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 만들기…여론 수렴 없이 졸속 처리하려는 국회
   
▲ 최완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상사법학회 회장
집중투표제도·전자투표제도 도입에 관한 상법개정안의 문제점

Ⅰ. 서언

정치권이 최근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개정안 처리에 합의하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에 야당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상법개정안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기업 옥죄기’ 분위기를 타고 제대로 된 여론의 수렴도 없이 졸속 처리될 운명에 처해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 틀림없고,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반기업 정서가 높아지면서 재벌 개혁을 명분으로 발의된 상법개정안은 20여개에 달하고 있다. 오너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 개정이 추진된다고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론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➀전자투표제의 의무화, ➁다중대표소송제의 도입, ➂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➃집중투표제의 의무화, ➄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등으로 요약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 중에서 집중투표제도와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의 의무화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Ⅱ. 집중투표제도 도입의 문제점

1. 개정안

집중투표제는 1998년 상법에 처음 도입된 후 최근까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수주주권 보호를 위해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정부가 적극 권장한 사항이다. 원래 집중투표제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및 투명성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대부분의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배제하여 실효성이 취약하였다. 

2013년에 나왔던 법무부 상법개정안은 경영의 투명성 요청이 높은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소수주주권으로 집중투표를 청구할 경우 회사는 정관배제와 관계없이 이를 채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1) 이번 상법개정안도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할 때 소수주주권으로 집중투표를 청구할 경우 정관으로도 이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다(김종인, 채이배, 노회찬 의원안).

2. 입법례

집중투표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먼저 미국은 정관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opt-in) 주가 36개 주이고, 일반적으로 집중투표를 실시하되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opt-out) 주는 8개 주이다. 의무화 하고 있는 주는 Arizona주, California주(비 상장사에만 의무화), Hawaii주(비 상장사에만 의무화), Nebraska주, North Dakota주, South Dakota주, West Virginia주 등 7개 주 뿐이다.

참고로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입법을 하지 않고 있는 주에서 집중투표를 채택한 회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소수주주의 권리강화와 무관하게 주주 간 분쟁과 경영효율성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1974년 상법 개정을 통해 임의적 선택방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또한 정관의 배제가 없으면 단독주주권으로 집중투표의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일본 회사법 제342조).

   
▲ 더불어민주당 등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은 다분히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 정치인들은 경제가 최악이라 걱정이라고 하면서도 인기영합주의에만 매몰되어 기업을 뛰게 만들기는커녕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여 기업의 발목을 잡는데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다./사진=연합뉴스


3. 집중투표제도 찬성론

집중투표제도의 찬성론자들은 집중투표제를 실시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지배주주 이외의 소수주주도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지배주주와 기타 주주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지배주주에 의한 기업경영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이로써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2)

또한 이사회에서 지배주주의 간섭을 받지 않는 이사로 하여금 지배주주의 은밀한 사익추구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함으로서, 지배주주의 개인적 이익 추구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대주주집단과 경영자 사이에 이익배당과 관련하여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 소수파집단에 의하여 선출된 이사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고, 다수파에 의하여 선출된 이사의 활동을 감독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소수주주를 위한 이사들이 선임되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서 민주적이며 발행 주식총수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대주주들의 지배권이 침해되지 않는 가운데 이를 견제할 수 있다고 본다.

4. 집중투표제도 반대론

집중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사회 구성원의 이질성으로 인하여 이사회 내부에 당파적 대립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각 계파의 의견조정 및 타협과정에서 장시간이 소요되어 이사회의 운영의 기동성과 효율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3)

아울러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게 되면 출석주주의 확정‧투표의 관리‧투표의 집계 등 선임에 관한 사무절차가 번잡하게 되고 빈번한 투표에 따르는 많은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와 함께 소액주주를 포함한 다른 주주들의 사익추구행위가 나타나게 되면 회사의 영업비밀과 같은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본다.

