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추가 絶讀운동 창간 이래 최대위기…"헌재는 탄핵 기각하라!" 사설 내보낼 순 없나
"조중동이 신문이라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냉소의 끝을 달리는 이 우스개에 뼈가 있다. 최순실 사태의 출발이 언론의 난(亂)이라는 걸 가늠하는 사람들이 조중동에 대한 환멸을 요즘 그렇게 표현한다. 확실히 최근 1년 조중동은 선동매체로 성격이 바뀌었다. 책임있는 주류 매체가 공멸(共滅)한 지금 상황은 언론환경의 변화 그 이상이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수호하려는 매체가 전무(全無)하며, 그래서 국가위기다. 그럼에도 조중동 사이엔 편차가 존재한다. 그걸 미디어펜 주필 조우석은 '눈치 보는 조선, 날뛰는 중앙, 왕바보 동아'라고 규정했는데, 지켜볼 일이다. 셋 사이의 균열이 앞으로 어떻게 탄핵정국의 변수가 될 지를 체크해보자. 정말 궁금한 건 이 질문이다. 궤도를 이탈한 미친 언론 조중동의 회생 가능성은 없는가? 그걸 상하로 나눠 점검한다. [편집자 주] 
                 
연속칼럼<1>- '눈치 보는 조선, 날뛰는 중앙, 왕바보 동아'

   
▲ 조우석 주필
웬만한 사람이라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눈치 채고 있다. 법리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기각이 백 번 맞지만, 헌재가 촛불민심이란 유령에 가위 눌려 있어 그게 변수일 뿐이다. 그럼 조작된 촛불민심을 키운 건 누구였던가? 언론이었다. 그것도 조중동을 포함한 주류언론이 그 지경이었다.

검찰-특검의 마녀사냥 수사, 졸속 탄핵소추에 앞장선 국회 그 이상의 악역을 담당한 게 조중동이었다. 그들 산하의 종편방송까지 가세해 나라 전체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몰고 갔다. 지난 몇 개월 그들이 벌였던 인민재판식 선동보도의 광기(狂氣)를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다, 8선녀 그룹이 있다, 차은택-박근혜 심야 밀회 있었다, 최순실의 없는 아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사드 배치도 최순실 작품이다 등등…. 지난 1개월 MBC-한경 등의 잇단 보도에 힘입어 최순실 사태의 개념 자체도 바뀌고 있다는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띄는데, 이걸 지켜보며 속으로 떨고 있는 게 조선일보다.

조중동 셋 중 그래도 그장 영리한 게 그들, 조선이다. 그래서 요즘 그들은 '알리바이 지면'을 만들어 두고 있다. 헌재가 탄핵 기각을 선고할 경우 "우리도 그 쪽이었다!"고 끼어들 참인데, 그래서 슬금슬금 한 자락 까는 지면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과련 검찰-특검의 마녀사냥 수사, 졸속 탄핵소추에 앞장선 국회 그 이상의 악역을 담당한 게 조중동이었다. 사진은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외치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사진=TMT 유튜브 방송 캡처

송희영 사건 이후 지면쇄신-사과 거부한 조선

대표적인 게 1월 18일자 오피니언 페이지에 '조선일보에 불만 있다'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최근 변질된 지면에 대한 자아비판을 한 지면에 담아 자성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날 부제목이 이랬다. "촛불 시위는 크게 쓰고 애국 보수 집회는 외면한 이유 뭔가?/새해 들어 균형감과 시각 달라진 느낌… 좀 더 지켜보겠다." 

실은 그 10일 전에 같은 지면을 선보였는데, 그날 큰 제목은 좀 더 본격적인 자기반성이었다. "나라의 내일 걱정하는 정통보수 언론의 길 되찾아야"(12월28일). 확실히 조선일보는 대권에 눈먼 사주(社主) 홍석현의 뜻에 따라 춤추는 중앙일보, 뭔지 모른 채 어리적은 지면을 만드는 왕바보 동아일보와는 달리 잔꾀를 부릴 줄 안다.

