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우 변호사 22일 변론에서 신의 한 수 제시
"위헌 투성이 소추안을 국회에 되돌려 보내라"
   
▲ 조우석 주필
지난 2월 22일 변론을 기점으로 헌재의 분위기가 성큼 바뀔 것이라고 나는 단언했다. 촛불민심에 가위 눌려있던 상황에서 벗어나 공정재판을 기대해도 좋다는 전망까지 곁들였는데, 이런 반전은 김평우 변호사(이하 김평우)의 명변론 덕분임은 물론이다.

고백하자면 그 글은 화급하게 썼다. 22일 변론, 그 다음날 김평우를 몹쓸 변호인으로 몰고 간 조중동의 지면을 보고 정말 놀랐고, 빨리 이런 '가짜 뉴스'를 막아보자는 충정이 전부였다. 다행스럽게도 "조중동이 이렇게 엉터리구나!"라면서 많은 분들이 성원을 해주셨다.

문제는 그 칼럼에서 김평우가 제시했던 정말 소중한 아이디어 하나를 빼먹었다는 점이다. 그 아이디어는 한국사회가 정말 소중하게 점검해봐야 할 내용인데, 그게 탄핵소추 각하(却下) 문제다. 국회에서 의결해 헌재로 보낸 탄핵소추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자는 제안이다.

속임수 탄핵으로 일관한 국회가 문제다

솔로몬의 해법이 아닐 수 없는데, 왜 그런가? 헌재가 기각과 인용(認容) 어느 쪽의 선고를 내려도 피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정치사회적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제3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그 다음이다. 22일 변론의 핵심 메시지인 그걸 제대로 다룬 매체는 현재까지 없다.

김평우가 '내란', '시가전' 발언을 했다는 황당한 보도에만 정신 팔린 게 이 나라 몹쓸 언론의 수준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 상식이지만 대통령 탄핵이란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라서 법률 꽁생원들끼리의 법리 검토만으론 해법 찾기가 어렵다. 헌재 안팎에서 생산적인 조언을 해주는 게 절실한데, 김평우 변론의 핵심은 이렇다.

"촛불 시위, 태극기 시위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데 어떤 결론을 내려도  엄청난 비난과 공격을 받을 거다. 헌재가 존립할 수 있느냐 문제도 생긴다. 이 딜레마에서 대통령의 잘잘못을 따지는 탄핵 여부보다 국회가 졸속 의결한 것이 절차가 잘못됐고, 위헌이라며 헌재가 재판(선고)하는 것이 법리에 맞고 정치적으로도 현명하다."

   
▲ 탄핵소추안 각하는 헌재가 태극기 민심과 촛불 민심 어느 쪽에도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기각 땐 혁명", "인용 땐 내전"으로 으르렁대던 양 진영이 냉정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앞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의경들. /사진=연합뉴스

헌재가 받은 공을 국회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걸 김평우는 "뿌린 자가 거둬야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야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헌재가 국민적 존경 속에 살아남는다. 태극기 민심도 그걸 받아들일 것이고, 촛불민심도 이론 제기를 못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누구는 물을 것이다. 혹시 그게 시한폭탄을 떠넘기려는 건 아닐까? 아니다. 원인 제공한 것은 국회였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속임수 탄핵으로 서둘러 내쫓으려 했는데, 너무 서두르다가 절차적 실수를 숱하게 저질렀으며, 그게 모두 위헌이었다.

우선 '섞어찌게 일괄투표' 자체가 잘못이다. 우리헌법 65조는 구체적인 탄핵사유를 요구하는데, 국회는 그것부터 정면에서 위배했다. 13개 사유별로 의결을 하지 않고, 몽땅 모아서 얼렁뚱땅 찬반 의결을 해버렸는데 물론 위헌이다. 상식이지만 대통령부터 쫓아내고 그 뒤에 증거조사를 하는 것도 위헌이다. 선 증거조사, 후 소추가 맞다.

그건 게 한둘이 아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38조에 따라 180일 이내로 심판을 하면 되는데, 무엇에 쫓기는 듯 80여일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탄핵 망치를 두드리려 하고 있다. 왜 헌재는 시간이 없다며 대통령 측의 증거신청을 무더기로 각하하는 바보짓을 하는가? 역시 위헌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했다. 12년도 안돼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하여 지금 심판을 받고 있는데 세계 탄핵사·헌정사에 유례없다. 필시 나라가 망할 것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탓이냐? 아니다. 이 나라의 국회가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탄핵하는 나쁜 관행 때문이다."(변론 발췌요약)

김평우는 그날 변론에서 이렇게 못 박았는데, 실은 국회 못지 않게 헌재가 표적이었다. "헌재가 국회의 위헌 졸속 의결에 대한 위헌 심사를 거부한 채 왜 면죄부를 거침없이 주려 하는가?"는 질문이야말로 재판관 8명의 허를 찌른 명변론이었다.

헌재, 8명 전원일치로 탄핵위헌 판결하라

그날 역사적 명변론을 방청했던 취재기자는 내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헌재가 살 길을 김평우 변호사가 제시해줬는데도 그걸 소화 못한다면 자멸입니다.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 말이 맞다. 탄핵소추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자는 제안은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안이다.

자, 지금의 상황에서 헌재는 어떻게 하면 될까? 오늘이라도 당장 전원 회위를 열고 탄핵소추안 각하 문제를 검토해보길 바란다. 필자인 내가 원하는 최선의 결과는 자명하다. 8명 전원일치로 탄핵소추안 위헌 판결을 내리고 바로 국회로 보내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성을 찾고 그간의 '탄핵 마취', '촛불 마취'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또 다른 선택이 있다. 3월 13일 최종선고를 내릴텐데, 그때 탄핵 인용(認容)이냐 기각이냐를 묻게 된다. 그때 '각하'가 최소 3명만 나오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탄핵이 이뤄지려면 6명 이상이 인용 견해를 내야 하는데, 각하 3명이 나옴에 따라 자동으로 탄핵소추안은 각하된다.

1~2명만 각하 견해를 표명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 일테면 각하 2, 기각 3, 인용3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건 헌재가 태극기 민심과 촛불 민심 어느 쪽에도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기각 땐 혁명", "인용 땐 내전"으로 으르렁대던 양 진영이 냉정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

오늘 아침 받아본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가 이랬다. "시한폭탄이 돼가는 탄핵시계".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해법을 모르니까 독자들 겁주는 이 따위 지면을 만든다. 왜 당신들은 김평우의 솔로몬 해법을 다루지 않는가? 정말 바보라서 그런가, 인용될 걸 믿어서 그러한가? 조중동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역설적 명제를 오늘 재확인한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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