5. 사견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지배주주 이외의 소수주주도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지배주주와 기타주주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지배주주에 의한 기업경영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4)

집중투표제도는 동일한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 소수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가지는 제도를 말하며, 이사선임에 관한 일종의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5)

집중투표제를 적극 활용하자는 논거를 보면 ① 집중투표는 수인의 이사를 따로 선임할 때 행사할 수 있는 주주의 투표권을 동시에 행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상법상 감사선임 시 지배주주의 3% 이상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자본다수결 또는 주식의 비례적 가치에 반하지 않고, ②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선관의무 및 충실의무를 부담하므로 집중투표로 선임된 이사들이 회사의 전체이익을 무시하고 분파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이사회의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고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와 최대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공존하여 당파적인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영국계 해지펀드가 다른 외국계 기관들과 손잡고 집중투표를 통해 KT&G의 경영진 교체요구 등 경영권을 간섭한 선례가 있다.

또한 실무상으로도 집중투표제도는 기업의 업무부담과 불필요한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 참고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 일본, 러시아, 대만 등 여러 국가가 있으나 강행법규로 채택한 국가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3개국에 불과하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은 Arizona주 등 7개 주만 강행규정으로 되어 있고 일본은 주주 간 파벌싸움 등으로 회사 경영상의 혼란만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 되어 정관상 집중투표를 배제한 경우에는 이 제도를 청구할 수 없도록 상법을 개정한 바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집중투표제를 기업에게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는 반대한다.

   
▲ 이 시점에서 당장 지금 논의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의 제도들의 도입을 강제한다고 해서 단번에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사진=연합뉴스


Ⅲ. 전자투표제도 도입의 문제점

1. 현행 상법상 전자투표제도의 개요

전자투표제도(주주의 의결권행사의 전자화)는 지난 2009년 5월 28일 상법개정에 의하여 제368조의4 제1항을 신설함으로써 도입되어 2010년 5월 29일부터 시행되었다.

현행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는 주주본인이 직접 행사하는 방법 외에도 대리인을 통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상법 제368조 3항),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상법 제368조의2), 이러한 기존의 의결권행사방법 외에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자투표방식에 의한 전자투표제도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전자투표제도란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전자적 방법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정할 수 있다(제368조의4 제1항). 회사는 주주총회 소집통지나 공고를 할 때에는 주주가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지하거나 공고하여야 한다(동조 제2항).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정한 회사는 주주총회 소집의 통지나 공고에서 ➀전자투표를 할 인터넷 주소, ➁전자투표를 할 기간(전자투표의 종료일은 주주총회 전날까지로 하여야 한다), ➂그밖에 주주의 전자투표에 필요한 기술적인 사항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상법시행령 제13조 제2항).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행사를 정한 경우 회사는 의결권행사에 필요한 양식과 참고자료를 주주에게 전자적 방법으로 제공하여야 한다(상법 제368조의4 제3항). 동일한 주식에 관하여 서면투표 또는 전자투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전자적 방법 또는 서면 중 어느 하나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동조 제4항). 회사는 의결권행사에 관한 전자적 기록을 총회가 끝난 날부터 3개월간 본점에 갖추어 두어 열람하게 하고 총회가 끝난 날부터 5년간 보존하여야 한다(동조 제5항).

한편 전자투표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전자투표관리기관으로서 한국예탁결제원이 2010년 8월부터 전자투표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동 기관은 인터넷 기반의 전자투표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자투표관리업무규정을 제정하여 전자투표관리업무를 개시하였다. 전자투표의 참가자로는 발행회사, 주주, 한국예탁결제원이다. 

발행회사는 전자투표를 이사회 결의로 채택한 후 전자투표관리기관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주주총회 정보, 주주명부, 주주총회 결과 등을 전자투표관리기관에 통지한다. 주주는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하여 본인이 전자투표를 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관리기관으로서 주주 및 주주총회의 정보관리, 전자투표 집계, 주주총회 결과 통지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6)

2.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 논란

우리나라는 IT기술의 진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므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주주들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고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하여 주주의 의사를 주주총회에 반영함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 효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투표제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총회의 의결정족수를 용이하게 확보하여 주주총회의 개최를 원활하게 할 수 있으며 비용과 시간의 절감을 통한 주주총회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고 전자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능해 진다. 또한 간편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주주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자투표는 전자투표제도를 활용하고자 하는 회사가 전자투표관리기관의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아니하고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이다. 현재 회사가 전자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한 후 전자투표관리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관리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하여 전자투표를 신청하여야 한다. 