좋다. 조선일보는 그 이후 개과천선을 했는가? 하는 척을 했을 뿐이다. 최순실의 변호사 이경재씨 인터뷰를 한 면에 실은 지면, 촛불민심에 휘둘리는 한국정치를 비판한 영국 출신의 기자 마이클 브린 인터뷰 등이 그렇다. 냉정하게 그건 면피용 지면이며, 본격적 지면쇄신과는 전혀 거리가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송희영 사건 이후 변한 게 없다. 부패기득권 언론의 모습은 더욱 교묘해졌으며,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했던 원인제공자로서 반성을 한 바 없다. 외려 저들은 송희영과 공범자 그룹으로 묶여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런 실체를 드러낸 대표적인 지면이 지난 2월21일 2면이다.

취재기자 한 명을 내세운 '기자수첩'에서 "MBC, 언론인가 흥신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MBC 뉴스에 대해 불만을 밝히면서 공영방송 MBC를 흥신소에 비유한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신문 전체가 '제도화된 가짜 신문'인 주제에 왜 MBC를 공격하는가?  MBC가 흥신소라면, 조선일보는 범죄집단이란 뜻인가?

MBC가 고영태 파일을 집중 보도한 것은 고영태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이고 최순실을 조종해 K스포츠재단을 낚아채기 위해 음모를 꾸민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 고영태와 연계된 인물이 조선일보 조직 안에 숨어있다는 걸 세상은 다 안다. 그게 'TV조선'의 A기자다.

   
▲ 김진태 의원은 검찰이 1억원의 금품과 향응을 접대받은 송희영 전조선일보 주필을 불구속기소한 것에 대해 "이게 공정한 사회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김진태 의원이 송희영 전 주필부인이 대우조선 선박명명식에 참석한 사진을 폭로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타락한 조선일보, 자기갱신은 가능한가?

고영태가 이익세력이라면, 그의 뇌관에 불을 붙인 기획세력의 핵심이 그 친구다. 환멸이다. 송희영 때문에 부패기득권 언론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 신문이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인물을 품고 있다니! 조선의 타락은 과연 어디까지란 말인가?  

조선일보의 배신은 참담하다. 송희영 사태 때 이미 그 신문은 창간 이래 최대 위기였다. 그때 인적 쇄신-지면쇄신을 단행하고, 독자의 용서를 구했어야 옳았다. 저들은 대신 좌파 윤리학자 손봉호를 미디어윤리위원장에 내세우고 윤리규범을 만든다고 요란을 떠는 걸로 그쳤다.

그건 무얼 뜻하는가? 조선일보 구성원 전체가 송희영, TV조선 A기자와 암묵적인 공범자 집단임을 걸 보여준다. 최순실 게이트 출발부터 저들은 그랬다. 좌익과 싸우는데 충실하기는커녕 그들과 결탁을 했고, 그렇게 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내는데 앞장섰다. 

좌익의 앞잡이로 변신했으니 그들은 지난 몇 개월 태극기 집회를 조롱하고 경멸하는 지면을 만들었다. 요즘은 태극기와 촛불의 양비론을 펼치는 야바위꾼 노릇도 한다. 이게 왜 문제인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조선일보 주독자층과 겹친다. 그런데도 그들을 경멸하는 자가당착의 매체가 조선일보다. 상황이 그러하니 지난 연말 전후 조선일보 구독을 끊은 독자가 무려 20만 명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보복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익 시민단체에서는 추가로  30만 부 절독(絶讀)운동을 선언했다. 이게 성공한다면 조선은 경영적으로도 최대 위기다. 유가부수 100만부를 겨우 넘기는 형편에서 독자수 반 토막은 신문의 자기정체성 위기를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조선일보가 진정 자기회생하는 길은 없는가? 영악하게 눈치를 보는 지면을 제작하는 걸 벗어나 전면쇄신의 가능성은 없는가? 왜 제법 똑똑할 것을 보이는 편집국 기자 그룹을 포함해 내부 구성원들은 저 지경인가? 탄핵정국이 10여일을 앞둔 지금 과감하게 "헌재는 탄핵을 기각하라!"는 용기있는 목소리의 사설을 내보낼 순 없는 것인가?

타락한 매체 조선의 자기갱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실낱같은 가능성은 아주 없지 않은 게, 중앙-동아일보와 달리 저들은 영악하게 놀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과 한계를 중앙-동아일보의 추락을 다루는 다음 회 칼럼에서 마저 살펴보기로 하겠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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