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반사이익을 본 '수혜주'가 나오는 반면 삼성그룹 계열사들 다수는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대선 후보들인 문재인‧안희정 테마주들에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으로 드러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개장 직전 들려온 '이재용 구속' 소식에 주식시장이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 하락한 188만2000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또한 2.77% 하락한 12만3000원에서 거래 중이다. 이외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주가도 부진한 모습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관련주가 약세인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 장녀 이부진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호텔신라‧호텔신라우는 이날 급등세를 보여 증권가 최고의 화제로 급부상했다. 현재 호텔신라 주가는 전일 대비 2.34% 상승한 4만8050원, 호텔신라우는 가격제한폭인 6만5000원까지 주가가 뛰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대선 테마주'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종목들이 눈에 띄는 강세를 보였다.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제약, 우리들휴브레인은 이 시간 각각 전일 대비 1.89%, 1.01% 상승했다. 바른손 역시 0.86% 상승했으며 에이엔피 주가도 2.91% 올랐다. 조광페인트는 1.45%, 서희건설은 0.75% 상승했다. 위노바의 경우만 전일 대비 2.64% 하락한 775원에 거래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야권 주자로 호감도를 쌓아가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관련된 주식들은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대세'의 한 축이 문재인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이사인 이의범 씨가 안 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설'과 함께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된 SG충방은 현재 전일 대비 14.84% 하락한 7750원에 거래 중이다. SG충방의 경우 전날 "안 지사와 관련성이 없다"는 공시를 내면서 단기적으로 낙폭을 키우는 효과가 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테마주인 백금T&A 역시 5.26% 하락했다.

코디엠의 경우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되지만 본사가 충남 천안에 있다는 이유를 제외하면 관련성은 낮다. 현재 코디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6.65% 상승한 2115원까지 올랐다. 대선 테마주 영향보다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9억9999만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는 전일 공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여권의 '희망'으로 급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관련된 테마주들 역시 디젠스 -9.38%, 국일신동 -9.00%, 인터엠 -8.52%, 제이티 -6.67%, 솔고바이오 -1.30%, 이루온 -0.37%  등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인텍 주가만 3.91% 뛰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치테마주에 대한 뇌동매매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은 '단속'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정치 테마주 중에서 '실체'가 있는 종목은 거의 없다"면서 "부정매매 가능성 등에 대해 당국이 보다 세심한 시선으로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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