회사는 전자투표 신청 시에 이 시스템에 주주명부와 의안 및 참고자료, 의결권제한내역 등을 등록하여야 하며, 예탁결제원은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주주에게 제공하고, 주주는 주주총회 10일 전부터 주주총회 전날까지 인터넷에 접속하여 공인전자서명을 통해 의안별로 찬성 또는 반대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전자투표가 이루어진다. 이로써 주주는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도 주주총회의 결의사항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개최 전에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다.7) 8)

   
▲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의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집행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각자 처한 환경에서 최적의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사진=연합뉴스

3.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찬성론

먼저 전자투표제도의 의무화 찬성론을 보면 ① 소액주주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주주총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 ② 소액주주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통해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점, ③ 전자투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행사를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④ 주주의 적극적 의결권행사로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이는 직접적으로 증권시장의 확대와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이 주장되고 있다.

4.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반대론

한편 반대론의 논거를 보면 ① 토론을 기본으로 하는 회의체로서의 본질을 왜곡시켜 주주총회의 형해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점, ② 본인인증이 어렵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 ③ 해킹, 시스템 오류 등 온라인 상의 불안정 요소로 인한 주주의 의결권행사 제약이 발생할 수 있으며,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④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기업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점, ⑤ 의결권 행사 후 철회 · 변경이 불가하여(상법 시행령 제13조) 악의적 루머 등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주주 의사의 왜곡 가능성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주요선진국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한 규제라는 점 등을 들고 있다.9)

5. 입법례

미국의 입법례를 보면 대다수 미국 기업이 따르고 있는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의 경우 1998년, 2000년 개정으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행사를 인정하되 결코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적 선택사항으로 되어 있다. 또한 일본은 이사회 설치 회사의 경우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자투표제도의 실시 여부를 임의적 선택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결코 의무화 하고 있지 않다. 다만 1,000명 이상 주주의 수가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서면투표를 의무화 하되 서면투표제도를 채택한 회사는 참고서류 및 서면투표용지를 소집통지와 함께 주주에게 교부하고 있다(일본 회사법 시행규칙 제65조).

이와 같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는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는 있으나 거의가 ‘이사회 결의’ 등 회사자율로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의무화 하고 있지 않은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10)

6. 사견

전자투표제도는 주주총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주주들, 특히 소액주주 또는 비지배주주가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배주주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상장회사들의 주주총회가 일정한 시기에 몰리는 경우 복수의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도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실무에서는 전자투표제도는 번거롭고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1)

전자투표제도는 회사의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비용절감 등 효율성 · 경제성을 증진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다만 이 제도를 의무화하여 기업에게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12) 현행 상법 하에서도 주주들의 의결권행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서면투표제’, ‘의결권대리행사’ 등의 여러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고 자본시장법상 ‘Shadow voting제도’도 폐지하기로 하였다가 2017년 말까지 유예되어 상장회사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노력하여야 하는데 구태여 이 제도를 의무화하여 기업에게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수많은 논란과 각계의 의견을 거쳐 해방 이후 최대 규모인 250여개의 조문을 개정한 새로운 회사법이 시행된 지도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걸핏하면 기업 때리기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또 다시 상법 개정에 관한 논쟁을 재연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사진=미디어펜


Ⅳ. 결언

지금까지 이번에 제기된 「상법개정안」 중 집중투표제도와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에 대한 찬성론과 반대론을 소개하고 본인의 견해를 언급하였다. 돌이켜 보면 2013년 법무부가 입법 예고했던 ‘지배구조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일부 찬성론자들은 법무부의 상법개정안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들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실효성 확보와 정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보다 강화된 개정안이 나와야 한다고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19개 경제단체들은 법무부의 상법개정안은 개별기업의 경영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강제하고 있다고 강력한 반대의견을 밝혀 결국 상법개정안은 무산된 역사가 있다.

