그는 전작 ‘나의 독재자’(2014), ‘감시자들’(2013)에서 발산했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뒤로한 채 현실적이고 아픈 딸을 위해 현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카리스마를 버리고 힘을 뺀 연기로 오히려 고수를 돋보이게 만들고 극 전체를 받쳐주는 노련한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적은 비중임에도 스토리 전개상 절대로 빠질 수 없는 ‘키맨’의 역할을 보여준 박유천의 연기 향상 또한 눈에 띄는 요소였다. 그는 2014년 개봉한 영화 ‘해무’를 통해 신인상 8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충무로에서 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돼 공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역시나 그는 물오른 연기력으로 적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신 스틸러’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루시드 드림’은 이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와 참신한 소재의 하모니를 통해 완성도 높은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의 의도대로 부성애가 소재의 낯섦을 완화시켜 다양한 관객층을 어우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국형 인셉션’으로 불리며 벌써부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루시드 드림’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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