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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모 잡힌 임단협…현대중공업 노사 '지루한 힘겨루기'
잇단 교섭, 입장차 여전…협상 장기화 우려
"더 큰 위기 올 수도…타협 접점 마련 시급"
승인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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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3-08 1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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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내 조선업계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의 노사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장기간 타결하지 못한 채 짙은 안갯속으로 향하고 있어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불황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멈추지 않는 데다가, 지난해 임단협까지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노조의 강력한 반대를 뚫고 6개 독립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노사 간 임단협 협상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 현대중공업 노조가 2016년 임단협 타결과 구조조정 저지를 촉구하며 벌이고 있는 파업 집회 모습.

7일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시작한 현대중 노사의 2016년 임단협은 해를 넘기고 지금까지 교섭만 70여 차례를 넘겼다. 

임단협에 대한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선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의 희망퇴직, 분사 구조조정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최근까지 열린 임단협 교섭에서 올해 말까지 종업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1년간 전 임직원이 기본급의 20%를 반납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임금 부문에서도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 10만원과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포함해 월평균 임금 1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화합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흑자 경영을 고려하지 않은 기본급 동결안"이라며 "회사는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조합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임단협 안을 내놔야 한다"며 회사 안 수용을 거부한 뒤 접점 찾기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임단협 안보다는 교섭 중 불거진 구조조정이 쟁점으로 전면 부상하자 노사협상 안건은 오히려 뒤로 밀려나게 된 상황이다.

더욱이 임단협과 구조조정 협상이 겉돌면서 노조는 투쟁력과 조직력을 키우기 위해 12년 만에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해 노사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반면 회사는 개별기업 현안은 노사가 풀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상급노동단체의 개입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향후 임단협과 구조조정 현안을 풀기 위해 민노총과 금속노조가 연대투쟁 지원에 나서고, 금속노조의 양대 주축 사업장인 현대중과 현대자동차가 손잡고 공동투쟁까지 전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입구 앞에서 주주총회장에 진입하려는 노조원들과 이를 막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사 대화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세력까지 가세하면 노사관계는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노조 규약·규약 개정을 비롯한 산별노조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임금협상도 준비해야 하므로 시간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6개 독립회사 체제로 전환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노조와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어떻게 푸느냐도 숙제가 됐다.

노조는 이번 분사가 고용 불안, 근로조건 저하, 노조 무력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 등 지자체와 일부 주민들은 분사를 추진하면서 검토하고 있는 일부 사업장의 역외 이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회사 분할의 진짜 의도가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대주주 지분율을 높여 지배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주총을 저지하려는 조합원과 회사의 진행요원, 경찰 사이에 밀고 당기는 등 충돌이 빚어지기도 해 논란을 낳았다.

이어 이달 6일 현대중공업 노사는 제75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2시간여 동안 이어진 협상에서 노사는 사업 분할 등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진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단협과 구조조정 현안을 놓고 양보와 타협의 접점이 무엇인지 대화로 조율하고, 해답을 찾아야 ‘협상 장기화’를 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조선업계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와 노조가 오래 끌면 끌수록 쌍방 모두 더욱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며 "임단협 협상에 발목이 잡혀 조선불황을 넘을 설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는 만큼 빠른 시일 안에 노사가 상생방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노사분야 전문가는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은 노사 모두의 생존기반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면서 "이제는 노사가 현재 처한 위기 상황에서 미래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왔고, 어려울수록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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