생각건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의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집행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각자 처한 환경에서 최적의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진각국의 기업지배구조를 보면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개별 기업의 특성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특정한 지배구조를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시점에서 당장 지금 논의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의 제도들의 도입을 강제한다고 해서 단번에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상법은 기업을 옥죄는 법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기업을 유지 · 발전시키는 데에 주목적이 있는 법이라고 파악할 때 기업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입법보다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부 재벌기업의 총수의 잘못된 기업경영으로 인하여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현재의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에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여 기업들이 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경제를 살리는 데에 보탬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은 다분히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 정치인들은 경제가 최악이라 걱정이라고 하면서도 인기영합주의에만 매몰되어 기업을 뛰게 만들기는커녕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여 기업의 발목을 잡는데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2013년 입법예고 되었던 기업지배구조 상법개정안도 이미 2006년 상법개정안과 2008년 상법개정안이 제출되었을 때 치열하게 논쟁하였던 사항들이고 문제점이 너무 많아 폐기되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논란과 각계의 의견을 거쳐 해방 이후 최대 규모인 250여개의 조문을 개정한 새로운 회사법이 시행된 지도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걸핏하면 기업 때리기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또 다시 상법 개정에 관한 논쟁을 재연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최완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상사법학회 회장

   
▲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 틀림없고,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사진=미디어펜



1) 즉 “자산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에서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가 있는 경우 제542조의 6 제2항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0분의 10<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000분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자)는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상법개정안 제542조의 7), 이러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의 배제 여부에 불구하고 소수주주의 청구가 있으면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2) 정경영, “독립적 사외이사, 집중투표”, 기업지배구조상법개정 공청회 자료집, 2013.6, 14면.

3) 이처럼 집중투표제는 집중투표제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정 소수주주의 독자적인 이익을 위해 기능할 뿐이고, 주주가 소수의 가족으로 구성된 비상장회사인 경우 기업경영과 관련한 가족 간의 불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상장회사의 경우 기업지배구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Frank H. Eaterbrook Daniel R Fischel, The Economic Structure of Corporate Law(Havard University Press, 1991), pp, 73-74.

4) 상장회사의 경우 2009년 상법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에 관한 자세한 규정을 마련하였는데, 전자문서에 의한 청구, 집중투표청구기간을 주주총회 6주전으로 하고 소수주주권 지주비율의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였다. 즉 상장회사의 경우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하거나 그 배제된 정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로 하여금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상장회사가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집중투표의 배제에 관한 정관변경안을 상정하려는 경우 그 밖의 사항에 관한 정관변경안과 구분하여 별도로 상정하여 의결하도록 규정하였다.

5) 현재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상장회사는 734개사 중 포스코 등 57개사(7.8%)에 불과하고 시가총액 상위100대 기업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4개에 불과하다. 정관에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상장기업의 수는 677개사로서 상장기업 전체의 92.2%에 달하고 있다.(정경영, 전게 발표자료, 15면 참조) 이와 같이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정관의 규정에 의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함으로써 집중투표제도는 거의 사문화되었고, 이로 인해 주주의 지분율에 비례한 회사지배구조에 의 영향력 행사라는 집중투표제도 도입의 취지가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6) 전자투표의 운영실무에 관한 상세는 「주식회사법대계Ⅱ」(제2판), 법문사(2016. 2), 김병태 집필부분 ‘전자주주총회’(2016. 2), 226면~230면 참조.

7) 전자투표제도의 활성화방안으로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을 의무화하거나 opt-out방식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한 견해로는 곽관훈, “전자투표제도활성화를 위한 법적과제” 「IT와 법연구」 제7집(2013.2) 164면 참조.

8)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주주에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안으로서는 최선의 입법이라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권종호, “전자투표제도의 단계적 의무화의 필요성과 그 이유”, 「상법개정안의 주요쟁점과 그 평가」 자료집, 2013, 8, 19, 90면 참조.

9) 재계는 인터넷상의 왜곡된 정보에 의한 폐해, 보안상 위험성, 의결권 행사의 역차별 현상 발생 등을 이유로 의무화에 반대하면서 현행의 자율방식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승렬,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관련 상법개정방안」, (KERI정책세미나자료집, 2013. 7. 8) 129면~130면.

10) 의결권 행사의 전자화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에 대해서는 최완진, 「기업지배구조법」,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2016.4), 172~176면 참조.

11) 최완진, 전게서, 457면 참조.

12)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이 기업 총수를 견제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2016년 7월 4일 대표발의하였다. 20대 국회에 들어와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발의된 법안 중 가장 많은 여야 의원 122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김종인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경제의 틀을 바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통한 포용적 성장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을 보면 ➀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➁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➂감사위원 분리 선출, ➃전자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로 되어 있다.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5일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긴급좌담회 '상법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 전 상법 학회장들에게 듣는다'에서 최완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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